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4. 11. 21.자)

별거중인 아내가 바람 피워도 남편은 불륜男에게 책임 못 물어

전수용 기자

 

大法 판결… 간통죄에 영향 줄듯

 

   이미 혼인 관계가 파탄이 나 별거 상태인 부부(夫婦)의 남편이 자신의 아내와 바람을 피운 남성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20일 대법원이 첫 판단을 내놨다. 대법관 13명(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 전원이 "이미 부부관계가 파탄이 났다면 남편은 불륜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려 간통죄 처벌에도 영향을 미칠것으로 보인다.

   1992년 결혼한 남편 A씨와 아내 B씨는 경제적 문제와 성격 차이 등으로 불화를 겪다가 2004년 별거에 들어갔다. 당시 남편은 아내에게 "우린 더 이상 부부가 아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두 아들을 남겨둔 채 집을 나간 아내는 2006년부터 등산 모임에서 만난 C씨와 친하게 지냈고, 2008년에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혼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09년 1월 아내는 한밤중에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C씨와 성적(性的) 행위를 했다. A씨 부부는 2010년 대법원에서 이혼이 확정됐고, 남편은 같은 해 자신의 아내와 불륜 관계를 맺은 C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라면 제3자가 기혼자와 성적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두고 부부 공동생활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고, 그로 인해 상대 배우자의 권리도 침해된 것이 아니어서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대법원 관계자는 "부부 공동생활의 유지를 위해 기혼자와 부정행위를 한 제3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국민 법의식에 부합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 파탄이 나 혼인관계의 실체가 없는 경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것은 과도하게 개인의 성적(性的)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민사사건으로 간통죄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판단을 하지 않았지만 판결 취지를 고려할 때 앞으로 간통죄 형사처벌 기준이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법관 5명은 간통죄의 형사처벌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민일영·김용덕 대법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혼인제도에 관한 성풍속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개인 사생활에 대한 국가의 관여 범위를 줄이는 차원에서 종래 대법원에서 취했던 간통행위 처벌 기준을 적절히 보완·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김소영·박보영 대법관은 "대법원 판례는 간통죄 처벌을 면해 주는 기준을 엄격히 해 왔는데 부부 공동생활이 파탄돼 회복할 수 없고 부부 한쪽이 이혼 의사 표시를 했다면, 간통죄로 처벌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21/201411210025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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