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도북" 

 

일반인게는 낯설지만 웬만큼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말이다. 서울 근교의 불암산, 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이 네 산의 머릿글자를 따온 것이다. 하루에 이 네 산을 종주하는 것이야말로 아마추어 산악인들의 로망이다.  

 

그걸 어떻게?

그래도 그렇게 한 사람들이 제법 많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무릎이 도저히 견뎌낼 수 없기 때문이다.

 

불수도북 대신 아쉬운 대로 하루에 수락산과 불암산을 오르기로 한 것이 2014. 5. 31.이다. 서리풀산악회의 맹장들과 함께.

그러나 그것도 아래에서 보듯 마음만 앞섰다. 불암산은 가을로 미룬 것이다.

흐르는 세월 앞에는 장사가 없다.   

 

아래는 함께 산행한 한경근 판사(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의 산행기이다.

산에 다녀온 후 바쁜 일이 겹쳐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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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5. 31. 수락산 산행기

 

 

1. 산행지: 수락산

 

2. 산행일시: 2014. 5. 31. 토요일

 

3. 함께한 사람

 

민일영 대법관님, 송봉준 회장님, 이현종 변호사님, 오경미 부장님, 심활섭 부장님, 배의철 심의관님, 김영록 집행관님, 조기열 심의관님, 백중석 과장님, 윤성혜 과장님, 원종삼 사무관님, 박재송 계장님, 그리고 저(한경근) 모두 13명

 

4. 산행코스

 

○ 1그룹: 장암역 → 석림사 → 안부사거리 → 기차(홈통)바위 → 주봉(정상) → 철모바위 → 깔딱고개 → 쉼터삼거리 → 백운동 계곡 → 수락산역(수락골) (약 6.4km 추정)

○ 2그룹: 장암역 → 석림사 → 수락폭포 → 깔딱고개 → 쉼터삼거리 → 백운동 계곡 → 수락산역(수락골) (약 5.3km 추정)

 

5. 산행시간: 총 5시간(14:00 ~ 19:00, 휴식시간 포함, 1그룹 기준)

 

6. 수락산 소개

 

   수락산(637m)은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과 함께 서울 근교의 4대 명산으로, 서쪽으로는 도봉산을 마주보고, 남쪽으로는 불암산이 위치하며, 의정부시·서울시·남양주시와 경계를 이룹니다.

 

   수락산과 불암산은 본래 금강산 자락에 있었는데, 강원도의 추운 겨울날씨가 무척 견디기 힘들었던 탓에 남쪽에 적당한 자리가 나면 거처를 옮길 생각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이성계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다는 소문과 한양 도성의 내사산(內四山)에 해당하는 남산 자리가 비었다는 소문을 듣고는 도읍지의 남산이 되겠다며 한양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명당자리를 이미 목멱산(남산)이 차지하고 있자 팽 토라져 서울 변두리로 돌아가 한양을 등지고 앉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성계는 한양을 등진 봉우리를 보고 ‘반역산’이라 부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수락산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암 일대 계곡에 바위가 벽을 둘러치고 있어 물이 굴러 떨어지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 水落說과 산봉우리 형상이 마치 목이 떨어져 나간 모습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首落說 두 가지가 전해지고 있으나, ‘물이 항상 굴러 떨어지는 산’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 유래가 더 신빙성이 있다고 합니다.

 

7. 우리들의 등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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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봄날이지만 뜨거운 오후 햇살로 인해 초여름 기온입니다.

장암역에서 여기 석림사 입구까지 오는 데에도 벌써 땀이 비 오듯 흐릅니다.

조 심의관님으로부터 서리풀 산악회 얘기를 워낙 많이 들었던 터라 얼마나 고대(?)했던 산행인지 모릅니다. 유난히 눈에 띄는 새 등산화와 새 수건 보이시나요? 오늘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습니다.

박재송 계장님! 증 제1호를 남겼으니 이제 출발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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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늘의 산행코스를 살펴볼까요.

