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

2016.07.18 10:34

우민거사 조회 수:318


주말 내내 내리던 비가 그쳤다.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를 멀리 몰아낸 반가운 비였다.

아니 그보다도 명색이 금수강산이라면서 물 부족에 시달리는 작금의 산하를 적시는 고마운 비라고 함이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르겠다.

올 여름에는 제발 지난 해 같은 '마른장마' 대신 비가 많이 오는 제대로 된 장마가 이어지길 기대하여 본다.

 

아울러 강한 태풍도 몇 차례 찾아와 강물과 바닷물을 한바탕 뒤집고 하늘의 대기를 확 바꿔 놓으면 좋겠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걱정 안 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하늘과 강과 바다를 청소함으로써 얻는 이익을 생각하면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대비만 잘하면 태풍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염에 찌든 산하를 대청소하는 것이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일이 되었기에 

자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대처와 달리 금당천변의 시골마을은 여름철 비 오는 정경 또한 운치가 있어,

창문 열고 낙숫물 떨어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한데,

그 비가 그친 후의 맑은 하늘과 청량한 공기가 가져다주는 상쾌함은 더 큰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비 갠 저녁의 풍광을 노래한 어느 시인의 에 글귀에 이런 게 있다.

 

          晩晴

 

                         李建昌(1852~1898)

 

拓戶鉤簾愛晩晴(탁호구렴애만청)

夏天澄綠似秋生(하천징록사추생)

(중략)

今宵解帶不須早(금소해대불수조)

坐待星河拂滿城(좌대성하불만성)

 

                                    비 갠 저녁

 

                     창문 열고 발을 올려 비 갠 저녁 내다보니

                  여름 하늘 맑고 파래 가을 온 듯 선선하다.

                             (중략)

                  오늘 밤은 허리띠 풀고 잠자려 서둘지 말고

                  성안 가득 은하수를 마냥 앉아 기다려야지.

 

만청.jpg



어제가 삼복더위가 시작되는 초복(初伏)인데도

시인의 말처럼 비 갠 저녁의 우거(寓居)는 가을이 온 듯 선선하기 그지없다.

그런데너무나 아쉽게도 100여 년 전의 옛 시인은 잠 안 자고 은하수를 기다렸지만,

범부에게는 기다릴 은하수가 없다.

올해 들어 서울 시골 할 것 없이 유난히 뿌옇게 변해버린 하늘 탓에,

은하수는 고사하고 어쩌다 별이라도 보면 반가워하는 지경이 된 것을 어찌하면 좋을까.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를 돌려달라고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하나.

아님 차라리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나?

 

어제는 초복이이기도 하지만 제헌절이기도 하다.

하늘도 바로 서고, 

날씨도 바로 서고, 

법도 바로 서는 날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