백팔배의 효험(금룡사 양진암)

2010.02.16 11:09

범의거사 조회 수:13212


        백팔배의 효험


   酋席禪師님,

   세상을 아름답게 사는 선사님께야 새삼 더 즐겁고 좋은 날이 따로 있으리오마는, 이틀 일하고 하루를 논다는 사실이 게으른 匹夫에게는 왠지 기분이 ThreeThree하군요. 짱을 할 줄 모르는 덕분에, 판사들이 목적지로 썰물처럼 빠져 나간 빈 청사의 글틀 앞에 홀로 앉아 NO可理를 說하는 기분도 그럴싸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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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달산(1,064m)의 8부능선에 자리한 金龍寺 養眞菴은, 山寺의 고요함이 가져다주는 고독감과 맑은 정기가 가져다주는 신선함으로 범부의 하룻밤을 뒤척이게 하였습니다. 임권택 감독을 초청하여 영화 속의 한 무대로 쓰게 하고픈 욕망이 드는 곳이랍니다.  

   반갑게 맞아 주는 비구니와 행자(女)의 해맑은 얼굴에서는 俗塵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더군요. 弱冠이 될까 말까 한 나이에 한 달째 머무르며 기도를 하고 있는 처자는 무슨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지, 이 또한 추석선사가 보내신 試驗官이 아니었는지요?  

   108번뇌를 쫓아 버리고자 108염주를 쥐고 가랑이에 가래토시가 서도록 108배를 저녁, 아침, 점심에 계속하였건만, 쌓이느니 번뇌이니 어찌하오리까. 황새 흉내를 내다가 참새의 오지랖만 찢어진 꼴이랍니다.  

   월악산과 도락산의 자태에 반하여 무심코 달리던 귀가길이 속도 위반의 함정으로 이어질 줄을 그 누가 알았으리요. 산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순경아저씨가 염라대왕만큼이나 무섭더군요.
   속절없이 3만 원 짜리 딱지를 선물로 받았지요. 부처님께 300번 넘게 절한 효험이라고 해도 될까요?  

   삼일천하의 李西菴 前宗正이 거처하던 곳인 희양산의 봉암사가 매년 초파일에는 경내를 개방한다고 하는군요. 선사님의 왕림(往臨)으로 족적을 남기신다면 뭇 중생의 영광이 아닐는지요?
   중원에서 2시간 거리인지라 소생도 한 번 가 보는 것이 염원이긴 하오나, 금년은 어버이날의 前日인지라 속세의 緣에 연연해하는 拙夫로서는 가늠키 어렵나이다.  

   보내 주신 민원안내 책자는 잘 받았습니다. 저작권을 침해하여 충주판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소생에게는 선사님이 관세음보살이나 진배없나이다. 아직은 아니나, 조만간 아미타불의 단계로 승격하시겠지요?

 나무관세음보살.

 

 1995. 3. 27.

 

 꽃샘추위가 마지막 힘을 쓰는 봄날에 雲達禪師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