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雪이 난분분...

2010.02.16 11:44

범의거사 조회 수:14210

  내일이면 경칩(驚蟄)이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봄이 왔음을 알고 화들짝 깨어난다는 날이다. 그렇다. 분명 봄이다. 그런데 그 봄을 시샘하듯 春雪이 亂紛紛하다. 그 흩날리는 눈보라만큼이나 마음이 심란한 것은 또 왜일까. 지난 주에 처리했던 사건들이 走馬燈처럼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30분을 넘게 횡설수설에 중언부언하면서 법정에서 당사자끼리 심하게 다투던 사건, 사건이 종결될 만하면 법정 외에서 사실조회신청을 수없이 되풀이하는 사건, 가까운 친족간에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인륜은 저버린 채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던 사건...

  아무리 그래도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지고 대했어야 하는데...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修養에 自愧感이 밀려온다. 요새는 조용한 山寺를 찾아 參禪을 할 형편도 못되고 하여,  '모로하시데츠지' 가 쓰고 '심우성'이 옮긴 "공자 노자 석가"(동아시아 刊, 2001)를 펼쳐들었다.      

노자 : 발돋움하는 자는 오래 서 있지 못한다. 또한 발걸음을 크게 떼어놓는 자는 멀리 갈 수 없다. 억센 바람도 아침나절을 지나지 않고 거센 비도 한 나절을 지나지 않는다. 天地도 이렇듯 오래 할 수 없거늘 하물며 사람일까 보냐. 억센 바람 거센 비를 일으키는 것은 天地의 神이지만, 神이라 할지라도 무리를 한다면 결코 오래 버틸 수 없다. 하물며 인간이야 어떻겠는가. (108-109쪽)

석존 : 인간의 모든 번뇌는 어디에서 생겨나는가? 원래 세상의 모든 것은 空한 것이다. 말하자면 가짜 모습인데, 그것을 잘못 알고 진짜 모습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데서 번뇌가 생겨 난다. 그 곳에서 집착이 생기고 그 곳에서 번민이 나온다.(164쪽)

공자 : 德이 닦이지 않음과, 學文이 익혀지지 않음과, 義를 들어도 능히 옮기지 못함과, 善하지 않음을 능히 고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나의 근심이다. (203쪽)

  무리를 하지 않으며, 실상을 깨우쳐 번뇌에서 벗어나고, 늘 자신의 부족함을 되돌아본다!
  범부에게 그것이 과연 얼마나 가능할는지...

언제 그랬냐 싶게 날이 갰다. 한강 둔치에나 가볼까.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