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람이 얼마나 불까

2017.12.26 22:28

우민거사 조회 수:9802


지난 22일이 동지(冬至)였다.

마침내 낮이 길어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제 닷새 후면 해가 바뀌어 새 해가 시작된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현직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부터 시작된 폭풍우와

북한 김정은의 연이은 핵 및 미사일 도발로 인하여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한반도의 지난 1년은 혼돈의 세월 그 자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지난 1년처럼

사회의 이른바 거물급 내지 유력인사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에 관한 이야기가 계속 인구(人口)에 회자되고

6.25 동란 이후 지금처럼 전쟁 이야기가 자주 신문지상을 장식한 때가 있었던가.

이에 더하여, 입법, 행정, 사법의 각 기관마다 제 나름의 문제들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 근로시간의 단축, 금리인상, 외국으로부터의 통상압력 등 각종 대형 이슈로 경제계도 몸살을 앓고 있다.

거기에 제천에서의 대형 화재로 인한 참사까지 세모를 장식하니,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마음이 어떠할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닷새 후면 시작될 무술년 새 해를 맞이하기 위하여 새 달력을 벽에 걸며

조선시대 중종~선조 연간(1526-1576)의 문인 姜克誠(강극성)이 지은 시 題新曆(제신력)”을 떠올린다.

두 차례에 걸친 사화(士禍)를 지켜본 시인의 마음이 

그로부터 600여 년이 지난 작금에도 절절히 전해져 옴은 무슨 연유일까.

 

    天時人事太無端(천시인사태무단)      날씨며 사람 일이며 종잡을 수 없는지라

    新曆那堪病後看(신력나감병후간)      병 앓은 후에 새 달력 걸고 보려니 감당키 어렵구나.

    不識今年三百日(불식금년삼백일)      알 수 없어라, 올 한 해 삼백예순다섯 날

    幾番風雨幾悲歡(기번풍우기비환)      또 얼마나 비바람 불고 얼마나 울고 웃을지.

 

어제가 크리스마스였다.

기독교 신자인지 여부를 떠나 예수님 탄생의 의미,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음미하여 보면 어떨까.

하룻밤 자고 나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전긍긍하는 피곤한 삶이 아니라,

이 땅에 사랑이 넘쳐나 모두가 안락한 삶을 누리는, 그런 세상이 오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한낱 촌부에게 국한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국태민안(國泰民安)을 빌어본다.

아울러,

다가오는 무술년은 슨 일이든지 술 풀리는 해가 되기를 다 함께 기도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