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은 惡하며 ....

2010.02.16 11:30

범의거사 조회 수:12018

  "인간의 본성은 惡하며 利慾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므로 겉으로 드러난 말에 현혹되지 말고 그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특히 君主는 신하의 本心을 잘 알고 인물의 眞僞를 가려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여야 한다ㆍㆍㆍㆍ 君主와 신하의 이익은 일치하지 않는다. 君主의 이익은 유능한 인재를 발탁하여 임무를 맡기는 것이지만, 신하의 이익은 자신이 무능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관직에 오르는 것이다. 君主의 이익은 뛰어난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것이나, 신하들은 결탁하여 私慾을 채운다."

   東洋의 마키아벨리(1469-1527)로 비유되는(사실 나는 이 비유가 마음에 안 든다. 기원전 3세기의 인물을 그로부터 1800여 년 뒤인 15-6세기의 인물에 비유하다니... 오히려 그 逆이 맞는 것이 아닐까?) 韓非가 그의 저서 "韓非子"에서 역설한 말이다. 그런데....

   韓非는 荀子 밑에서 李斯와 同門修學하였다. 秦나라의 재상이 된 李斯는 秦나라 왕인 政(나중에 중국을 통일한 후 진시황이 된 인물)에게 韓非의 저서 "韓非子"를 읽어볼 것을 적극 권하였다. 秦나라 왕은 그 책을 읽어본 순간 韓非의 팬이 되었고, 마침 韓나라의 사신(본래 韓非는 한나라의 公子였다)으로 온 韓非를 만나게 되었다. 秦나라 왕이 韓非를 극진하게 대접하였던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이것이 비극의 씨앗이 될 줄이야. 다름 아닌 李斯의 중상모략에 의하여 韓非는 異國 땅에서 毒杯를 들어야 했다. 李斯는 秦나라 왕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韓非에게 자칫 자기의 자리를 빼앗길 것을 염려했던 것이다. 기원전 233년의 일이다. 그의 책이 그의 운명을 예언한 것일까?

   그건 그렇고, 韓非의 위 말을 현대판으로 다음과 같이 바꾸면 어떨까?

   "인간의 본성은 악하며 利慾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므로 겉으로 드러난 말에 현혹되지 말고 그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 특히 국민은 정치가의 본심을 잘 알고 인물의 眞僞를 가려 그것을 적절히 활용하여야 한다ㆍㆍㆍㆍ 국민과 정치가의 이익은 일치하지 않는다. 국민의 이익은 유능한 인재를 선택하여 임무를 맡기는 것이지만, 정치가의 이익은 자신이 무능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직책에 오르는 것이다. 국민의 이익은 뛰어난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기를 바라는 것이나, 정치가들은 결탁하여 私慾을 채운다."

   제16대 국회의원선거가 끝났다. 與黨인 민주당과 野黨인 한나라당은 곳곳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내가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있는 용산구에서도 마지막 59번째의 투표함을 개표한 후에야 당락이 결정되었다. 그것도 113표 차이로. 덕분에 개표장에서 밤을 새우고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 자기들이 이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이겼냐가 아니다.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에게는 私利私慾보다는 국가와 민족을 우선 생각하는 정치를 기대한다면 너무 순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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