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산행)(姜柏年)

2020.12.17 09:39

우민거사 조회 수:284

산행.jpeg

 

 

十里無人響(십리무인향)

山空春鳥啼(산공춘조제)

逢僧問前路(봉승문전로)

僧去路還迷(승거로환미)

 

산길 십 리에 인기척 하나 없이

텅 빈 산에 봄 새 소리만 들리누나

스님 만나 길을 물어보지만

그 스님 떠나자 길이 다시 헷갈린다

 

 

 

姜柏年(강백년. 1603~1681)이 쓴 "山行(산행)"이라는 시다.

글씨체는 예서.

 

십리를 가도록 인기척 하나 없는 산길을 걷는다. 

그 대신 들리는 것이라곤 오직 새소리뿐이다.

북적거리는 저잣거리를 피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는지라 호젓한 게 좋기만 하다.  마치 산 전체를 전세 낸 기분이다. 이런 때의 느낌은 산에 다녀본 사람만이 안다. 

한 마디로 "오호쾌재라!" 이다.

그나저나 인적이 끊긴 산속에 갈림길이 나 있으니 어느쪽으로 가야 하나. 

때마침 산속에 있는 절에 계신 스님이 한 분 맞은 편에서 오신다. 그 스님께 길을 여쭈니 이리저리 가라고 가르쳐 주신다.  다행이다. 

앗, 그런데, 그 스님이 가시고 나니까 길이 다시 헷갈린다. 

어디로 가라고 하셨지? 

 

세상 사는 것도 마찬가지리라.  

 

** 2020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