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얼었던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가 닷새 전에 지났다.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추위가 맹위를 떨쳤는데, 그 겨울이 마침내 꼬리를 내리는 중이다. 
“오늘도 국방부의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갓 입대한 군인들이 훈련소에서 고된 훈련을 받는 동안 되뇌는 우스갯소리이다. 훈련받는 하루하루가 힘들어도 결국에는 시간이 흘러 훈련이 모두 끝난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지 시간이 흐르면 끝나게 마련인 것은 새삼 말할 필요가 없는 삶의 이치이건만,
때로는 그런 단순한 진리가 한동안 잊혀 있다가 불현듯 피부에 생생하게 와 닿는 경우가 있다.
정말 오랜만에 강추위에 떨고, 덩달아 기승을 부린 독감으로 인해 많은 국민이 몸살을 앓을 때는

이 겨울이 언제나 지나가나 하고 애꿎게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는데,

손톱 밑에 소리 없이 찾아온 봄의 전령에서 계절의 변화를 문득 느끼게 된다.
  

일찍이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는,
“積雪滿山(적설만산)하고 江氷欄干(강빙난간)이나 指下春風(지하춘풍)하니 乃見天心(내견천심)이라”

고 갈파했다
(산에는 온통 눈이 수북하고 강에는 얼음이 난간을 이루나, 손가락 끝에 봄바람 부니 하늘의 뜻을 알겠다). 


적설만산.jpg


촌부(村夫)야 언감생심 거창하게 하늘의 뜻까지 운위할 수는 없지만,
소매 끝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부드러움에서 미미하나마 봄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제 내일이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린다.

그 후의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국내외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이다.

올림픽에 가려져 있던 많은 문제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올 것이다.

국운이 백척간두(百尺竿頭)에 걸려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손가락 끝에 부는 바람이 부디 동풍(凍風)에서 글자 그대로의 춘풍(春風)으로 순화되길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