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려운 숙제

2010.02.16 11:58

범의거사 조회 수:13495

   소위 "진승현게이트"와 관련하여 신광옥 전 법무차관에 대한 조사와 구속영장 청구가 초미의 관심사로 되어 있고, 곧 이어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혐의가 인정되면 역시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범죄혐의자에 대한 수사단계에서의 구속 여부와 재판단계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의 형량의 결정, 이는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판사에게는 언제나 풀기 어려운 숙제이다. 그 적정화를 위하여 대법원에서는 주기적으로 형사사건 담당 법관회의를 개최하여 중지를 모으고 있고, 각종 책자도 발간하고 있지만, 애당초 일거에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일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개개 법관의 전인격적 판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한다 해도 컴퓨터에 맡겨 재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지만, 생각의 흐름, 시대조류가 있으므로 그 흐름의 방향을 정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항상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지 않을까.
과거 어느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개진하면서 "한 마리의 제비가 봄을 만들지는 않더라도 그 제비가 전한 봄소식은 기어이 오는 법"이라고 일갈하였다.

아래의 기사를 읽으며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그보다 더 먼 날 후의 수사와 형사재판은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를 그려본다. 막연히.....  
        

(동아일보 2001/12/20 18:16)

                  현직판사 “인신구속 남발하며 정작 판결은 관대”


현직 판사가 “유죄판결을 받지도 않은 피고인에 대해 인신구속을 남발하면서 정작 판결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현행 형사재판 관행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남근(尹南根) 서울지법 형사4단독 판사는 19일 대법원에서 열린 형사실무연구회에서 ‘불구속재판의 실천적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고 “잘못된 구속 관행 때문에 적정한 양형이 선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판사는 “최근 영장실질심사가 정착되기는 했지만 피고인의 신병확보를 위한 절차적 수단에 불과한 구속을 범죄의 응징으로 여기는 경향이 여전하다”며 “단지 범행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형벌부터 부과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횡포이자 인간 존엄에 대한 도전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윤 판사는 “잘못된 구속관행은 형사소송법의 근간인 무죄추정의 원칙과 공판중심주의 등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피고인의 충분한 자기방어 기회를 박탈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판사는 중형선고에 부담을 느껴 관대한 처벌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원의 보석 허가는 일종의 시혜처럼 여겨지지만 원래는 피고인의 당연한 권리이므로 판사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는 피고인의 경우 구속적부심과 보석 등을 통해 반드시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판사는 대신 징역 6월 이내의 단기실형 선고 등을 통해 형량의 적정성과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실형을 선고받을 경우 5년 동안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도록 돼 있는 현행법상 아무리 단기라고 해도 실형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주장에 우려를 표시했다.<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