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金烏) 옥토(玉免)들아

2016.10.06 14:13

우민거사 조회 수:229


벌써 106일, 이틀 후면 한로(寒露)이다.

백로(白露)가 불과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 사이 추석이 지나고 추분도 지났다.

자연의 시계는 시종여일하지만 사람은 나이가 들면 생체시계가 느려져서 상대적으로 자연의 시계가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아무튼 ~~’ 하는 순간에 한 주가 가고, 한 달이 가고, 계절이 바뀐다. 이어서 해가 바뀌고 머리에는 흰 터럭만 늘어간다.

그래서 무명씨(無名氏)를 흉내 내 외쳐본다.

 

금오(金烏) 옥토(玉免)들아 뉘한테 쫓기관대

구만리 장천(長天)에 허위허위 다니느냐

이후엔 십리에 한 번씩 쉬엄쉬엄 가거라

(금오 : . 옥토 : )

 

우리나라에는 10년에 한 번 꼴로 10월에 태풍이 찾아온다고 한다

그 태풍 차바가 지나갔다

차바는 태국의 꽃 이름이라고 하는데, 꽃 치고는 고약한 꽃이 되어 버렸다

제주도와 우리나라의 동남부에 작지 않은 상처를 남기고 갔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더니 특히 지진 피해를 미처 복구하지 못하고 있던 경주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지난 여름 찌는 더위가 계속될 때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던' 태풍이 더위가 가시고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니까 느닷없이 10월에 찾아와 심술을 부렸다

하긴 자연이 언제 인간의 소망대로 움직여 주던가

자연은 자연대로 나름의 법칙에 따라 움직일 테니 거기에 인간이 적응해서 살아갈 일이다

정부에서도 피해복구에 적극 나선다고 하니 조속한 복구를 기대하여 본다.

 

어릴 때 하도 말썽을 피워서 말썽이라는 별명이 이름(경준)보다 더 알려졌던 그 말썽이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졸업하고 법무관으로 입대하여 백령도로 발령 났다

대한의 남아로서 병역의무 이행을 위하여 군대를 가는 이상 기회에 이왕이면 자기의 애국심을 보여 주겠다며 말썽이가 해군 및 백령도 근무를 자원했다

거창하게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들먹일 것도 없이 그런 말썽이가 대견했고, 그래서 범부도 적극 찬성했다

그의 소망대로 백령도로 발령이 나 근무하게 되었고, 관사에서 혼자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품들을 가져다 줄 겸 지난 주말 연휴를 이용하여 말썽이를 보러 백령도를 다녀왔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하여 인천항에서 4시간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곳, 백령도는 분단 한국의 안타까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는 현장이다

북한의 옹진반도 장산곶까지 거리가 불과 17km, 육안으로 빤히 바라다 보인다

심청전의 무대 인당수는 장산곶의 바로 앞이다

겉으로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사실 201011월의 연평도 포격도발 때처럼 언제 갑자기 포탄이 떨어지고 접전이 일어날지 모르는 초긴장의 상태가 지속되는 곳이다.


최북단백령도.jpg



북한의 김정은 정권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핵실험을 계속하고 툭하면 미사일을 쏘아대는지라 그 어느 때보다 국가안보가 중차대한 시기인데, 막상 서울에서는 그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지냈다

그러다가 백령도에 발을 딛고 보니 새삼 말로 설명할 것도 없이 긴장감이 피부로 다가온다

2010326일의 천안함 폭침 사건 때 희생된 장병들의 위령탑 앞에서는 절로 목이 메고 온 몸에 전율감이 감돌았다. 동시에 통일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였다

하루 빨리 자유와 민주의 물결이 북한 전역을 뒤덮어 통일 한국의 그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김정은의 폭압정치가 과연 얼마나 가겠는가.


천안함위령탑.jpg

                                                               [천안함 위령탑]

 

이처럼 긴장감이 감도는 백령도이건만, 이곳에는 비경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백사장에 비행기가 바로 착륙할 수 있는 사곶해변(이런 해변은 백령도를 포함하여 세계에 두 곳밖에 없다고 한다), 모래가 아닌 콩알만 한 돌들로 된 콩돌해변, 해금강을 연상케 하는 두무진해안, 거대한 코스모스군락지, 북한 땅을 바라보고 있는 몽운사 해수관음상.... 등등.

그래서일까 생각 밖으로 뭍에서 온 단체관광객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인천에서 카페리가 다니다 보니 아예 통째로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온 사람들도 있었다. 두무진해안의 한 횟집에서는 어느 대학교의 동창 모임도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군사작전의 필요상 출입금지구역이 많다. 바로 코앞에 대규모의 북한군 병력이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니 도리가 없다. 이래저래 통일의 필요성이 커진다.


두무진일몰.jpg

                                                          [두무진의 일몰]


백령도에서 돌아올 때는 비가 오고 풍랑이 심해 꼬박 두 시간 동안 토하는 등 배멀미에 시달렸다. 백령도를 오가노라면 흔히 겪는 일이라고 한다. 새삼 백령도에 근무하는 장병들의 노고가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랫말을 속으로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