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모습

2012.09.23 18:16

범의거사 조회 수:12001

 

거울 속에 보이는 내 모습은 어떨까?















   어제가 추분이다.

   찌는 무더위와 기나긴 장마, 그리고 이어지는 태풍으로 참으로 긴긴 여름을 보내나 했더니

   어느덧 소리소문 없이 가을이 찾아왔다.

   이른 아침 소매깃을 추스리며 찾는 우면산 기슭의 풀섶에는 영롱한 이슬이 맺혀

   오가는 이의 눈길을 끈다.

   어제 오대산 상원사 적멸보궁에 갔다가

   문득 가을의 길목에 있는 정상의 모습이 궁금하여 비로봉(1,563m)에 올랐더니

   정상 주위에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참으로 정신 못 차리게 세월이 빨리 지나간다.

   그  물처럼 흐르는 세월의 뒤안길에서 들여다 보는 거울 속 내 모습은 어떨까?

   언제나 활활 타오르며 요동치는 열정이 있다면

   거울 속 모습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전성기 때의 바로 그것이 아닐는지.

 

   누군가 말한다.

   당신은 늙지 않습니다.
   나이는 핑계가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열정이 없다면 오히려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가위가 일주일 남은 이 가을의 문턱에서

   어느 시인의 표현을 빌려 소망해 본다.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나 마음을 하늘로 열고 사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언제나 마음이 따뜻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온갖 유혹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언제나 제 갈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런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침햇살에 투명한 이슬로 반짝이고,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온화한 미소로 답해 주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결코 화려하지도 투박하지도 않으면서
   언제나 소박한 모습으로 제 삶의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 하나
   고이 간직하고 싶다.

   그래서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