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고각하(照顧脚下)

2021.03.21 11:06

우민거사 조회 수:200

 

오늘(2021. 3. 20.)이 춘분(春分)이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다 적도를 지나는 날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해가 오전 633분에 해가 떠서 오후 641분에 졌다), 추위와 더위가 같다.

이처럼 음양이 서로 반반이다.

 

예로부터 춘분에 비가 오면 질병이 드물다고 했다.

반대로 하늘이 청명하고 구름이 없으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열병이 많이 돈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 종일 비가 내렸다.

좋은 징조 아닐까.

코로나19로 지난 1년 내내 온 국민이 몸살을 앓았고, 지금도 여전히 전전긍긍하고 있는 판국인데,

오늘 춘분에 내리는 이 비가 그 역병을 몰아내 주지는 않을까.

희망고문에 그쳐도 좋으니 제발 그러기를 소망해 본다.

 

요새 예년에 비해 따뜻한 날씨가 계속 이어지더니,

우면산에는 진달래가 벌써 한껏 자태를 뽐낸다. 벚꽃도 꽃망울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고, 개중에 성미 급한 것은 이미 피었다.

서부간선도로 안양천 변에는 개나리가 만발했다.

곧 도처에서 목련이 피는 모습도 보일 것이다. 꽃이 피기를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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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의 진달래와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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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간선도로 안양천 변의 개나리]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의 금당천에는 버드나무가 연두색 치장을 서두르고 있고,

우거(寓居)의 매화는 개화를 앞두고 초읽기에 들어갔다.

수선화와 튤립도 땅을 뚫고 나와 하루게 다르게 싹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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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천의 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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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의 매화와 튤립]

 

이쯤 되면 시 한 수가 없을 수 없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문신 권근(權近. 1352-1409)을 흉내 내 본다.

 

春風忽已到春分(춘풍홀이도춘분)

細雨霏霏晩未晴(세우비비만미청)

屋角梅花開欲遍(옥각매화개욕편)

數枝含露向人傾 (수지함로향인경)

 

봄기운이 어느새 춘분에 이르러

가는 비가 보슬보슬 늦도록 개지 않네.

집 모퉁이 벚꽃이 활짝 피려 하고

잔가지 이슬 먹어 나를 향해 기우누나.

 [원문의 近淸明(근청명)’到春分(도춘분)’으로 바꾸고, ‘杏花(행화)’梅花(매화)’로 바꿨다]

 

바야흐로 봄이다!

 

영하 20도 가까이 오르내리던 추위가 어느새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세상은 변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달도 차면 기울고, 어둠 다음에는 새벽이 온다. 그게 자연의 섭리이고 하늘의 뜻이다. 누가 감히 이런 이치를 거스르랴.

 

그런데도 유독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너나없이 이 단순한 이치를 외면한다(애써 외면하려 든다). 과욕은 늘 화를 부르게 마련이니, 조고각하(照顧脚下)를 되새겨 볼 일이다. 일찍이 맹자(孟子)가 갈파한 순천자존 역천자망(順天者存 逆天者亡)’이 어디 괜한 소리이랴.

 

봄은 찾아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구나~”

 

판소리 사철가의 한 대목이 귓전을 두드리는 것은 무엇이람.

 

조상현-3-사철가.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