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암 보시게.

 

2013년이 시작되고 벌써 한 달이 지나고 있네.

그 동안에 어려운 일을 겪어 아직은 마음의 상처가 깊을 줄 아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니,

시간의 흐름에 맡겨 두게나.

사바세계에 한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어찌 벗어날 수 있겠나.

나무관세음보살.

 

능경봉정상.jpg

 

구암,

 

  새해 들어 처음 쓰는 편지가 너무 앞서 갔나?^^

  필부는 지난 1월 1일에 신년 일출을 본다고 대법원장님을 비롯한 전국 법원에서 모인 160여 명의 산꾼들과 함께 꼭두새벽에 대관령 능경봉(1,123m)에 갔다가 눈 구경만 실컷 하였다네.

  새벽 5시의 옛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은 정말 춥더군. 나름대로 옷을 잔뜩 챙겨 입었네만 어림없더라고.

 

   그래도 하늘에 총총한 별을 보며 멋진 일출을 볼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능경봉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겠나. 서쪽 하늘에 떠 있는 하현달이 겨우내 내려 소복이 쌓인 하얀 눈밭과 어울려 낭만 그 자체의 풍경을 연출하더군.

 

   배낭을 멘 등에 어느 새 땀이 나고, 이제는 추위도 잊은 채 걸음만 재촉하는데, 오호라, 이게 웬 일인가, 능경봉 정상을 얼마 안 놓아두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지 않았겠나. 일단 오기 시작하니 대관령지역답게 눈이 많이 오더군.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하얀 점들은 모두 눈송이라네.

 

능경봉하산길.jpg

 

   결국 새해 첫 일출은 상상 속에서만 감상하고 하산하였다네. 그 대신 꿩 대신 봉황이라고, 하산길에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 달빛도 하얗고 눈도 하얗고 천지가 다 하얗다))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지. 이 또한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공자님 말씀 그대로 낙역재기중(樂亦在其中. 즐거움이 그 안에 있도다)일세 그려. 이미 눈 덮인 길에 또다시 함박눈이 내리는 길을 가는 사진 속의 모습이 멋지지 않은가.

 

 낙산사일출.jpg

 

대사,

 

 위 사진은 지난 26일 아침 7시 40분에 낙산사 홍련암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일출 모습일세.

마음먹은 일을, 그것도 벼르고 별러서 기획했던 일을 달성하지 못하였을 때의 아쉬움을 달래는 방법이 여러 가지이겠네마는, 그 일, 아니면 그와 유사한 일이라도 다시 한 번 시도하여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은가.

 

   다음 달이면 인사이동으로 헤어져야 하는 내 방 재판연구관들과 함께 지난 주말에 1박2일로 낙산사에서 ‘절집머물기’(Temple Stay)를 했네.

   주지스님과의 다담(茶談), 전통 한옥의 따스한 온돌방에서의 취침, 발우공양, 경내 산책, 소원 빌며 종치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하였네만, 무엇보다도 압권은 동해안 일출 감상이었네.

   2005. 4. 4. 밤의 낙산사 대화재 때 전각 중 유일하게 화를 면한 홍련암의 앞뜰에서 의상대 옆 구름 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야 하나 모르겠네.

그냥

 

“멋지다!”

 

이 말 하나로 대신해야겠네.

 

그 멋진 모습이 영하 15도의 매서운 추위를 잊게 해 주었다네. 소한 추위가 풀린 후로는 내내 따뜻하여, 심지어 비까지 내리던 날씨가 지난 주말에 갑자기 혹한으로 돌변하였던 것은, 능경봉에서도 그러했듯이 범부에게 쉽게 동해안 일출을 감상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천지신명의 조화가 아니었을까 하네.

견강부회가 너무 심했나?

물론 농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아네.^^

 

설악산설경.jpg

 

  낙산사에서 귀경길에 설악동에 들렀네. 켄싱턴호텔 9층 테라스에서 보는 설악산의 설경이 장관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네. 영문을 알 수는 없으나, 설악동 들어가는 길이 주차장이더군. 여름휴가철도 아닌데 말일세.

   위 사진은 호텔 정문 앞에서 찍은 거라네. 어느 덧 중천에 뜬 태양이 작열하고 있네. 그 태양 아래 눈 덮인 설악산의 장엄한 모습이라니, 참으로 눈(眼)이 계속하여 호강하는 축복을 누렸네.

 

구암,

 

올 한해도 늘 건강하시게.

그래야 붕우들과 더불어 산천경개를 유람하지 않겠나.

 

계사 원단에 범의가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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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암,

능경봉 일출을 2년 뒤에 기어코 보았네.

영하 17도(칼바람의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30도 정도^^)의 추위 속에 떨었지만, 실로 멋진 광경이었네.

아래는 관련 신문기사일세.

 

(동아일보 2015. 1. 2.자 8면)

 

대관령 능경봉에서 2015년 맞은 양승태 대법원장 산상(山上) 인터뷰
 

‘50년 등산 마니아’인 양승태 대법원장(가운데)이 민일영 대법관(오른쪽) 등
법원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강원 평창군 대관령 능경봉 정상에 올라
을미년 새해 첫 일출에 환호하고 있다.  평창=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누군가와 연애하는데, ‘왜 저 사람이 좋은가’라고 물으면 그게 잘 설명이 되나요?”  

‘산을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50여 년 등산과 야영 관록을 자랑하는 양승태 대법원장(67)이 야영용 텐트를 치면서 웃으며 답했다.

갑오년의 마지막 밤인 지난해 12월 31일. 등산 마니아인 양 대법원장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의 능경봉(1,123m) 인근 산기슭에서 2015년 을미년의 첫날을 맞았다.

양 대법원장의 신년 산행은 당초 예정에 없었으나,

법원산악회 명예회장인 민일영 대법관이 동행을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양 대법원장은 김정만 비서실장 등과 법원산악회보다 하루 일찍 출발해 야영까지 즐겼다.

등산복 차림의 양 대법원장은 동행한 동아일보 기자와 ‘산상(山上) 신년 인터뷰’를 갖고 2015년을 맞는 소회를 밝혔다.  


(인터뷰기사는 생략^^)(2015. 1. 2.자 동아일보를 보면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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