비교적 젊은 그룹인 1그룹은 기차(홈통)바위를 통해 정상을 공략하기로 하였고(붉은색 코스), 그렇지 않은 2그룹은 깔딱고개 방향으로 바로 넘어가(파란색 코스) 나중에 뒤풀이 자리에서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떤 분이 어떤 그룹에 속했는지는 회원 개개인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 공개하지 않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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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림사를 지나 10여 분을 가자 바짝 마른 폭포가 나타납니다.

수락산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봄 가뭄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떤 분들은 수락산이 온통 바위로 뒤덮여 있어 비가 내려도 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따라서 비온 뒤를 제외하고는 실제 물을 보기 힘들다고 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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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한 지 30분 정도 지나 갈림길이 나옵니다. 여기서 두 그룹이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송 회장님과 오 부장님 사이에 ‘깔딱’과 ‘껄떡’, 심지어 ‘꼴딱’의 차이에 관하여 잠시 논쟁이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만으로도 힘들지만 그래도 명색이 도서관인데 그 차이점은 알고 가야겠죠?

 

우선 ‘깔딱’은 ‘목구멍으로 물 따위를 힘겹게 조금 삼키는 소리 또는 약한 숨이 끊어질 듯 말 듯 하는 소리’이고, ‘껄떡’은 ‘목구멍으로 물 따위를 힘겹게 삼키는 소리 또는 숨이 끊어질 듯 말 듯 하는 소리’이며, ‘꼴딱’은 ‘적은 양의 음식물 따위를 목구멍으로 한꺼번에 삼키는 소리’라고 합니다.

더 헷갈리시나요? 어쨌든 ‘껄떡고개’가 아니라서 다행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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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을 시작한 지도 벌써 한 시간 째. 비교적 젊은(?) 그룹에서도 항상 선두에서 회원들을 이끄시는 대법관님!

산은 힘으로 오르는 게 아니라 경험이나 연륜에서 오르는 것이라는 걸 몸소 보여 주고 계시죠!

아니 오 부장님은 저 쪽 그룹으로 가신 게 아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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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고 또 오르길 한 시간 반 째! 산에 오면 늘 듣는 소리죠.

“다 와 갑니다!”

박 계장님! 그 얘기 벌써 30분 전부터 하셨습니다. 그런데 초보자인 제가 봐도 수풀 사이로 하늘이 저렇게 높이 있는 걸 보니 아직 정상 근처에도 못 온 것 같은데요?

도서관의 선임 심의관으로서 손색이 없으신 조 심의관님의 모자! 어떤 분은 벌초 또는 양봉 패션이 아니냐고도 하셨지만, 후임 심의관인 저로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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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 앵글, 노출 등 사진의 여러 구성 요소뿐만 아니라 그 속의 인물까지 완벽한 사진을 골랐습니다. 회원님들이 모두 여기에서 한 컷씩을 찍었지만 제 판단으로 제일 잘 나온 사진입니다.

혹시 이의가 있으신 분은 도서관으로 왕림해 주시면 비교·분석해 드리겠습니다. 항의는 박 계장님께!

그런데 설마 우리가 저 뒤쪽 바위를 올라가야 하는 건 아니겠죠?

길이나 계단도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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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시작한 지 2시간 째. 여기를 올라가야한다고요? 조금 전 설마하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닥쳤습니다. 옆에 우회로도 있는데...

 

어쨌든 이곳이 수락산의 아이콘인 기차(홈통)바위라고 합니다. 기차바위는 중생대 쥬라기 화강암으로 약 1억 5천만 년에서 2억 년 사이에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어서 만들어진 암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송 회장님은 한술 더 떠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하산을 시도하셨다나, 어쨌다나! 어쩐지 처음 뵐 때부터 포스가 남다르시더라니...

온몸에 짜릿한 스릴과 전율을 느끼며 기차바위에 올랐습니다. 오로지 밧줄과 발만 보고 올라가는데 박 계장님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자꾸 고개를 들라고 합니다.

박 계장님!

"멋진 포즈 안 나와도 좋으니 제게 더 이상 말 걸지 마세요."

참고로 우회길도 가팔라서 역시 위험하다는 분이 있네요.

