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제기(反求諸己)

2010.02.16 13:57

범의거사 조회 수:15180

   
  '부동산 임대소득세 탈루 의혹'으로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퇴임 압력을 받아왔던 이상경(李相京)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2일 사의를 밝혔다.

  이 재판관은 자신의 부덕함을 자책하면서 자신에 대한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반구제기(反求諸己)'의 심정으로 헌법재판관직에서 물러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재판관이 말한 '반구제기(反求諸己)'는 무슨 뜻일까?

  반구제기(反求諸己)란 고사성어는 '도리어 자신에게서 허물을 찾는다'라는 의미이다.
  직역하면 反은 '도리어'라는 부사, 求는 '구하다, 찾다'라는 동사, 諸는 '으로부터 또는 에게서'라는 뜻의 어조사, 己는 자기 자신이란 뜻의 명사.

   이 말은 맹자의 '공손추상'편에 나온다(공손추는 맹자의 제자).

   "仁者如射, 射者正己而後發, 發而不中, 不怨勝己者, 反求諸己而已矣"

   풀이하면 '어짊이란 활 쏘는 것과 같다. 활을 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을 바르게 한 다음 활을 쏘아야 한다. 활을 쏘아서 적중하지 못하면 자신을 이긴 사람을 원망하지 말고 오히려 자신에게서 허물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즉, 활을 쏘려면 우선 자세를 바로 하고 과녁을 정조준해 힘껏 당겨야 한다. 그러나 때로 화살이 정곡(正鵠)을 찌르지 못할 경우도 있고 난데없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갈 때도 있다. 이 때 화살이 과녁을 벗어난 것은 분명 자신의 능력이나 자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므로, 애꿎게 활을 탓하거나 자기보다 잘 쏜 사람을 헐뜯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반구제기는 단지 자신을 먼저 탓하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남의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하라는 뜻도 지닌다.
  그런 의미에서 주자는 '성리서(性理書)'에서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남에게 시키지 말고, 행함에 마땅한 얻음이 없다면 자신을 되돌아 보아 허물을 구해야 한다' (己所不慾, 勿施於人. 行有不得, 反求諸己)고 하였다.

  한편, 반구제기는 '반궁자문(反躬自問)' 반궁자성(反躬自省)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