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에서 찾는 행복

2012.12.08 20:50

범의거사 조회 수:12776

 

  겨울답지 않게 비가 자주 내리더니 마침내 동장군과 함께 큰 눈이 내렸다. 12월초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기는 32년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서리풀에서 창문을 통해 보이는 우면산의 설경이 장관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눈 내린 산은 왠지 보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산사태가 난 계곡을 복구한 곳은 스키장의 슬로프를 연상케 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눈이 많이 내린 7일이 마침 24절기 중 대설(大雪)이다. 어쩌면 그리도 신기하게 절기를 맞추는지 모르겠다.

 

 

  임진년의 달력이 어느새 한 장밖에 안 남았다. 거리엔 벌써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고 구세군의 자선냄비도 등장하였다.

  그렇게 올 한 해도 예년처럼 저물어 가고 있다.

  다만, 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다가와 각 후보와 그들의 정책들이 사람들 입에 회자(膾炙)되고 있다는 것이 예년의 연말과 다른 모습이다.

 

   막걸리선거나 고무신선거 같은 후진적인 행태가 더 이상 언론을 장식하지 않는 것을 보면 우리의 선거문화도 분명 진일보하였다.

   앞으로 펼쳐질 대내외 환경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각계의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는 만큼,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험난한 파도를 잘 헤쳐 나가 나라의 국운이 융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온 국민에게 공통일 것이다. 

   막상 달력이 한 장 남은 연말이 되어 연초에 생각했던 구상들을 얼마나 실행에 옮겼나 하고 자가점검을 하다 보면, 계획 이상의 성취로 인한 뿌듯함보다는 기대 이하의 모자람으로 아쉬움을 달래는 것이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삶이 아닐까.

  그렇지만 하루하루의 삶이 소중하기는 성인이나 범부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든 그 삶에 종착역이 있어 언젠가는 끝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삶이 끝나기 전에, 아니 한 해가 다 저물기 전에 모자라는 부분을 조금이라도 더 채워 보면 어떨까.

  그렇다고 무슨 거창한 일을 벌이자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작은 일에서 찾는 것이 더 값진 법이다.

 

   바쁘다는 이유로 소식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벗들께 한 조각 ‘나뭇잎글’이라도 띄우고,

   날로 어려워지는 경제환경으로 인하여 삶이 고달픈 불우한 이웃에게 따뜻한 눈길을 한 번 더 보내고,

   욕심 내서 사 놓고 읽지 않아 먼지가 쌓인 책의 첫 장을 넘기고,

   먹을 듬뿍 머금은 붓을 이리 저리 굴리며 그 향기에 젖어 보고, 

   동네 뒷산에라도 가서 잠시 나목(裸木)과 친구가 되고....

 

그냥 그렇게 소소한 일상을 다시 챙겨 보는 것도 연말을 보내는 삶의 지혜가 아닐까. 물론 ‘소폭’이나 ‘양폭’을 더 사랑하겠다면 그것도 나름 하나의 삶일 것이다.  

어차피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이니...

사설이 길었다.

무언가 멋진 글을 써보려고 하다가 그만 삼천포로 빠진 기분이다.

송나라의 유학자 소강절(邵康節 : 1011-1077)이 지은 시 ‘청야음(淸夜吟)’을 다시 읽으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月到天心處(달이 하늘 깊은 곳에 이르러 새벽을 달리니)

風來水面時(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와 물 위를 스치누나)

一般淸意味(작고 평범하지만 그 속에 깃든 맑고 의미 있는 것들)

料得少人知(아무리 둘러보아도 이를 아는 이가 적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