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840조는 제1호에서 제5호까지 재판상 이혼사류를 열거한 후 제6호에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무엇인지, 그러한 사유만 있으면 이혼이 허용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특히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를 야기한 측에서 먼저 이혼을 청구하는 것이 허용되는 것인지를 둘러싸고 오랫동안 논란이 이어져 왔다. 그러한 사유를 야기한 측의 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른바 유책주의이고, 그러한 사유가 인정되는 이상 그 책임의 소재를 불문하고 이혼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 파탄주의이다. 니국,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현재 세계적인 입법의 추세는 파탄주의로 기울어져 있고, 법률에서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한 일본은 판례가 이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대법원 판례가 유책주의를 고수하여 왔는데, 근래 하급심에서 파탄주의를 택한 판결들이 적지 않게 선고되고 있고, 대법원 또한 예외적으로 유책 배유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면 장차 우리는 과연 어느 쪽을 택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대법원에서는 전원합의체에서 이를 심리함에 있어 2015. 6. 26. 대법정에서 공개변론을 열어 양쪽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였다.  아래는 이와 관련된 신문기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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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15. 6. 27.자)

바람 피운 배우자의 이혼 소송 50년 만에 인정되나

“파탄된 혼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부부를 비롯해 관련된 사람들 모두에게 고통을 줄 뿐입니다.”(원고 측 김수진 변호사)
“잘못이 없는 배우자와 자녀를 먼저 보호해야 합니다. 법원은 가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돼야 합니다.”(피고 측 양소영 변호사)

26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13명이 들어서기 전에 이미 방청석 180자리가 가득 찼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혼인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공개변론을 열었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혼외 자녀를 둔 남편의 이혼 청구 소송과 관련해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혼외 자녀를 둔 남편의 이혼 청구 소송과 관련해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사건은 15년간 아내와 별거하며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서 미성년 혼외(婚外) 자녀를 둔 남편 백모(68)씨가 법적 아내 김모(66)씨를 상대로 낸 실제 이혼 소송이다. 대법원은 “1965년 축첩을 한 남편이 낸 이혼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한 이래 50년간 잘못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기각하는 유책주의(有責主義)를 고수해왔다. 반대 입장은 실질적으로 혼인 관계가 파탄 났다면 일단 이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파탄주의(破綻主義)다.

파탄주의를 주장하는 백씨 측 김수진 변호사는 “유책주의가 남편이 불륜을 저지른 뒤 본처를 쫓아내기 위한 ‘축출(逐出) 이혼’을 억제해 과거 여성과 가정을 보호하는 데 기여해왔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더 이상 축출 이혼이 문제 되는 시대가 아니다”며 “유책주의를 엄격하게 고수할 경우 상대방의 잘못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반목과 증오만 키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화숙 연세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한국 여성들은 더 이상 일방적 피해자나 약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양육권과 친권에 부와 모는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어 파탄주의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 있다”며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면 충분히 파탄주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내 김씨 측 변호인인 양소영 변호사는 “부정행위를 한 사람이 ‘이제는 혼인이 파탄 났으니 해방시켜 달라’며 권리를 남용하는 것을 법이나 판례로 보호할 수는 없다”며 “유책 배우자의 인권보다는 상대 배우자와 자녀의 행복추구권, 생존권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조경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부장은 “여전히 이혼을 강요당하는 사람의 상당수는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태에 있는 여성이고, 대부분 미성년 자녀 문제로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며 “판례가 파탄주의로 전환될 경우 사회적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유책주의냐 파탄주의냐의 문제는 많은 국민이 주목하는 문제”라며 “오늘 변론을 기초로 해서 연구·토의·소통을 거쳐 적절한 결론을 낼 것”이라며 공개변론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