夢中遊(꿈속에서 노닐다)

2015.01.30 21:06

범의거사 조회 수:328

2015년 새해가 시작되었나 싶었는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을미년의 1/12 이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갔다는 이야기다.

(아직은 입춘 전이니 정확히는 을미년이 아니라 갑오년이라고 해야 하나)

 

24절기의 마지막인 대한(大寒)이 열흘 전에 지나고

이제 닷새 후면 새로운 24절기가 시작되입춘(立春)이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고 있다.   

하지만 그 봄이 왔나 싶으면 어느새 다시 여름을 말할 것이다.
그리고 가을과 겨울을...

그래서 돌고돌아 되풀이되는 사계절을 노래한 판소리 단가 '사철가'도 생겨나고...

 

문득 학명선사(鶴鳴禪師. 1867-1929)의 시 '夢中遊(꿈속에서 노닐다)가 떠오른다.

  

    莫道始終分兩頭(막도시종분양두)

    冬經春到似年流(동경춘도사연류)

    試看長天何二相(시간장천하이상)

    浮生自作夢中遊(부생자작몽중유)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마시게.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가 바뀐 듯하지만,

                                 보시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어리석은 중생들이 꿈속에서 노닌다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연초부터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다.

내일 열릴 아시안컵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의 승전보가 올리면 그나마 일말의 위안이 되려나.

하여 성원을 보내는 마음은 범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욕심에서 비롯된 몽중유(夢中遊)이니 그 욕심마저 비워야 하는 걸까? 

그런데 그 욕심을 버리고 꿈에서 깨어나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떤 젊은이가 수도원에 입회하겠다고 찾아오자,
수도원의 나이 든 수사가
언제든지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순례자의 자세로 살 수 있는지 알아 보려고
그에게 물었다.

“너에게 금화 세 닢이 있다면 그것을 기꺼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느냐?”
“그럼요, 마음으로부터 모두 주겠습니다.”

“그러면 은화 세 닢이 있다면 그것은 어찌 하겠느냐?”
“그것도 기쁘게 나누어 주겠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묻겠다. 동전 세 닢이 있다면 어찌 하겠느냐?”
“그것만은 안 되겠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수사가 물었다.
“아니, 그건 왜?”

 

그러자 젊은이가 말했다.

 

"현재 제가 가진 게 바로 그 동전 세 닢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