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대신 닭(不亦快哉!)

2020.07.27 10:23

우민거사 조회 수:146


어제가 중복(中伏)이었다.

 

여름 더위를 일컫는 삼복더위, 그중에서도 가운데인 중복이건만.

오랜 기간 간헐적으로 내리고 있는 장맛비로 인해 그다지 덥지 않았다.

남부지방이나 강원도 영동지방만큼은 아닐지라도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도 비가 제법 내렸다.

그 비가 삼복더위를 잠시 뒤로 물린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장마로 침수피해가 발생한 곳이 있지만,

그래도 비가 어느 정도 오다 그칠 모양인데,

서해 건너 중국은 폭우로 인한 피해가 사뭇 심한 듯하다.

특히 양자강 유역에 계속 쏟아지는 비로 인해 삼협(三峽) 댐의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협댐은 높이 185m, 길이 2,309m, 너비 135m이며, 최고 수위 175m,

총발전용량 2,240만㎾(연간 발전량 847억㎾)로 세계 최대라고 한다.

댐의 완공으로 생긴 호수는 길이 660㎞, 평균 너비 1.1㎞, 총면적 632㎢, 총저수량 393억t에 달하는데,

이 저수량은 한국 전체 담수량의 2배(소양호의 담수량이 27억t이다), 일본의 전체 담수량과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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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지도로 본 삼협댐]

 

만리장성 축조 이후 행해진 세계 최대의 토목공사 끝에 완성된 이 댐이

불어나는 물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면, 실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4억 명의 수재민이 발생하고, 양자강 하류의 남경과 상해도 물에 잠길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사드 배치 이후 계속 치졸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작금의 중국 위정자들의 행태를 보노라면

댐이 무너져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애꿎은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으랴, 무사하길 빈다.

 

 각설하고,

우리나라의 오랜 전통에 의하면 복날에는 '복(伏)'이라는 글자가 말해 주듯

사람(人)이 개(犬)를 가까이 해야(^^) 격에 맞겠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시대가 변하다 보니 보신탕은 이젠 극소수 사람들의 음식이 된 듯하다.

대신 그 자리를 삼계탕이 차지했다.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개 대신 닭’이라는 말로 대체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지난 주말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도 삼계탕을 준비했다.

말 그대로 ‘복지경’이라 준비나 배식 모두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어려운 발걸음을 해서 맛있게 드시고 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

식사 후에 ‘Grit 918’에서 보내온 단팥빵을 받으신 할머니 한 분이,

“빵도 줘유? 원 세상에, 별일이네유~!”
하신다.
“예, 할머니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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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산다는 게 별건가,

한쪽에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값으로 난리를 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빵 한 봉지에 감격하는 게 세상이다.

(도대체 이 정권이 들어선 후로 부동산 대책이랍시고 22번이나 내놨건만,

대책이 나올 때마다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

그 대책이란 게 다름 아닌 ‘집값 올리기 대책’인가 보다.

그런 가운데 주무부처 장관이란 사람은 언론에 나올 때마다 국민들 가슴에 염장을 지른다),

 

그나저나 언제나 끝이 보일지 모르는 ‘코로나19’로 인해

이젠 농촌 들녘에마저 방역소독차가 등장했다.

장마로 인해 수시로 내리던 비가 그쳐 그야말로 청명한 하늘이 반기는데,

그런 풍경 속에서 보는 소독차의 모습이 영 낯설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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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들판을 거닐며 마스크를 쓸 일도 아니다. 
이른 아침의 금당천변에 지나는 사람이 있어야 거리 두기를 하든, 마스크를 쓰든 하지,

제상제하에 유아독존(堤上堤下唯我獨尊)으로 미음완보(微吟緩步)하며 걷는 발걸음이 새삼 달라지랴.

어릴 적에 피라미, 붕어, 송사리 잡던 물가가 유난히 다정스럽다.

그 물가에 이젠 아이들은 없고, 촌노만 홀로 옛 추억에 잠기니 이를 어쩔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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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庚子年)의 중복(中伏), 
비 갠 뒤의 파란 하늘과 그 밑의 녹색 산하가 유난히 깨끗하게 다가온 날이다.

다산(茶山) 선생은 이럴 때 “불역쾌재(不亦快哉)!”를 외치지 않았을까.   
선생의 시를 한 수 옮겨본다.


   跨月蒸淋積穢氛(과월증림적예분)

   四肢無力度朝曛(사지무력도조훈)

   新秋碧落澄寥廓(신추벽락징요곽)

   端軒都無一點雲(단헌도무일점운)

   不亦快哉(불역쾌재)

 

        한 달 넘게 찌는 장마에 퀴퀴한 기운 쌓여

        팔다리 나른하게 아침저녁 보냈는데

        초가을 푸른 하늘 툭 터져 해맑으니

        끝까지 바라보아도 구름 한 점 없구나.

        이 또한 유쾌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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