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글 방치 통신사업자 책임

2010.02.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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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세용기자. 2001. 4. 30.)
  자신이 운영중인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 등장한 명예훼손성 글을 삭제하지 않은 인터넷 사업자도 이 글로 인한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람을 비방한 당사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에 이은 법원의 이번 판결은 손해배상 책임을 크게 확대한 것이어서 사이버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 인정과 명예훼손의 책임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閔日榮 부장판사)는 30일 함모씨(29)가 자신을 비방하는 글이 게시판에 올려졌는데도 이를 방치했다며 정보통신망 사업자 H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뒤집고, "피고는 원고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의 게시판에 게재된 글은 `다른 이용자나 제3자를 비방하거나 중상 모략으로 명예를 손상한 글'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원고와 정보통신 윤리위원회의 시정 요구에 따라 이 글의 게재 사실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무려 5∼6개월 가량 삭제 등의 조치없이 방치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는 이로 인해 원고에게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했음이 명백하므로 전자게시판 관리의무 위반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전자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가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판에 올려진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이를 삭제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함씨는 H사의 전자게시판에서 모 연예인을 험담한 A씨를 상대로 지난 99년 1월 `더 이상 이런 글을 올리면 고소하겠다'는 글을 게시한 데 대해 A씨가 `자기 영웅적 심리에 도취, 병적 열광상태' 등 글을 올려 H사측에 삭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자 A씨와 회사를 상대로 각각 소송을 냈다.

(참고) : 함씨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는 A씨는 함씨에게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선고되어 이미 확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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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일보 2001. 5.1.자)  
  인터넷상에 떠 있는 명예훼손 글에 대해 삭제 요청을 받고도 이를 방치한 PC 통신 사업자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사이버 공간에서 자행되는 불법행위에 대해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ISP)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처럼 실정법의 적용과 준수가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사실관계와 판결 〓PC통신 하이텔 가입자인 함모씨(29)는 99년 1월 안모씨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모 연예인을 험담하자 이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안씨는 이에 대해 '자기 영웅적 심리에 도취''정신상태가 의심되는 형편없는 저질 스토커 경향' 등 함씨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고 함씨 는 하이텔에 삭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하이텔은 안씨에게 경고메일을 보냈을 뿐 5개월 동안 안 씨의 글을 그대로 방치했다. 이에 함씨는 안씨와 하이텔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내 안씨에 대해서는 200만원의 손해배상 확정 판결을 받아냈다. 하이텔에 대해서는 "ISP의 책임까지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서울지법 민사 항소4부(민일영: 閔日榮부장판사)는 27 PC통신 운영자도 게시물 관리에 책임이 있다며 1심을 깨고 "하이텔은 함씨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실태와 규제 논란 〓그 동안 명예훼손과 저작권 침해 등 온라인 상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 규명과 규제는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인터넷 게시판은 '불법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온갖 비방과 욕설 등이 난무한 상태다. 이른바 '안티사이트'에서는 욕설 수준을 넘은 인신공격까지 여과 없이 이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상당수 인터넷 사용자들이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해 인터넷을 '불법의 바다'로 만들고 있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인터넷 법률 사이트 '로앤비'의 이해완(李海完) 변호사는 "비방성 글이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운영자에게 이런 부담까지 지울 경우 인터넷 산업의 발달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 판례 〓미국에서는 명예훼손과 저작권 침해의 경우가 다르게 취급되어 명예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편이지만 최근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추세다. 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CDA)'은 ISP의 명예훼손 책임을 면제하는 근거조항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을 전면 부인한 '제란(Zeran)' 판결 등이 나왔다. 그러나 98년 제정된 '디지털밀레 니엄 저작권법'은 저작권 침해행위를 통보할 경우 ISP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 등 유럽에서는 명예훼손을 포함한 불법행위책임을 더욱 엄격하게 묻는 추세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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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설 2001. 5. 2. 자]

       `인터넷 비방` 어떻게 막나

  인터넷상에 떠 있는 명예훼손 글에 대해 삭제요청을 받고도 이를 방치한 PC통신 사업자에게 1백만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PC통신사가 피해자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서 `다른 이용자나 제3자의 명예를 손상하는 글` 에 해당하므로 시정해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5~6개월간 삭제하지 않아 정신적 피해를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정보화 사회는 현대인에게 싫든 좋든 두개의 세상에서 동시에 살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사회를 살아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존엄성을 서로 지켜주는 일이다.

  근래 들어 인터넷 게시판에 심한 욕설을 올리는 것은 줄어들고 있으나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을 지나치게 모욕한다든지, 특정인에 대한 거짓정보를 올리는 일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운영자가 비방 글에 대해 일일이 책임져야 한다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이를 우려한 운영자가 게시물 관리 차원에서 삭제를 남발해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개인의 존엄이 누구에 의해서도 침해당해서는 안되듯 가상공간의 세계에서도 개인의 존엄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특히 가상공간에서는 익명의 존재로 자유로운 견해를 표출하면서 동시에 무책임한 비방을 남발할 위험성도 크다. 따라서 표현의 자유와 운영자 및 개인 명예를 보호하는 3박자를 구비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사이버 상의 명예훼손과 관련된 재판은 반드시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소송을 제기하도록 함으로써 운영자가 심의결과를 반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보장하는 한편, 운영자는 각 게시판에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과 윤리위원회 피해신고 절차를 알려줄 것을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리라고 본다.

  근본적으로는 컴퓨터 활용 기능습득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사이버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교육이 어린 시절부터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