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2011. 2. 28. 신임법관 임명식에서 대법원장님이 하신 말씀이다.  

하급심은 물론 심지어 대법원에서 오로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리에 따라 한 민사판결에 대하여까지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집단 시위를 하면서 법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지금의 시대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진정한 법치주의를 구현할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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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법관 여러분 및 가족 여러분!

 

오늘 새로 법관의 길에 들어선 여러분을 사법부의 모든 구성원과 더불어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아울러 신임 법관들이 이 자리에 서기까지 아낌없는 지원과 사랑을 베풀어주신 가족친지 여러분께도 축하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법관이 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었습니다. 그런 만큼 여러분이 법관으로 첫발을 내딛는 이 자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만족하지 마시고 오늘 이 시간을 법관으로서 앞으로 이루어 나가야 할 새로운 꿈과 희망을 설계하는 계기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신임 법관 여러분!

 

우리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면서 법관의 신분을 엄격하게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의 규정은 법관이라는 자리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법관직은 더없이 막중하고 고귀한 자리입니다. 여러분은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입니다.

사람을 판단하고 사물의 시비를 가리는 법관의 일은 매우 두렵고도 어려운 것이기도 합니다. 법관도 불완전한 인간인 이상 이는 당연한 것입니다. 재판 경험이 많은 선배 법관이라 하여 재판이 쉬운 것은 아닙니다. 재판을 하면 할수록 남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다른 사람이 느끼지 못하는 기쁨과 희열이 있습니다. 이것은 물질적 풍요나 권세에 따른 즐거움과 안락과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여러분은 즐거운 마음으로 법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최선을 다해 주시기 바랍니다.

 

친애하는 신임 법관 여러분!

 

우리 사회가 모든 분야에서 급격히 변화하여 지금은 법관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이 그 권위에 복종하거나 판결에 승복하는 시대가 아닙니다. 과거에 법관의 권위의 상징이었던 법복과 높은 법대도 이미 그 상징적 기능이 퇴색되어 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알맞은 사고와 발상으로 법관직을 수행해야 합니다. 오로지 혼신의 힘을 다해 공정하고 투명한 재판을 하여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을 섬기는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재판다운 재판을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법관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법관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공간은 법정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법정은 법관이 단순히 판결 작성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공간이 아니라,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소송 때문에 앓고 있는 사회적 질병을 치유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법관이 법정에서 서류만을 수집하여 사무실에서 이를 읽고 하는 재판은 당사자들의 승복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국민이 바라는 법관의 역할도 변해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법관이 주로 국가기관이나 권력 등으로부터 국민의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는 수동적인 기능을 담당하였습니다. 이제 법관은 그러한 역할을 넘어 사법의 후견적ㆍ치유적 기능을 적극적으로 담당해야 합니다.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해결하거나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높아진 기대를 만족시키기 어렵습니다.

법관은 국민의 든든한 사법적 후견인으로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제대로 치료하고 실질적인 갱생을 도모하여 그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사법의 이러한 미래지향적 기능을 제대로 담당할 때 사회 구석구석에 실질적인 정의가 구현되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신임 법관 여러분!   

 

여러분은 하루빨리 법관에 걸맞은 실력과 인품을 갈고닦아야만 합니다. 법관이 그 실력과 인품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서는 좋은 재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재판은 법관의 실력과 인품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전인격적인 판단 작용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부단히 실력과 인격을 배양하지 않는다면 좋은 재판을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실무능력을 배양하는 데 힘써야 함은 물론,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을 통하여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이해하고 그 시비를 가릴 줄 아는 지혜와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초심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인간을 무한히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꾸준히 기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법관은 몸가짐을 항상 바르게 해야 합니다. 몸가짐을 바로 하는 일에는 공사의 구별이나 장소의 구분이 따로 없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든지 늘 자신을 경계해야 합니다. 혼자 있거나 남이 보지 않는다고 하여 그 경계를 늦추거나 마음을 놓을 수도 없습니다. 이것은 법관이라면 누구나 평생 동안 추구해야만 하는 기본 도리입니다. 법관이 이러한 덕목을 잃어버린다면 스스로 법관의 품위와 명예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신임 법관 여러분!

 

우리 사법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사법부가 제 역할을 다하여 사회 내에 실질적 법치주의를 조속히 구현하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도 법치주의를 저해하는 요소들이 사회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것은 사법부가 진정한 독립을 이루어 그 임무를 완수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단체, 언론기관, 정치권력 등 그 누구도 사법부가 소외당한 소수의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지켜 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장애를 딛고 사법의 역사적 사명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러한 염원이 꼭 이루어지도록 사법권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면서 추호의 흔들림 없이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사법부의 미래는 유능하고 전도양양한 여러분의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이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써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간다면, 우리 사법부는 반드시 질적인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법부가 국민의 마음을 얻는 진정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나고, 여러분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진정 국민의 법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날이 빨리 다가오도록 우리 모두 다 함께 힘과 지혜를 모읍시다.  

다시 한 번 신임 법관 여러분의 앞날을 축복하며, 이 자리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1.  2.  28.



대법원장    이    용    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