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주례사

2010.02.16 13:36

정상규 조회 수:14707

                              협의이혼 전 당부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여러분들의 협의이혼재판을 진행할 서울가정법원의 정상규 판사입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서울가정법원은 가족들간의 분쟁해결을 담당하는 법원이고, 가족들간 분쟁의 대부분은 이혼사건입니다. 판사는 수많은 이혼재판을 하면서 법률적인 문제 이외에도 사람들이 혼인생활을 하면서 어떠한 문제들을 갖고 있고, 왜 이혼을 하려고 하는지, 이혼 이후의 삶은 어떠한지에 관하여 일반인들보다 훨씬 많이 알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협의이혼재판을 하기 전에 제가 여러분께 이혼에 관하여 제가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하여 몇 가지 안내말씀을 드린 후 본격적인 협의이혼재판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하여 혼인하고, 혼인은 인륜의 대사라고 말합니다. 혼인이 인륜의 대사라면, 혼인생활을 정리하는 이혼 역시 인륜의 대사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행복한 혼인생활을 위하여 여러 가지 준비를 하는 것처럼,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 역시 (이혼이 새로운 행복의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혼인생활의 정리에는 잘 아시다시피 법률적으로 위자료와 재산분할이라고 하는 재산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의 문제와 이혼 이후에 자녀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법은 우선적으로 당사자들이 그러한 문제들에 대해 협의를 해 보고, 합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위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 당사자 본인들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녀양육문제에 관하여는 일단 합의가 성립하였더라도 그 합의한 내용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변경에 관하여 우선적으로 부모가 협의해 보고, 합의가 성립되지 않으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자녀가 성인으로 자라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양육상황의 변화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법은 이혼 이후에도 자녀양육을 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부모가 지속적으로 협의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합의한 내용이 있다면, 그 합의한 내용을 명백히 하는 의미에서 문서를 작성하여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서의 형식에 관하여는 법이 정한 바가 없기 때문에 두 분이 자유로이 종이에 합의하신 내용을 6하원칙에 따라 적은 후 서명날인하여 한 부씩 나누어 가지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혼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는 이혼 이후에 미성년 자녀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 입니다.
  이혼은 어른들 사이의 문제만 정리되는 것일 뿐 부모와 자식의 관계까지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른들은 이혼으로 인한 충격을 이겨낼 능력이 충분하지만, 미성년 자녀들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충격을 견디어 내기에는 아직 여러 가지로 부족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보다 좀더 행복해 지시고자 이혼의 길을 택하셨을 텐데, 이혼 이후에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하지 못한다면 이혼 이후에 오히려 더 불행해지실 수도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혼이 불가피하다면 이혼 자체보다는 이혼 이후의 자녀양육에 좀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셔야 하고, 앞으로 두분이 행복해지시는 길은 자녀를 올바르고 훌륭하게 키우는 일입니다.

  자녀양육과 관련해서는 친권행사자 및 양육자의 지정, 양육비의 지급과 면접교섭의 문제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친권행사자 및 양육자를 누구로 정할 것인가, 양육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협의를 하셨을 것이므로, 그에 관해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혹시라도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하셨더라도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 부모로서 당연히 양육비를 지급하셔야 한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실 것이고, 그것이 또한 법이 정하고 있는 바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특히 신경을 쓰셔야 할 부분은 자녀와의 면접교섭입니다. 과거 우리는 이혼 이후에는 자녀를 키우지 않는 부모는 자녀를 만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또 만나러 오더라도 못보게 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사회가 별로 복잡하지 않고 이혼율도 별로 높지 않았던 과거에는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지만, 우리 사회가 아주 복잡해지고 이혼율도 아주 높아진 현대에는 별로 맞지 않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외국의 여러 나라들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고, 그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연구를 하였는데,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는 자녀는 이혼 이후에도 부모 어느 일방의 사랑만 받고 자라는 것보다는 부모의 사랑을 모두 받고 자라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의 견해도 또한 그러합니다.
  법은 이혼 후 자녀의 양육에 있어 부모에게 자녀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이제 이혼을 하려고 하신다면 부모의 이기심을 버리고 자녀의 입장에서 모든 문제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면접교섭의 방법에 있어서는 자녀를 정기적이고 규칙적으로 만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자녀는 엄마나 아빠가 언제 만나러 오는 지를 알고 있어야만 규칙적으로 생활하게 되고 자신의 생활을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법원은 통상적으로 면접교섭의 방법에 관하여 자녀의 연령이나, 부모의 의사 등을 고려하여 한달에 한차례 내지 두차례 정도 면접교섭을 하도록 하고, 방학기간 중에는 4일 내지 7일 정도 자녀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면접교섭의 방법을 정함에 있어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외국의 예를 통하여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이 그 나라를 이끄는 훌륭한 사람이 된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이혼율이 아주 높아진 우리나라에서도 장래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 중에 우리나라를 이끌 훌륭한 사람이 많이 나올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우리는 이혼한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들이 건전하고 균형잡힌 사고를 가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작성하여 저에게 제출한 협의이혼신청진술서는 제가 지금까지 말씀드린 내용과 관련되는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이혼에 관하여 좀더 준비가 필요하신 분은 이혼을 하시기 전에 저희 법원에 비치된 주요상담기관안내문을 참고하여 상담기관의 상담을 받아보시고, 법률적인 문제에 관하여 궁금하신 분은 주위의 법률전문가나 무료법률상담기관, 법원 앞에 있는 법률구조공단 등에 찾아가셔서 도움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협의이혼절차에 관하여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협의이혼재판이 끝난 후 안내문에 따라 3개월 내에 호적관서에 신고하시면 이혼이 되고, 신고는 두 분 중에 한분만 하셔도 이혼이 됩니다. 법이 3개월의 기간을 두는 이유는 이혼은 아주 중대한 문제이므로, 이혼을 할 것인지에 관하여 한번 더 생각을 해 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이 재판이 끝난 후라도 혹시 두 분 사이에 아직 정리가 안 된 문제가 있으시거든 이 기간 동안에 상담기관의 상담을 받으시거나 충분히 대화를 나누신 후에 신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여러분들에 대하여 개별적인 협의이혼의사확인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