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변호사'는 어디에도 없다

2010.02.16 11:40

퍼온 글 조회 수:1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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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Digital]'국제 변호사'는 어디에도 없다

‘국제 변호사’ 바람이 불고 있다. 정계와 재계 법조계로 진출해 활발하게 활동하는 ‘국제변호사’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 정치인중에 ‘국제변호사’라는 직함을 사용하는 사람도 있으며 일부 외국인 변호사들은 ‘국제변호사’를 자처하며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끌기도 한다.

‘국제변호사’를 꿈꾸며 미국 로스쿨로 유학을 떠나는 학생도 여전히 많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워싱턴 대학에는 한국 유학생이 30명 가까이 되는데 그중 로스쿨 재학생이 6명으로 가장 많다. 서울 강남의 유학 학원에서는 로스쿨 특별과정을 개설해놓고 있으며 로스쿨 전문 인터넷 사이트도 등장해 성황이다.

그러나 정작 법조계에서는 “국제변호사는 없다”고 단언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97년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국제변호사’라는 ‘정체불명의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변협은 또 전화번호부에 ‘국제변호사’라고 이름을 올린 일부 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들에게 “변호사 자격 사칭의 소지가 있다”며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실제로 ‘국제변호사’라는 용어는 법령이나 공식문서에서 사용되지 않는다. 변협의 한 간부는 “국제변호사라고 하면 미국 법정에도 가고 한국에서도 소송을 하는 국제적인 변호사를 연상하기 쉽지만 그런 변호사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법조인들은 ‘국제변호사’ 대신 ‘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 또는 ‘미국 변호사’라는 명칭이 정확하다고 말한다. 외국변호사는 5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중 90% 이상이 미국 변호사다. 법률시장 개방에 대비해 국내로 들어온 교포 2세출신 미국 변호사도 상당수 있다.

그러나 이들 외국 변호사의 활동상과 지위는 개인차가 있다. 일류 로펌이나 투자회사 재벌그룹 등에서 ‘국제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변호사도 있지만 수십명에 불과한 실정. 일부 미국 변호사들은 번역과 영문자료 검색 등 국내 변호사들의 업무를 보조하는데 그쳐 ‘국제 법무사’로 불리기도 한다. 98년에는 미국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직업을 구하지 못해 해외이민 사기단의 브로커 역할을 하다 검찰에 적발된 일도 있다.

언어장벽 등으로 미국 현지에서 변호사로 성공하기는 더욱 어렵다. 지금까지 미국 로펌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파트너변호사(지분참여 변호사)가 된 경우는 윤호일(尹鎬一·법무법인 우방 대표)변호사등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법적 지위도 불안하다. 일본은 86년 특별법을 제정해 ‘외국법 사무변호사 제도’를 도입, 변호사 사무소 명칭 사용과 일본 변호사와의 공동업무 수행, 국제 상사중재인 업무수행 등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외국 변호사의 정확한 수조차 제대로 파악이 안돼 있다. 서울변호사회 이진강(李鎭江)회장은 “외국 변호사 수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이들의 역할과 업무도 중요해진 만큼 이들을 변협에 등록시켜 활동을 양성화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인들은 ‘국제변호사’의 실상을 정확히 알고 ‘꿈’은 갖되 ‘환상’은 버리라고 충고한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