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인가 먼 나라인가

2012.05.28 21:59

범의거사 조회 수:14120

 

   우리에게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떤 존재일까. 이웃나라인가 먼 나라인가. 이는 고대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적인 화두가 아닐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웃나라 국민을 강제 동원해 노역을 시켰던 나치 정권을 승계한 독일은 정부와 당시 강제 노역에 관여했던 기업이 나서서 나치 정권의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생존자 150만 명에 대해 1999년 12월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강제 노역을 시켰던 독일 기업들은 독일 정부가 50억 마르크를 출연하기로 한 것에 더해 강제 노역 보상금 모금 재단을 만들어 기금을 모은 뒤 배상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에 같은 짓을 저질렀던 일본은 어떤가. 그들은 이제껏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일본의 정부도 기업도, 그리고 사법부까지도...

 

   보다 못한 우리나라의 대법원이 2012. 5. 24. 이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강제 노역의 피해를 배상하라고.

 

   아래는 이를 가장 심도 있게 다룬 동아일보의 기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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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日帝 강제징용 배상해야”] “강제징용, 日기업 배상의무 있다”

 

대법, 日최고재판소 배상불가 판결 정면 반박

“식민지배 합법성 전제로 한 판결 인정 못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으로 나왔다. 1945년 광복 후 67년 만이다. 피해자들이 1995년 일본에서 처음 소송을 낸 이후로는 17년 만이다. 이번 판결은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제기한 동일한 소송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가 내린 패소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

다.

강제징용.jpg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1941년부터 1944년 사이에 일본으로 강제 동원된 여운택 옹(89) 등 강제징용 피해자 9명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및 임금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24일 사건을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양국 간 재정적 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따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며 “협정 적용 대상에는 일본이 관여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징용 피해자들의 소송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2003년과 2007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한국인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는 합법적이기 때문에 일본이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한국인에게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또 2009년 부산고법과 서울고법 등에서 내려진 항소심 선고에서는 “대한민국 법원이 일본 판결의 효력을 승인하는 것이 헌법정신에 위반되지 않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은 일제의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본 최고재판소가 내린 패소 확정 판결을 승인할 수 없고 △일제강점기에 징용을 했던 옛 미쓰비시와 현재의 미쓰비시, 옛 일본제철과 현재 신일본제철의 동일성이 인정되며 △한일청구권협정 체결로 징용 피해자들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고 △민법상 권리행사 기간인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앞으로 부산고법과 서울고법에서 열릴 파기환송심에서는 새로운 쟁점이 다시 돌출되지 않는 한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원고 승소로 판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파기환송심에서는 원고들이 손해배상액으로 청구한 1억∼1억100만 원 가운데 배상액을 정하게 된다. 일제강점기에 군인과 노무자 등으로 강제징용을 당해 피해를 봤다고 정부에 신고한 사람은 전국적으로 22만4835명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Society/Law/3/0304/20120525/46504828/1

   

 

[대법 “日帝 강제징용 배상해야”]  “개인 청구권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소멸한 것 아니다”

 

대법, 징용배상 첫 판결… 日최고재판소 판결 뒤집어

 

   대법원의 24일 판결은 일제강점기 식민지배로 피해를 본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여러 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을 인정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심인 김능환 대법관은 “건국하는 심정으로 이 판결을 썼다”고 주변 지인에게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① 일제 식민지배는 불법, 국민징용령도 무효

 

   대한민국 대법원 판결과 일본 최고재판소가 내린 판결은 4가지 쟁점에서 판단이 크게 갈렸다. 우선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제강점기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식민지배를 합법이라고 봤다. 따라서 당시 일본인에게 적용한 국민징용령을 한국인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동원은 합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우리 헌법에 비춰 볼 때 일제의 식민지배는 불법적인 강점(强占)에 지나지 않는다”며 “당시 강제동원도 당연히 불법”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일본 법원의 판결 효력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217조 3호는 ‘외국 법원이 내린 확정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법인만 바꿨다고 다른 회사 아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강제징용 주체인 옛 미쓰비시, 옛 일본제철과 현재 미쓰비시, 신일본제철은 법인이 달라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채무를 승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인을 변경한 배경에 주목했다. 일본은 패전 직후인 1946년 일본 기업들이 부담할 배상 채무와 노무자들에 대한 미지급 임금 채무 등을 해결하기 위해 ‘회사경리응급조치법’과 ‘기업재건정비법’을 제정해 회사의 사업과 재산 등을 정리했다. 옛 미쓰비시와 일본제철도 이 법에 따라 1950년 해산된 뒤 여러 절차를 거쳐 1964년 지금 법인으로 바뀌었다. 대법원은 “법인만 바뀌었을 뿐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라고 판단했다.

 

③ 한일 청구권협정이 국민 개인의 청구권까지 없앨 수 없어

 

   한일 청구권협정은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문제에서 늘 피해자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이었다. 1965년 한일이 체결한 ‘한일협정’의 부속협정인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제2조는 “양국의 모든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돼 있다. 일본은 이 조항을 들어 청구권의 소멸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반(反)인도적 불법행위나 식민지배와 직결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2005년 8월 국무총리실 산하 ‘한일회담 문서 공개 후속대책 민관공동위원회’는 청구권과 관련해 이 같은 해석을 내놨었다. 대법원이 이 위원회의 해석을 판단의 준거로 삼은 것이다.

