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날(1114)을 전후하여 반짝 추웠던 날씨가 풀리면서 비가 내리고 이어서 비교적 포근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래서 24절기 상으로 소설(小雪)이었던 어제도 밤낮의 기온이 모두 영상이어서 눈이 오지 않았다. 오히려 내일은 전국적으로 비가 올 거라고 일기예보는 전한다.

    이제는 달력상의 24절기가 실제의 날씨와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느낌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렇게 될 것 같다. 지구 온난화가 그 주된 원인이 아닐까 싶다. 이래저래 예측이 어려워져 가는 날씨 탓에 일기예보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힘들어지지 않을는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과거의 대학입시일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수능시험 날이 되면 한파가 찾아온다. 맞춤형 날씨라고 해야 하나, 마치 조물주가 보고 있다가 때 맞춰 추위를 보내는 것만 같다. 올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그 전날에 비해서 수은주가 뚝 떨어진 1114(바로 올해 수능시험을 본 날이다),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2-3일 감기 기운으로 기침을 하셨지만 크게 걱정할 바는 아니었다. 고령으로 기력이 떨어져 요양병원에서 1년 여를 보내고 계셨지만, 특별한 질병이 있었던 것이 아닌 마당이라, 갑작스런 부음에 당혹스러울 따름이었다.

    오히려 내년이면 아흔이 되시는 분이 진즉에 환갑이 넘은 아들을 보고 조석으로 어디 가냐? 춥지 않냐? 밥은 먹었냐? 배고플 텐데 얼릉 가서 밥 먹어라라고 걱정하셨던 터라, 그렇게 갑자기 떠나신 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람이 죽는 것은 진정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지는 것에 다름없는 것이런가.

    어머니를 여주 선영에 모시던 날(1117)은 왜 그리도 종일토록 비가 내리는지... 돌아가시는 날까지도 환갑 넘은 아들이 춥거나 배고플까봐 걱정하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그 빗속에 어른거렸다.

촌부의 애닯은 심사를 알기라도 하는 것일까, 빗줄기 사이로 불어오는 서풍과 하늘을 가로질러 날으는 기러기 소리가 예사롭지 않았다.


어인 일로 서풍은 불어 나무숲을 흔들고(何事西風動林野),

찬 기러기 울음소리는 먼 하늘에서 맴도는가(一聲寒雁唳長天)    


  장례를 모두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는 귀경길 내내 득통(得通)선사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람이 날 때는 어느 곳에서 왔으며,

죽어서는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는 것은 한 조각 뜬 구름이 생겨나는 것이고

죽는 것은 그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지는 것이다.

뜬 구름 자체는 본래 실체가 없나니

죽고 사는 것 또한 이와 같다네.

 

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지듯 그렇게 어머니는 가셨지만, 남아 있는 아들은 생전에 좀 더 잘해드리지 못한 회한에 가슴이 미어졌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부디 극락왕생하여 편히 지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