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대화상의 미소

2014.09.10 20:50

범의거사 조회 수:1052

 

한가위명절 연휴가 끝나는 마지막 날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연휴기간이 다소 길다는 느낌이다.

 

추석날이 백로(白露)였는데,

가을이라기보다는 아직은 여름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그제에 이어 어제 밤 보름달(슈퍼문)도 실로 장관이더니

오늘 아침의 우면산 둘레길은 가을 정취를 물씬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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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플라타나스 나뭇잎 사이로 자태를 드러낸 보름달의 모습이다.

무결점의 둥근 달보다는 무엇인가 부족해 보이는 듯한 것이 더 멋지고 호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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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났던 우면산의 계곡인데,

지금은 수크령과 억새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점점 색이 변하여 가고 있어 이달 말쯤에는 억새의 하얀 깃털이 바람에 흩날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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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면산 둘레길을 강아지와 함께 걷고 있는 어느 시민의 뒷모습이다.

서리풀 범부도 이 길이 너무 좋아서 이른 아침이면 그냥 무념무상으로 걷고 또 걷는다.

맨발로 걷는 분들도 종종 눈에 띈다.

 

아침이슬을 머금은 온갖 꽃들이 반갑게 인사하며 객을 맞이한다.

코스모스, 나팔꽃, 들국화.... 

이 길을 걷다보면 산과 사람이 일체가 되는 느낌이랄까,

딱이 무엇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정체 모를 희열로 가슴이 채워진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한기가 느껴졌다. 곧 긴 소매 옷을 입어야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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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사 법당에 매달린 풍경(風磬)이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굳이 노래말을 읊조리지 않아도,

깊은 밤이나 이른 아침 산사의 풍경(風磬)은 그윽하기 그지없다.

바람이라도 불면 물고기가 종을 건드려 귓전을 울리는 풍경소리에

비록 찰나일망정 몸과 마음이 청정해진다..

"부처님, 부디 이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케 하여 주시옵소서~"

법당에 꿇어앉아 석가여래에게 삼배를 올리는 범부의 소박한 기도가 오늘도 목의 울대를 타고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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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사 마당에 있는 포대화상(布袋和尙)넉넉한 모습이다. 

마치 한가위의 둥글고 풍성한 보름달을 연상케 한다.

특히 그의 미소가 보는 이의 마음을 저절로 흐뭇하게 한다.

세상사의 번뇌에 짜증내지 말고 여유를 찾으라고 넌즈시 교시하는 듯하다.

 

화상은 중국 후량(後梁)의 선승으로, 

늘 커다란 포대를 가지고 다니며 동냥한 음식이나 물건을 넣어 두었다가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중생구제를 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화상의 배꼽에 손을 대고 세 바퀴 돌리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의 표현일 테니 시비를 논할 일은 아니리라.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지만

낮은 여전히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일교차가 큰 이럴 때일수록 건강에 유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