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건너다---貪天之功

2011.04.06 13:36

범의거사 조회 수:14124

 




이    가없는  꽃들을  즈려밟고서
나는  또  무사히  봄을  건너왔나  보다
                                
                      
                 

    

마침내 아침 출근길에 개나리의 노란 색이 눈에 가득 들어오는 봄이다.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 봄인가. 비록 방사능이 걱정되긴 하지만 내일은 봄비도 내린다고 한다. 바야흐로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야겠다.

 

오늘이 한식이다.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  

청명절() 당일이나 다음날이 되는데, 양력으로는 4월 5~6일경이다. 조상님 산소에 성묘를 하며 봄을 느끼기에 딱 쫗은 때인데, 지금은 예전과 달리 명절 대접을 제대로 못 받는다. 때를 잘 만나야 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니라 명절마저도 그런가 보다.
 
한식이라는 명칭은 이날에는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을 먹는다는 옛 습관에서 나온 것인데, 그 기원은 중국 진()나라의 충신 개자추(子推)의 혼령을 위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진의 문공()은 춘추5패 중 두번째 패자이다. 그러나 그가 패자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련을 겪어야 했다. 개자추는 문공() 과 19년간 망명생활을 함께하며 충심으로 보좌하였다. 문공이 굶어서 아사직전일 때 자신의 허벅지살을 베어 국을 끓여 먹일 정도였다. 그런데 문공이 망명생활을 끝내고 군주의 자리에 오른 뒤 그를 잊어버리고 등용하지 않았다. 개자추는 면산(緜)에 들어가 은거하였다.
개자추.gif   그의 어머니가 왜 문공에게 자신의 공을 말하지 않느고 물었다. 그러자 개자추는 이렇게 대답했다.
 
"군주에 대해 탐천지공(貪天之功)을 다투는 것은 도둑질을 하는 것보다도 더 수치스런 짓입니다. 차라리 짚신을 삼는 게 더 좋습니다."
[탐천지공은 하늘의 공을 탐내서 마치 자신의 공인 것처럼 한다는 뜻이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문공이 개자추를 계속 불렀으나 그는 응하지 않았다. 급기야 문공은 개자추를 산에서 나오게 하기 위하여 불을 질렀는데, 그는 끝내 나오지 않고 불에 타 죽고 말았다.
  이에 문공은 그를 애도하여 자추가 죽은 날 하루는 불을 사용하지 말라고 선포하였고, 그 후 이 날에는 찬밥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이 달에는 보궐선거가 치러지고, 1년 후에는 국회의원 충선거, 그리고 이어서 대통령선거까지 이어진다. 선거만 끝나면 서로 자기가 승리의 일등공신이라고 나서서 온갖 자리와 이권을 요구하는 작금의 세태에서 개자추의 고사를 다시 한 번 반추하여 볼 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