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일영 교수님의 변화와 관련하여(열린 마당에서 퍼온 글)

2010.02.16 11:02

전미화,김동현 조회 수:14645

(글 하나)
제목 : 민일영 교수님의 변화와 관련하여....
                             ---전미화(1999. 5. 18.)

  저번에 김동현 시보의 '민일영교수님'이라는 시를 옮겨온 후 강제집행법 수업에 변화가 생겼다. 교수님이 엄청나게 시간에 신경을 쓰시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고 계시는 것이다. '곧 끝내겠습니다'라는 말까지 하시고 연신 시계를 의식하시는 듯한 태도.

  제시간에 끝나는 건 좋지만, 저는 그 전에 교수님이 시간 따위에는 구애받지 않고 열심히 강의해주시던 모습도 좋았어요.
  하여튼..갑자기 변하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 오기까지 하는걸..(명기오빠 왈, 착한 미화..우하하하~~)
                    
(글 둘)
제목 : 민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나서....
                             ---김동현(1999. 5. 18.)

  나는 요즘 민교수님의 수업을 듣기가 상당히 민망하다.
문제의 그 글을 올린 이후 교수님께서 부쩍 시계를 의식하고 계신 것이다.
물론 쉬는 시간도 주지 않는데, 2-30분씩 연장 강의를 해 버리시면 듣는 사람으로서는 보통의 고문이 아니지만(땀 난다, 정말...-.-;), 그래도 교수님이 왠지 풀이 죽으신 듯한 모습을 뵈니 제자된 입장으로서 정말 민망할 따름이다.

  민교수님은 우리 조 지도교수님이다. 나는 민교수님이 참 좋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지만, '차가 굴러다니기만 하면 되지'라고 말씀하시며 굳이 86년형 프레스토를 몰고 다니시는 것 하며, 원칙을 정하면 결단코 타협하지 않는 모습, 그리고 약속하신 것을 꼭 지키려고 노력하시는 모습을 나는 존경한다.
  내가 문제의 그 글을 올리고 나서 교수님께서 내게 메일을 보내 오셨다.

"오줌이 마려우면 슬며시 나갔다 오라고 했거늘.... 나도 제 시간에 끝내면 목도 안 아프고 덜 피곤하고 좋은데.... 아무래도 훈장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한 모양이다. 지킬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지만, 앞으로는 시간을 지키도록 노력해보마.
  각설하고,
네가 쓴 시를 전미화연수생이 열린 마당으로 퍼 옮기기까지 할 줄이야... 올해는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고 큰 소리 쳤는데, 벌써 물 건너갔구나. 에구구!
  그나저나 너의 문학청년 기질을 보노라면 지난 2월에 대법관이 되신 변재승 대법관님이 생각난다. 내가 그 분더러 영원한 문학청년이라는 뜻으로 '20세기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라고 부르곤 하는데, 네가 꼭 그 모습이다. 삭막한 법조인에게 그런 멋과 낭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만일 네가 판사를 한다면 아마도 21세기를 빛내는 로맨티스트가 되지 않을까 싶구나.
잘 자라.
범의거사 "

  나는 학기초에 자기소개서를 낼 때 검찰지망이라고 써냈다. 그런데 교수님은 직접 내게 대놓고 말씀은 못하시고 모종의 경로를 통해서 판사를 하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곤 하신다. 그러더니 저 메일에조차 아예 판사로 가는 걸 전제로 깔고 말씀하고 계신 것을 보라.
물론 내가 판사로 갈 수 있는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지만, 여하튼 나는 이렇게 부족한 제자를 그토록 아껴 주시는 교수님의 사랑에 머리 숙이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 B조 지도교수님으로 민교수님이 소개되었을 때, 그 깐깐한 인상 때문에 나는 죽었구나 싶었다. 하지만, 지내면 지낼수록 교수님의 인간적인 체취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다. 저 메일만 봐도, 내가 교수님을 처음 뵈었을 때의 인상과는 전혀 거
리가 먼 문체를 구사하고 계신다. 요즘은 교수님의 웃음 속에서 때묻지 않은 해맑음을 발견하고, 그만 미소짓고 만다. 나이 40 중반에 그런 웃음을 간직할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나는 그 글을 올리고 나서 교수님께 찍힌 셈이 되었지만, 나만 찍힌 것은 아니라는 데 한가지 위안을 삼는 편이다. 전시보님! 우리는 어쩌면 공동 운명체가 아닐까요... -.-;
하지만, 교수님께서 다시 수업을 그렇게 길게 하게 되신다면... 휴~ 생각만 해도 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