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春風忽已近淸明(춘풍홀이근청명)

細雨霏霏晩未晴(세우비비만미청)

開欲遍(옥각행화개욕편)

數枝含露向人傾 (수지함로향인경)

 

 

봄기운이 어느새 청명에 이르러

가는 비 보슬보슬 늦도록 개지 않네.

집 모퉁이 살구꽃이 활짝 피려고

잔가지 이슬 머금은 채 나를 향해 기우누나.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신 권근(權近. 1352-1409)이 지은 "春日城南卽事(춘일성남즉사)"라는 시이다.

글씨체는 행서.

 

긴긴 겨울이 마침내 지나가나 싶으면 봄의 문턱이고, 

그 봄의 가운을 알리는 바람이 홀연히 불면 어느 새 청명이 코앞이다. 

봄을 느끼게 하는 것이 많지만,

그 대표적인 것은 역시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그 비를 맞고 피어나는 꽃이다.  

이 봄에는 비가 잠깐 오는 것이 아니라 밤새 계속 내린다.

그 비가 그친 아침에 문밖으로 나서니 집모퉁이 살구나무가 꽃을 막 피우려 한다.

그런데 시인이 다가가자 비를 머금고 있던 잔가지가 시인을 향해 몸을 기울인다.

안녕하시냐고, 어서 오시라고, 환영인사를 하는 듯하다.   

 

이슬비 비오는 봄날의 풍경을 이보다 달리 어찌 더 실감나게 표현하랴.

 

***2024년 작 (아래 2022년 작에 오류가 있어 다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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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작이다.

아래 둘째 댓글에서 지적한 오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