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의 해에 쓰는 입춘방

2012.01.30 14:17

범의거사 조회 수:10657

 

60년만에 찾아왔다는 흑룡의 해가 시작되어 벌써 한 달이 다 지나가고 있다.

그 사이에 민속명절 설도 지났다.

 

흔히들 지구 온난화로 아열대기후가 되어 간다고 하는데,정작 겨울은 여전히 춥기만 하다.

또다시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가 예보되고 있다.

전에는 아무리 추워도 삼한사온이 있어 그나마 인간미가 느껴졌건만,

이제는 그것이 그야말로 옛말이 되어 버리고 추위가 한번 몰려 오면 물러날 줄 모르니,

기후도 삭막해진 세태를 기후도 따라가는 모양이다.

한동안 푸근하다가 하필이면 설날에 매서운 추위가 몰아닥치는 것은 무슨 조화인가.

 

온난화가 고작 서울 하늘에서 눈만 없애 버려

백설이 만건곤하는 설국의 풍경을 즐기는 낭만만 빼앗긴 기분이다. 

마지못해 어쩌다 오는 눈은 시작과 동시에 그치는 통에 겨울가뭄이 해소될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

겨울가뭄이 심하면 여름에 흉년이 드는데...

 

지난 해만 해도 사무실에서 우면산의 설경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는 그곳에는 먼지만 펄펄 날리고 있다. 

내일은 눈이 온다고 하니 마지막으로 기대하여 볼까.

 

용이 승천하면 천변만화가 일어난다는데,

요즘의 날씨를 보면 그 천변만화가 좋은 방향으로만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아직도 혼돈 속에 있고,

그 바람에 경제는 자꾸 뒷걸음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의 주요국가가 선거열풍에 휩싸여 있어,

올 한 해가 과연 태평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승천을 준비하고 있을 흑룡에게 제물이라도 바치고 고사를 지내 볼까.

그 제단에

 

 "國泰民安 家給人足"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하니, 집집마다 살림이 넉넉하여 사람들이 풍족하다)

 

이라고 방을 써붙이는 것은 어떨까.

 

이제 몇일 후면 입춘이다.

흑룡에게 재를 올리는 제단에 써붙일 방을 그대로 입춘을 맞는 입춘방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이런 절절한 소망이 나만의 생각은 아니리라. 

 

동장군이 제 아무리 기승을 부린들 곧 봄이 올 것이다.

손가락 끝에 봄바람 불거든 하늘의 뜻을 살펴 볼거나.

(指下春風  乃見天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