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가 대한(大寒)이었다. 124절기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날이다.

역술(曆術)에서 한 해의 시작점을 설날이 아닌 입춘(立春)으로 삼는 것도 그런 연유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은 무술년이 아니라 정유년이다.

 

   대한(大寒)을 말 그대로 풀면 큰 추위라는 뜻이다. 원래 겨울철 추위는 입동(立冬)에서 시작하여 소설(小雪), 대설(大雪), 동지(冬至), 소한(小寒)으로 갈수록 추워진다. 그리하여 소한(小寒)을 지나 대한(大寒)이 되면 일 년 중 가장 춥다고 하여, 절기 이름도 그렇게 지어졌지만, 이는 중국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오히려 소한(小寒) 무렵이 더 춥다. 그래서 예로부터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갔다가 얼어 죽는다

등의 속담이 전해온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소한이었던 지난 5일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6도였는데, 대한인 그제는 영하 1도였다 이날 낮에는 마치 봄날 같아 두꺼운 겨울옷이 다소 거추장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앞으로도 매서운 추위가 또 몰아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바야흐로 겨울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보름 정도만 지나면 입춘이지 않은가.

 

   과거 어느 정치인이 자주 입에 담아 유명해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이 상징하듯이, 엄동설한이 아무리 지속되어도 궁극에는 따스한 봄날이 오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아니 어찌 자연의 섭리에만 그치랴. 그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 또한 그러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앞의 정치인은 당시의 암울했던 현실을 빗대어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닐까.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ICBM 발사로 인하여 일촉즉발의 화약고 같은 상황에 놓인 한반도 주변의 정세에 더하여, 대내적으로는 각종 대형사고에 겹쳐 적폐청산, UAE 의혹, 최저임금 인상, 가상화폐 규제,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 등을 둘러싸고 계속 이어지는 논란에 촌부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때가 되면 대한(大寒)이 지나고 입춘(立春)이 오듯이, 이런 혼란도 결국에는 정리되어 선남선녀의 삶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여 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일이 있어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테니까.


글을 마치려는데 불현듯 한 생각이 떠오른다.

조선 중기의 어느 시인이 읊었듯이,

 

세상에 화가들 무수히 많지만,

 변화하는 세상 섭리 그려낼 자 뉘 있으랴

(人間畵史知無數 難寫陰陽變化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