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一喜一悲)

2016.08.18 11:00

우민거사 조회 수:112


엊그제가 광복절이고, 그제가 말복(末伏)이고, 어제는 백중(百中)이었다.

주지하듯이 말복은 찌는 듯한 복더위가 끝나는 날이고,

백중은 부처님(지장보살)이 지옥문을 열고 대사면을 하는 날이다.

백중은 그래서 불가(佛家)에서는 큰 명절이자, 음력 4월 보름부터 석 달 동안 계속된 하안거가 끝나는 날이기도 하다. 

백중은 또한 옛날 농촌에서는 ‘머슴의 날’이기도 했다.

김매기를 마감하며 여름 내내 농사일로 고생했던 머슴에게 돈, 의복, 음식 등을 주면서 하루 휴가를 즐기게 한 날인 것이다.

머슴들은 그 돈으로 장에 가서 술이나 음식을 사먹고 필요한 물건을 샀다.

그래서 ‘백중장’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취흥에 젖은 농군들은 농악을 치면서 하루를 즐기기도 하고 때로는 씨름판을 벌이기도 했다.

 

백중놀이.jpg

 

이처럼 하루 사이로 이어진 광복절, 말복과 백중은 희망과 즐거움의 상징이어야 하는데,

작금의 상황은 어떤가. 


경산에서는 최고기온이 40.3도를 기록하고,

서울도 툭하면 수은주가 36도를 넘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열기가 식을 기미가 통 안 보인다.

올해는 越伏(중복과 말복 사이가 일반적으로 열흘인데, 그 사이가 20일인 경우이다. 따라서 초복부터 말복까지가 한 달이다)을 하는지라 더위가 오래 갈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너무 심하다.

지장보살께 지옥문만 열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더위로부터 사면해 달라고 탄원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그나마 한동안 순항하면서 청량제 역할을 하던 리우 올림픽에서도

축구를 필두로 배드민턴, 배구, 탁구 등 메달 획득을 기대했던 종목들에서

줄줄이 탈락 소식만 들려와 더 덥게 한다.

더구나 배드민턴 여자 복식은 준결승전에서 하필이면 일본에 완패를 당한데다

메달 순위도 일본(10위)에 밀려 11위(17일 현재)로 내려 앉아 더욱 속이 쓰리다.

구기 종목은 44년 만에 단 하나의 메달도 못 따는 신세가 되었다고 한다.
메달밭인 태권도에서 기쁜 소식이 전해지길 바랄 뿐이다.

          
아무리 더위가 기승을 부려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물러가고,

많은 국민의 잠을 설치게 했던 올림픽 금메달의 열기도 어느 순간 사그라지게 마련이다.

그게 자연의 섭리이고 세상살이의 이치다.

그러니 매사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범사에 대범하면 좋으련만,

그게 생각이나 말처럼 쉽지 않으니 그 또한 삶의 한 단면이리라.

하기야 그게 쉽다면 모두가 성인의 반열에 올라서겠지. 


범부의 삶이 성인의 그것을 쫓아갈 수는 없을지라도,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구축을 둘러싼 갈등,

계속 가라앉고 있는 경제를 살리려는 추가경정예산의 처리를 둘러싼 논란,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논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소위 ‘김영란법’)의 시행을 둘러싼 논란,

정운호 게이트... 등등

끝없이 이어지는 갈등과 논란으로 인해 오늘도 신문을 펼치기가 꺼려진다.

신문을 보다 보면 일희(一喜)보다는 일비(一悲)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금당천변 들녘에는 어느새 황금빛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찌는 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물러가고 시원한 계절이 찾아오듯,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도 시간이 지나면 보란 듯이 호전되려나.

제발 그런 때가 와서 즐겁고 희망에 찬 기사를 찾아 기꺼이 신문을 펼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면

너무 순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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