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무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지더니 마침내 서울 하늘에도 큰 비가 내려 더운 대지를 조금이나마 식혀 주었다.

   지난 18일이 초복(初伏)이고 어제가 대서(大暑)이었으니 더운 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무더위에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장마가 올해는 실종된 것인지, 이번에 중국으로 향한 태풍이 몰고 온 비를 제외하면 여간해서 비다운 비를 구경하기 힘들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지도 딱 100 일이다. 그 사이에도 일산의 상가가, 서울과 부산의 지하철이 범부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더니, 최전방 군부대에 근무하던 임병장의 총기난사에 이어 급기야 소방헬기가 추락하여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고, 기차가 정면충돌하는 사고까지 발생하였다. 그야말로 화불단행(禍不斷行)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17일 우크라이나 상공에서는 말레이시아 항공의 여객기가 미사일에 격추되어 승객과 승무원 298명 전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미국, 유럽 등의 서방과 러시아가 대립하는 신() 냉전의 시대가 도래하였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러니

아니 더울 수 있겠느냐

이다.

 

형체가 있는 것 중에 큰 것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생긴다(有形之類 大必起於小).

오래 존속하는 것 중에 많은 것은 틀림없이 적은 것으로부터 비롯된다(行久之物 族必起於少).

   그래서 노자는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생기고, 천하의 큰 일은 언제나 사소한 일에서 시작된다

고 했다(故曰 天下之難事必作於易 天下之大事必作於細).

   무릇 사물을 제어하려는 사람은 그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는 법이다(是以欲制物者於其細也).

   노자는 또

어려운 것을 도모하려면 쉬운 것부터 하고, 큰 것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한다(故曰 圖難於其易也 爲大於其細也)’

고 말했다.

   천장 높이의 둑도 개미구멍으로 말미암아 무너지고(千丈之堤 以螻蟻之穴潰),

   백 척짜리 큰 집도 굴뚝 틈에서 나온 불똥으로 인해 타버린다(百尺之室 以突隙之烟焚).   

 한비자.jpg

    중국 전국(戰國)대의 사상가 한비자(韓非子),  그는 너무 비범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 되어 한 때 동문수학했던 이사(李斯)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위 글은 그 한비자(韓非子)가 설파한 천장지제 궤자의혈(千丈之堤 潰自蟻穴)’의 내용이다. 법가(法家) 사상가가 노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 이채로운데,  매사에 보잘 것 없는 사소한 게 원인이 되어 큰 일이 일어남을 경계하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각종 사고, 툭하면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아대는 북한의 도발,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애써 무시하며 집단자위권을 내세워 군사대국의 길에 매진하는 일본 아베정권의 폭주, 서방과 러시아의 신() 냉전 등 우리의 국내외적 환경은 어려움이 첩첩산중이다.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루었다가는 어디에서 천장지제 궤자의혈(千丈之堤 潰自蟻穴)’의 불똥이 튈지 모른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릴 일이다.

 

   태풍이 몰고 온 비가 다 내리고 나면 다시 찜통더위가 시작되지 않을까.

   일주일 후면 전국 15개의 선거구에서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선거 후 상생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준다면 그야말로 한 줄기 시원한 소나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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