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망?

2010.02.16 13:34

귀타도사 조회 수:13220

  올 해 달력도 어느 새 마지막 한 장만 남았다. 법창에 기대어 세모를 바라보다가 문득 4년 전인 1999년 12월에 20세기의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품었던 작은 소망을 떠올린다.
  그 소망은 새로운 십 년, 새로운 백 년, 새로운 천 년의 시대에는 조용한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세상, 내 것을 존중하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4년, 무엇이 달라졌을까?

  黨利黨略에만 얽매인 소모적인 政爭은 그칠 날이 없고, 대기업들의 사무실이 차례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경영진들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고, 길거리에는 화염병마저 난무하는 판에 조용한 세상에 대한 기대는 緣木求魚일 뿐이다.
  '전문가'의 의견은 기득권자의 논리 아니면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되고 門外漢의 單線的 구호만이 설치는 마당에 常識이 통하는 세상을 바라는 것은 너무나 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거기에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똑같아야 한다는 平等權萬能思想은 날이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린다.
  유일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 것을 존중하는 세상으로의 변화 조짐인데, 그것이 그만 요즘에는 도가 지나쳐 국익은 외면한 채 자존의식만 외치는 통에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왕따'가 되기를 자초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한다.

  결국 예나 지금이나 법창에 비친 풍경은 별로 달리진 게 없는데, 이제부터는 어떤 소망을 가져볼까? 4년 전의 소망을 다시 가져볼까? 아니면 눈 감고 귀 막고 입 막은 채 건강하게나 살자는 소망이나 가져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