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수 검찰총장의 퇴임사

2010.02.16 13:56

범의거사 조회 수:15242

<송광수 검찰총장 퇴임사>


‘소금을 보고 왜 짜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금은 몸과 음식물이 썩지 않게 해주는 방부제입니다.
사람은 염분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척결해야 하는 검찰은 ‘세상의 소금’입니다.
소금을 보고 왜 그렇게 짜냐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소금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입니다.
옛말에 ‘짠 맛을 잃은 소금은 아무 데도 쓸 데 없어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고 하였습니다.
소금에도 불순물이 많은 소금이 있고, 너무 정제되어 건강에 좋지 않은 소금도 있습니다.
검찰이 正道를 벗어나 邪道를 넘나들거나,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눈치를 살피려 한다면 ‘사회의 소금’이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소금을 너무 많이 넣으면 안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검찰 공무원 여러분,
저는 2년 전 이 자리에서 ‘중립과 독립을 지키는 정의로운 검찰’을 위해
작은 디딤돌 하나를 놓는다는 마음으로 항해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희로애락을 같이 하고자 하였습니다.
여러분이 슬퍼할 때 같이 슬퍼하고, 분노할 때 같이 분노하고, 기뻐할 때 같이 기뻐하고자 하였습니다.
우리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권력 주변 인사들에 대한 비리 수사, 제 17대 총선사범에 대한 엄정한 처리를 통해 깨끗한 정치 문화로 옮겨가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였습니다.
‘공명정대하면서도 따뜻한 검찰’이 되기 위해 권위적인 모습은 떨쳐버리고 국민들께 보다 가까이 다가서고자 애썼습니다.
힘겨웠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국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성원 속에 적지 않은 성취와 보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믿고 격려하며 최선을 다해준 여러분들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참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친애하는 검찰 공무원 여러분!
세상사에 거친 파도와 난관이 없었던 적이 있었겠습니까? 세찬 바람과 험한 가시밭길은 언제나 어디서든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정의와 진실을 향한 항해의 길은 실로 멀고도 험난합니다.
그 길을 가야만 하는 여러분들께, 스물아홉 해의 여정을 마치며 긴 숨을 고르는 오늘 당부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떠한 유혹이나 압력에 굴하지 말고, 검찰권을 공정하고 불편부당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검찰은 사회적 약자에게는 더 없이 따뜻하면서도 잘못된 권력과 강자에게는 정정당당한 검찰입니다.
국민들은 권력에 비굴하거나 몸을 굽히는 검찰을 원하지 않습니다.
사회악에 맞서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과 수사의 독립을 반드시 지켜가야 합니다.
제도나 통치권자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자신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옛 선인들도 ‘한때의 적막을 겪을지언정 萬古에 처량한 이름이 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정당한 일을 한 사람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실 것입니다.
둘째,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이며,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임을 잊지 말아 주기 바랍니다.
실체적 진실의 발견과 수사받는 사람의 인권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은 검찰의 영원한 숙제입니다.
일응 말할 수 있는 기준은 수사받는 사람들의 고통도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도 사려 깊게 배려하면서 정의와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은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국민의 인권을 최대한 보호해 주기를 요구하지만 한편 검찰이 피해자의 인권도 보호 못하고 사회의 거악도 파헤치지 못하는 무능한 존재이기는 더더욱 바라지 않습니다.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문제에 있어서도 수사 지휘를 통한 인권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의 목표는 변함없이 추구되어야 합니다.
헌법과 법률이 어떠한 기관에 어떤 권한을 왜 부여하였는지 그 기본이념을 성찰해야 합니다.
권한의 분배라든지 기관 상호간의 견제라는 형식적이고 피상적인 이유를 들어 지휘를 배제하려 함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수사권 남용을 막기 위해 경찰에 대한 엄격한 지휘체계를 만들어놓은 대륙법계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본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국민에게 더 높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경찰 수사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되어야 하겠지만, 그보다 더 높은 목표인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마련된 남용 방지 체계의 근간을 허물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미래를 주시하고 사색하며 공부해서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하겠습니다.
미래는 예측할 수는 없지만 노력해서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과학수사 기법과 선진 형사사법 시스템을 연구 개발하고 각자의 전문 지식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변화의 물결을 주시하여 검찰권의 행사가 시대의 변화와 발전에서 동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직역이기주의에 치우쳐 과거에 가졌던 지위와 권한을 합리적 이유 없이 고집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변신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외부의 힘에 의해 개혁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으며, 개혁을 내세운 부당한 압력과 간섭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부패의 근원적 제거는 온 국민의 소망입니다.
그러나, 과연 수사기관이 부족해서 부패가 근절되지 않았겠습니까?
또한 새로운 수사기구에 반대한다고 해서 부패 청산 의지가 없다고 하겠습니까?
우리는 기득권에 안주해서도 안 되고 또한 이것이 결코 용납될 수도 없지만, 자신의 의사와 다르다는 이유로 기득권에 안주하려 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누구보다도 부패 척결에 앞장 서 왔고 지난 2년간 부패와의 전쟁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면 더 질책하고 채찍질하십시오.
부패문제는 외과적 치료인 수사와 함께 사회전체 인식의 대전환, 투명한 사회, 경제 시스템, 어려서부터의 교육 등 종합적이고도 근본적인 대처만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검찰 가족 여러분!
우리 모두의 발걸음과 변화의 모습을 국민들은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신임 검찰총창의 지휘 아래 굳게 단합해서 ‘밖으로는 신뢰받는 검찰, 안으로는 보람 있는 직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굳은 각오와 단합, 열정이 함께 할 때 ‘정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명예로운 검찰’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저는 평생을 바쳐 아끼고 사랑해 온 검찰과 검찰가족 여러분들의 건승과 행운을 기원하면서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글로써 퇴임 인사를 마치겠습니다.
“그대의 마음 속에 식지 않는 열과 성을 가져라. 그러면 그대는 드디어 일생의 빛을 얻을 것이다.”

여러분, 그 동안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05年 4月 2日
   檢察總長 宋 光 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