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그리움과 다향
2011.05.06 14:45
푸른 5월이다. 그리고 오늘이 입하(立夏)이다. 24절기 중 7번째 절기로, 이제부터 여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봄이 있었기에 벌써 여름인가? 이상기후인지, 이제는 그게 정상기후인지 헷갈리는 요즘의 날씨 덕분에 봄을 잊고 사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을 하늘에 대고 원망하여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마는,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마음에는 사라져 버린 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것을 어찌하리...
싱그러운 계절, 푸른 5월은 햇차를 즐기는 때이기도 하다. 통상 곡우를 기준으로 그 전에 딴 차를 말 그대로 우전(雨前)이라고 하여 최고로 치는데, 이건 중국의 따뜻한 남쪽지방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우리의 기후상으로는 곡우보다 한 달 뒤인 입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다.
한국의 다성(茶聖)으로 평가받는 초의선사(草衣禪師)가 쓴 동다송(東茶頌)에 의하면, 중국의 다서(茶書)는 차를 구분하여 "곡우 5일 전이 가장 좋고, 5일 뒤가 다음으로 좋으며, 그 5일 뒤가 그 다음으로 좋다고 하였다. 그러나 경험에 따르면 한국차의 경우 곡우 전후는 너무 빠르고 입하 전후가 적당하다 (以穀雨前五日爲上 後五日次之 再五日又次之 然驗之 東茶 穀雨前後 太早 當以立夏前後 爲及時也)" 는 것이다.
지금 강진의 백련사에서 반야차를 만들고 계신 여연스님도 같은 말씀을 하신다. 그러면 우리는 최고의 차를 우전이 아니라 하전(夏前)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소나무 아래 정자는 아니더라도 창가에서나마 우전차의 다향을 맡으며 바람결에 묻어오는 신록의 선연한 모습을 눈에 담아 봄은 어떠할는지...
푸른 5월이다.
그나저나 곡우차를 입에 물고 오던 강남 제비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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