 

④ 민법상 소멸시효 안 지나

 

   일본 최고재판소는 한일 청구권협정이 아니더라도 원고의 청구는 일본 민법상 제척기한인 20년과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 소멸시효(10년)가 완성됐다는 이유를 들어 기각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은 “민법상 채권의 소멸시효(발생일로부터 10년, 안 날로부터 3년)가 완성돼 청구를 거절한다는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고 일축했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없어졌다는 설이 많아 개인이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성낙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제강점기 피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일본 측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Society/3/03/20120525/46505087/1

 

“기존판결에 구애받지 말고 원점서 재검토하라” 김능환 대법관의 소신

   강제징용 배상 판결때 청구권 적극해석 주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대법원의 첫 손해배상 인정 판결에 한일청구권협정 해석에 관한 쟁점이 새롭게 포함된 것은 이 사건 주심인 김능환 대법관의 남다른 소신과 해박한 법리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당초 이 사건의 1, 2심 쟁점에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민사법의 대가(大家)’인 김 대법관이 판결의 법적완결성을 구현하기 위해 원심 판결문이 직접 쟁점으로 삼지 않았던 한일청구권협정까지 쟁점으로 다뤄 대법원 판결문에 넣었다는 것.

27일 법원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법관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을 검토하면서 “1, 2심 쟁점 판단에 머무르는 일반적 대법원 판결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김 대법관은 사건의 기초 자료와 쟁점을 정리해 대법관을 보좌하는 재판연구관들에게 “국내외 기존 판결과 다수 의견에 구애받지 말고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대법원에는 ‘전속재판연구관’이 대법관마다 3명씩 총 36명이 배치돼 있다. 또 특정 대법관에 전속되지 않으면서 중요사건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공동재판연구관 68명이 있다.

이에 따라 민사를 담당하는 공동재판연구관 2개조(1조는 10∼12명) 가운데 5, 6명은 2009년 3월 이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직후부터 3년여간 자료수집과 법리 검토에 매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 사건의 원고들이 과거 미국과 일본에서 소송을 내 패소했던 판결문 원문은 물론이고 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미국과 일본에서 패소한 판결문도 샅샅이 살펴 외국 판결이 어떤 논리로 구성돼 있는지를 치밀하게 파악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주변국 사람들을 강제 동원해 노역을 시킨 독일 기업들이 재단을 만들어 피해를 배상한 것을 연구한 국내 논문들도 심도 있게 검토됐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3년간 수집한 자료를 쌓으면 최소 2m는 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쟁점에 대한 기초분석과 검토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 대법관은 검토결과를 보고받을 때마다 보완이 필요한 쟁점을 지적해 추가 검토를 지시했다. 한일청구권협정 해석 등 난해한 새 법리를 구성하는 것은 온전히 김 대법관의 몫이었다. 징용피해자 사건 외의 다른 일반 사건도 배당받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탓에 김 대법관은 밤에 대법원 청사에 남아 일하는 날이 잦았다. 대법관의 야근이 늘자 보좌하는 재판연구관들은 더 바빠졌다. 재판연구관은 원래 야근을 밥 먹듯 하지만 이 사건을 검토한 연구관들은 평일에 매일 야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말 이틀 가운데 하루는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의 내부 검토 과정에서는 한일청구권협정 해석을 판결에 포함할지를 놓고 일부 신중론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정부가 외교적으로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어서 이번에는 일본 판결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정도만 대법원 판결문에서 밝히고 파기환송심에서 먼저 판단한 뒤 대법원이 최종 판단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김 대법관은 “이번 기회에 대법원이 최종적인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천명을 해야 한다. 17년간 소송에 매달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를 더는 미루게 해선 안 된다”며 적극적으로 사안을 밀고나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사건의 합의과정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외부로 새나간 적이 없다”며 “이 부분은 알 수도 없고, 알려져서도 안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3/all/20120528/46561341/1

 

 

[日 언론] “한국 대법원 판결은 밥상 뒤엎는 일”

 

“지금까지의 주장과 모순”… 한국정부 대응에 촉각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이미 차려진 밥상을 뒤엎는 일이다.”

 

   ‘일제 징용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유효하다’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일본 언론은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주장해온 입장과 모순된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소송을 당한 일본 기업들이 손해배상을 끝까지 거부할 경우 한국 정부가 어떻게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아사히신문은 25일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주장해 온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한일청구권 협정 대상에 포함되고 일본군 위안부 등 일부 사안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입장에서 일본과 협상해 왔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일 양국이 협정으로 해결한 피해보상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은 일본 입장에서 보면 밥상을 뒤엎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 판결과 달라도 한국 내에서는 효력을 갖게 된다”며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지불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또 신문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관련 일본 기업이 200여 개에 달해 실제로 한국인 피해자들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산케이신문은 “소송 원고 측은 ‘판결이 확정되면 한국에 있는 일본 기업의 자산을 압류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 일본 기업이 거부하면 한국 정부의 공권력 행사가 필요하다”며 “이럴 경우 한국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어긋나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한일 외교가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도쿄신문은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안부 판결에 이어 대법원 판결로 한일 외교는 전후 보상과 역사문제의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런 판결이 잇따라 나온 것은 한국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얻게 되자 일본에 자기주장을 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게 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출처 : http://news.donga.com/Society/Law/3/0304/20120525/465329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