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숨소리

2015.08.14 15:26

범의거사 조회 수: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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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을 나선 사람은 안다
안개 속에서 조용히 잠이 든
꽃들의 숨소리가 얼마나 정갈한지
꽃이름 따라 향기는 다르지만

어쩜 그리도 숨소리는
하나되어 어우러지는지
듣는 사람의 가슴에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준다

살아왔던 날들도
살아야 할 날들도
저토록 가식 없이
맑았으면 좋으련만

안타까운 세상살이
꽃보다 더 흔들릴 때도 많다.

                                       -- 박우복 --

입추도 지나고 그저께 말복도 지났는데 여전히 무덥다. 

전국이 찜통에 들어간 듯하다. ​

복날은 하지(양력 6월 22일)로부터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初伏), 넷째 경일(庚日)을 중복(中伏)이라 하고,

입추 지나서 첫째 경일을 말복(末伏)이라고 한다.

통상 중복과 말복 사이가 열흘인데, 올해처럼 20일이 되면 월복(越伏)한다고 한다.

결국 초복부터 기산하면 말복까지 30일이 되고 그만큼 여름이 길고 덥다는 말이 된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월복하는 값을 하려는지 올여름이 유난히도 무덥고 길다.

그런데 월복을 해서 여름이 길고 무더운 건가, 아니면 여름이 길고 무더워서 월복을 하는 건가,

​아니면 이도 저도 아닌데 단지 필부의 마음이 그렇게 느끼는 건가?

육조스님이 계시기라도 하면 여쭤보련만...

 

이른 새벽 우면산 산책길도 무덥기는 마찬가지인데,

그 길에서 만난 꽃들은 더운 내색을 하지 않는다.

이름 모를 그 꽃들은 어제도 오늘도 그저 조용히 자기 모습을 잃지 않고 정갈 숨소리와 향기로운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 꽃들을 바라보는 산객의 마음은 안타깝게도 자꾸 흔들린다.

법복 속의 32년을 포함하여 지나온 60년과 앞으로 다가올 얼마일지 모를 시간들이 시인의 말처럼 가식없이 맑으면 좋으련만,

아마도 너무나 요원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꽃들과 같은 청정과 평정이 어렵다면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남은 날도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여 구하면 비록 가운데 적중하지는 못하더라도 멀리 떨어지지는 않는다

(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는

대학(大學)의 구절을 떠올리며 지내는 것도 삶의 지혜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