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 10.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안대희 네 분의 대법관이 임기만료로 퇴임하셨다. 대법원청사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사에서 네 분은 그 동안 몸 담아 온 법원을 떠나시면서 나름의 소회를 퇴임사에서 밝히셨다.  그 중 특히 김능환 대법관님의 퇴임사가 주목을 받았다. 

아래는 이에 관한 신문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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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12. 7. 11.자)

“헌재 때문에… 대법 판결까지 불복 만연”

 김능환 대법관 ‘작심 퇴임사’ “퇴임일 6년전 정해졌는데”
 청문 지연 국회에도 쓴소리


 
박일환, 김능환, 전수안, 안대희 대법관(왼쪽부터)이 1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퇴임식에 꽃다발을 들고 서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0일 퇴임한 김능환 대법관이 퇴임사를 통해 헌법재판소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퇴임 대법관이 ‘작심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 전 대법관은 10일 오전 11시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재가 가지는 법률의 위헌여부 심사권과 법원이 가지는 법률해석권한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이 국민 전체의 이익에 더 유익하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법원과 헌재를 통합하자는 취지다.

 

그는 “대법원이 최종적 판단을 해서 재판이 확정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거나 승복하지 않은 채 다른 불복의 길을 찾으려는 심사가 만연해 있다”며 “최근 사회지도자라고 할 수 있는 어느 저명한 분(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지칭)조차 ‘대법원이 아니라 헌재까지 가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법관은 헌재가 한 법률에 대해 여러 번 합헌 선언을 해놓고 나중에 갑자기 위헌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끊임없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아 재판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어느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를 선언하지 않고 어느 법률을 이렇게 해석하면 헌법에 위반된다고 한다”는 비판도 했다. 이는 최근 헌재가 GS칼텍스에 대한 700억 원대 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을 위헌 결정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헌재가 지난해 말 인터넷 및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선거운동을 규제한 공직선거법 93조 1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것과도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정위헌이란 ‘이 법률을 이렇게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형식의 일부 위헌결정으로 일부 법관은 이를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1988년 민주화의 결실로 출범한 헌재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국가권력의 남용을 견제한 공로가 있다”며 “합헌과 위헌이 뒤바뀌는 헌재의 결정은 시대정신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 전 대법관은 국회를 향해서도 “퇴임일자가 이미 6년 전에 정해졌는데 오늘에야 인사청문절차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퇴임하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사회지도자에 해당하는 분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행태도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이날 함께 퇴임한 전수안 전 대법관은 “흉악범이라도 국가가 살인형을 집행할 명분이 없고 종교적 신념 때문에 징역형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다수의견이 되는 대법원을 보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고 밝혔다. 안대희 전 대법관은 “법관은 법이론뿐 아니라 인문사회적 지식과 대중문화를 이해해 진정한 시대정신을 읽을 줄 알아야 하는데 밤늦게까지 업무에 매진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일환 전 대법관은 “선배에게는 편안함을, 동료에게는 믿음을 주고 후배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을 법관의 표상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