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

2010.02.16 14:29

김용담 조회 수:14023


  법원 가족 여러분!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법원 안팎의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중요한 시기에 법원행정처장의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차장으로 몸담았던 법원행정처로 다시 돌아오게 되어 감회가 새롭습니다만, 사법부가 당면하고 있는 많은 과제들을 생각하면 한편으로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특히, 지난 해 법원조직법이 개정되어 법원행정처장을 대법관이 맡도록 한 것은, 재판제도와 사법행정이 좀 더 긴밀한 연계 속에서 효과적으로 상호 발전해 가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할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법원행정처장으로 취임하면서 저는 먼저, 그 동안 사법부 발전을 위하여 애써 오신 전임 장윤기 처장님을 비롯한 역대 행정처장님들의 업적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맡은 바 소임을 헌신적으로 수행하여 온 전국의 모든 법원 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몇 년간 사법부는 구술심리와 공판중심주의의 강화, 민원업무의 혁신 등 여러 면에서 많은 변화와 개선을 이루었습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의 한결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많은 일들이 서서히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이루어 낸 것이 아직 만족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고 국민들의 높은 기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든 제도는 부단히 개혁, 개선되지 않으면 정체되고 퇴영하는 것이므로, 국민이 법원의 변화와 발전을 피부로 느끼고 수긍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모든 노력과 정성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의 사법개혁 작업에 의한 구체적 결과물인 형사소송법의 정신이 재판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하고, 새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이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아울러 당사자에게 감동을 주는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만이 사법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길임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친애하는 법원행정처 가족 여러분!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사법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법원행정처가 감당해야 할 역할은 크고 무겁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법관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법원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법원의 주인이라는 자긍심을 갖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원행정처는 법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은 물론 법관들이 ‘재판 잘 하는 일’에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도록 모든 면에서 뒷받침하여야 한다는 것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지난 수년간의 폭넓은 제도개선과 나날이 증가하는 사건 부담 속에서 힘겨워 하는 법관들의 짐을 덜어 주고,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될 수 있는 작은 일 하나하나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법원 직원 각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우리 법원을 건강하고 즐거운 일터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법원 직원의 고충을 아주 작은 것이라도 소홀히 여기지 말고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법원행정처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법원행정처 가족 여러분이 그 동안 행정처에 부여된 책무를 다하기 위해 개인생활의 희생을 감내하면서 남다른 노력을 해 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점에 대하여 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각급 법원의 시각에서는 여전히 이해나 공감이 되지 않는 정책이 있을 수 있고,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항상 이 점을 잊지 마시고, 각급 법원과 법원가족에 대한 지원과 배려에 모자람이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살펴 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친애하는 법원 가족 여러분!

  저는 1972년에 판사로 임관한 후 36년 동안 법관과 대법관으로 재직하였고, 이제 1년 8개월의 대법관 임기를 남긴 시점에서 법원행정처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중책이기는 하지만, 대법관 임기의 마지막을 전국의 법원 가족과 두루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면서 지날 수 있게 된 것을 커다란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제가 맡은 일에 온 힘과 정성을 다함으로써 국민과 법원가족으로부터 받았던 과분한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법행정이 될 수 있도록 법원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열린 마음과 자세를 가지고 그 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겠습니다.  각급 법원의 의견을 널리 수렴하여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법정책을 수립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법원 가족 여러분께서도 우리 사법의 미래가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고 아낌없는 성원과 협조를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우리 모두의 고된 땀방울이 한 데 모아져야만 국민이 진심으로 신뢰하고 존경하는 사법부가 될 것입니다. 국민들이 사법의 기능과 역할에 대하여 긍정과 격려의 미소를 지을 때까지, 우리 모두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노력을 멈추지 맙시다. 그 과정에서 지치고 힘드실 때마다 제가 여러분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늘이 될 수 있도록 저의 모든 열의와 정성을 다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8.  1.  21.

                                                               법원행정처장   김  용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