示子芳(시자방)

2018.12.09 10:16

우민거사 조회 수: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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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寺門前又送春(고사문전우송춘)

殘花隨雨點衣頻(잔화수우점의빈)

歸來滿袖淸香在(귀래만수청향재)

無數山蜂遠趁人(무수산봉원진인)

 

    오래된 절 문 앞에서 봄을 떠나보내는데

    지다 남은 꽃잎이 비를 맞아 옷에 내려앉네

    돌아오는 길목 소매 가득 남아 있는 꽃향기에

    수많은 벌떼들이 멀리서 따라오누나

 

임억령(林億齡 : 1496-1568)이 지은 시 示子芳(시자방. 벗 자방에게)”이다

글씨체는 예서 죽간체(竹簡體).

 

   임억령은 전라도 해남 출생으로 강원 관찰사와 담양 부사를 지냈다. 말년에는 담양의 식영정(息影亭)에서 와 자연을 벗 삼으며 유유자적하였다. 송강 정철(鄭澈)의 스승이다.

 

   시인이 오래된 절을 찾아 나들이를 갔다가 봄을 떠나보내며 아쉬워한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비가 내리고, 지다 남은 꽃잎들이 그 빗물에 실려 옷 위로 내려앉는다. 그 상태로 산을 내려오자니 어디선가 벌떼들이 나타나 계속 따라온다. 꽃향기를 소매 가득 담아 오니 벌들이 먼저 알고 몰려든 것이다.

 

   오래 다니던 절을 다시 찾은 시인의 옷에 꽃이 떨어져 소매 가득 향기가 스며든다. 시인은 그 냄새를 맡고 따라오는 벌들과 함께 산 아래로 내려왔다. 분명 봄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향기 가득한 봄을 자방이란 친구에게 자랑하고 있다.

 

 ***2014년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