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의 白眉

2010.02.16 13:16

범의거사 조회 수:13334

  며칠 전에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서울대학교의 경제학과에 재학중인 학생의 3/4이 사법시험공부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경제학과는 학문의 길에 뜻을 둔 수재들의 집합소로 여겨졌었다. 설사 고시공부에 뜻을 둔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정부의 재무관료가 되기 위하여 행정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따름이다. 그랬는데....  

  대학이 온통 고시학원화되어 가고 있어 큰 일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아울러 사법시험 합격자 중 비법대생의 비율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공지의 사실로 되어가고 있다. 모두 사법시험 합격자의 숫자를 대폭 늘려 놓은 후 나타난 현상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가? 이러다가 대학이 대학으로서의 기능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사법시험 합격자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을 언제까지 기득권의 보호로만 치부하고 매도할 것인가? 정말이지 이젠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다른 사회과학이, 인문과학이, 심지어 자연과학이 다 몰락해도 좋다는 것이 아닐 바에야, 하다 못해 법과대학의 정원을 대폭 늘려서라도 적어도 법과대학 졸업자에 한하여 응시자격을 주는 것으로 제한하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아래 신문기사를 읽고 응시자 3만명 중 법과대학생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생각하며 비정상의 극치를 보는 느낌이 들은 것은 나만의 노파심인가...  


(동아일보 2002/03/01)

                                 사법시험 응시자 3만명 돌파

  사법시험 응시자가 처음으로 3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처음으로 법무부가 주관해 1일 실시한 44회 사법시험 1차 시험에 응시원서를 낸 인원은 2만7655명이며, 지난해 1차 합격자까지 합쳐서 사법시험 응시자는 모두 3만2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사법시험 응시자는 2만6761명이었으며 2000년에는 2만3249명이 응시해 매년 3000여명씩 응시자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법무부는 또 이날 치러진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1만2287명이 응시원서를 냈으며 이 중 1만680명이 사법시험 1차 시험에도 동시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2일 이번 시험 정답 가안을 발표하고 수험생들의 이의 신청을 접수해 검토한 뒤 이달 말 최종 정답을 확정할 예정이다.
  올해 사법시험 합격자는 1000명, 군법무관 임용자는 25명으로 예정돼 있다.

  사법시험은 지난해까지 행정자치부가 주관했으며 올해 법무부로 이관됐다.(이명건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