다음에 가실 때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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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시작한 지 두 시간 반, 드디어 수락산 정상인 주봉(637m)에 오릅니다.

뒤쪽 벽운대 호롱불 바위에 태극기가 날리고 있습니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선뜻 사진을 찍어 주시겠다는 고마운 아저씨 덕분에 비교적 젊은 그룹(?)의 회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감사의 표시로 회원 모두 그분이 파시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을 수밖에 없었고요.

자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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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바위가 무엇을 닮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수락산은 수석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하여 산행을 함에 있어 지루하지 않고, 기암들에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각종 이름이 있어 산행하는 묘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저 바위는 철모바위라고 하네요.

그밖에도 외계인바위, 버섯바위, 코끼리바위, 독수리바위, 종바위, 하강바위, 남근바위, 치마바위, 소리바위, 물개바위, 탱크바위 등이 있답니다. 이름만 들어도 대충 바위의 모양이 상상이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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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깜빡할 뻔 했네요. 산에 오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정상주(酒)죠.

박계장님이 준비하신 해송(海松)주 한 잔과 백 과장님께서 울진에서 직접 공수하신 문어 안주로 지나간 피로가 모두 풀리는 듯합니다.

대법관님의 말씀대로, 깔딱고개 방향으로 바로 가신 회원님들을 위해 해송주는 일부 남겨두기로 하고 대신 문어는 안 먹은 걸로...

막걸리도 몇 잔 걸쳤더니 피로는 확실히 풀리는데 반해 술 기운에 하산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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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하산합니다.

올라갈 때에 비해 회원님들 얼굴에 일단 여유가 있죠.

저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불암산과 도솔봉이라네요.

사실 본래 계획은 오늘 불암산까지 가서 하산하려던 것이었는데 여러 사정으로 단념했지요. 그 대신 서리풀 산악회에서 이번 가을에는 불암산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니 벌써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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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바위 오르는 것을 빼면 내려가는 길이 훨씬 험하고 힘든 것 같네요. 물론 산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경치는 상대적으로 훨씬 좋지만요.

바위마다 촘촘히 박혀 있는 저 쇠기둥들이 이곳을 찾는 많은 산님들의 안전을 지켜주긴 하겠지만 보기에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원 사무관님! 무릎도 좋지 않으신데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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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위험한 암벽 구간을 모두 내려온 다음 안도하는 의미로 단체 사진 한 컷!

뒤쪽에 배낭 바위가 보이시나요? 떨어지지 않고 붙어있는 게 더 신기하죠?

이곳도 포토 존이라 회원들 모두 한 컷씩을 찍었는데, 여기서도 대법관님과 송 회장님 사진이 제일 잘 나왔습니다.

그러나 너무 권력 지향적이지 않느냐는 회원님들의 원성을 생각해서 단체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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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깔딱고개 방향으로 바로 간 그룹은 이곳 이정표가 있는 깔딱고개 삼거리에서 수락산역 방향으로 내려간 것 같네요. 산행한 거리로만 보면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는 않는 군요. 약 1km  남짓밖에!

차이가 많이 나는 줄 알고 그동안 너무 박대한 것 같아 죄송합니다.

한편 먼저 간 2그룹이 너무 많이 기다리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하산 길을 재촉하시는 대법관님! 역시 배려심이 남다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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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내려오는 길은 언제 왔는지 모를 정도로 빨리 지나갑니다.

이제 종착점까지 남은 거리는 1km 남짓.

오 부장님께서 올라가실 때와는 달리 축지법 쓰시는 것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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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역 근처에서 간단히 샤워하고 맞이한 뒤풀이!

바쁘신 가운데도 홍진호 부장님께서 참석하셔서 자리를 더욱 빛내 주셨습니다. 더구나 서초동으로 옮긴 2차 자리까지 회원들을 직접 챙기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산행을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박재송 계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서리풀 산악회 회원님! 가을 산행에서는 대법관님, 회장님 그리고 모든 회원님들께서 그토록 보고 싶어 하시는 남선미 심의관님과 함께 다시 뵙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