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테러라니...

2015.03.08 19:50

범의거사 조회 수:267

 

 

지난 5일이 정월 대보름이었다.  

하필이면 달과 지구의 거리가 멀리 떨어진 때에 정월 대보름을 맞는 바람에 보름달이 슈퍼 문(Super Moon)’은 고사하고 평소의 보름달보다도 작았다. 쥐불놀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기가 쑥스러울 정도였다.

정월 대보름달이 작으면 한가위 보름달은 반대로 슈퍼 문(Super Moon)’이 될 거라니 기대해 볼까.

대보름이 지난 바로 다음날인 6일은 경칩(驚蟄)이었다.

한 해가 바뀐 후 이날 하늘에서 첫 번째 천둥이 치니 겨울잠 자던 개구리가 그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나 땅 밖으로 나오는 날이다.

()’이라는 글자는 본래 겨울잠 자는 벌레를 뜻하고, 겨울잠 자는 동물이 개구리만 있는 게 아닌데도, 언제부터인가 경칩(驚蟄)’ 하면 사람들은 의례히 개구리를 유독 떠올린다. 하긴 친숙한 개구리를 놔두고 징그러운 뱀을 떠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경칩을 즈음하여

겨울의 찬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기온이 날마다 상승하며 마침내 봄으로 향하게 된다.

그래서인가 요사이 며칠 기승을 부리던 꽃샘추위가 신기하리만큼 물러갔다. 어제 오늘 낮에는 오히려 평년 기온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런데 추위가 완전히 퇴각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내일부터 다시 기온이 내려간다고 하니....

그렇지만,

한 마리 제비가 온다고 해서 바로 봄이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 제비가 전한 봄소식은 결국 우리 곁에 다가 오는 법이다.  

 

경칩.jpg 

 

이처럼 계절은 바야흐로 봄이 오는 길목이고 만물이 소생할 판국인데,

경칩날 아침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를 당하는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62년간 이어져 온 간통죄의 위헌 결정,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위헌시비에 휩싸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소위 김영란법’)의 제정, 어린이집 CC 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률의 불발 등으로 그러잖아도 어수선하던 차에 이건 또 무슨 대형악재인가.

국태민안을 빌고 빌어도 모자랄 판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될까.

21세기 IT 세상이 시작된 후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세상에서

아직도 1980년대에 시계를 고정시켜 놓은 사람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걸까.

이와 관련하여 북한에서 내놓았다는 논평은 더더욱 가관이다. 

언제나 세상을 똑바로 보려나...  

창밖의 햇살이 포근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겨울의 엄동설한이 아무리 맹위를 떨쳐도 때가 되면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오듯,

이 모든 소란이 가라앉고 우리 사회가 안정이 될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며 경칩을 전후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범부의 삶의 지혜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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