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行(산행. 金始振)

2023.01.23 18:36

우민거사 조회 수:45

 KakaoTalk_20230415_205756997.jpg

 

閒花自落好禽啼 (한화자락호금제)

一徑淸陰轉碧溪 (일경청음전벽계)

坐睡行吟時得句 (좌수행음시득구)

山中無筆不須題 (산중무필불수제)

 

한가로운 꽃이 절로 지고 예쁜 새들 우짖는데

오솔길의 맑은 그늘을 돌아가니 푸른 시내가 나오누나

앉아 졸다 가다 읊조리며 이따금 시구를 떠올리지만

산속이라 붓이 없어 적을 길이 없네그려

 

 

조선 중기의 문신 김시진(振. 1618-1667)이 지은 시 "산행(山行)"이다.

글씨체는 행서.

 

봄이 되어 시인이 산을 찾아나섰다. 

꽃들이 한가롭게 피고 진다. 숲속에서는 아름다운 새들도 우짖는다.

오솔길을 따라 난 그늘을 돌아드니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가 나온다. 

양지 바른 곳에 앉았더니 봄볕의 나른함에 꾸벅꾸벅 졸음이 찾아온다. 

문득 잠에서 깨어 걸으며 주위 풍광을 바라보노라니 시 한 수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산중이라 붓이 없어 적을 수가 없구나. 

에잇, 안 적으면 어떠냐, 그냥 보고 즐기면 되지.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면 그 때 가서 적자꾸나. 

 

***2023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