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인재 법원 떠나
2010.02.16 11:36
권광중(權光重·58)사법연수원장과 권성(權誠·59)서울행정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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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0. 6. 29.자)
"아까운 인재 법원 떠나"…후배에 길 터주려 용퇴
권광중(權光重·58)사법연수원장과 권성(權誠·59)서울행정법원장.
두 사람의 ‘용퇴’ 사실이 알려진 28일 후배 법관들은 “아까운 인재가 법원을 떠났다”며 한결같이 아쉬움을 표시했다.
두 법관은 30년 동안 법관으로 재직하며 법원내에 두터운 신망을 쌓은 인물. 이들의 판결과 독특한 스타일은 일반 국민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시 6회 선두주자였던 권광중 원장은 ‘법원행정’과 ‘재판실무’ 두 방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대법관 승진이 거의 확실시 됐던 인물. 회사정리 등 민사분야의 이론에 해박해 서울지법 민사수석부장 시절 회사정리 실무재판의 관행을 정착시키는데 기여했고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법정에 들어갈 정도로 컴퓨터 실력이 뛰어나 ‘법원 정보화’를 주도했다.
98년 2월 김현철(金賢哲)씨에게 조세포탈죄를 인정, ‘권력 핵심의 도덕성’을 강조하면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96년에는 장애인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사시 8회인 권성 원장은 평소 “법관은 국민의 법감정에 충실하고 구체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해온 ‘자연법론자’.
이른바 ‘신원권(伸寃權)’은 그의 자연법 사상과 치밀한 법논리의 결정판으로 불린다. 그는 92년 고 박종철(朴鍾哲)군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유족은 박군의 죽음에 대해 알 권리가 있다”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논리로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96년 3월에는 자신을 욕보이려던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한 여인에게 ‘정조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해 화제를 낳았다.
평소 한학에 조예가 깊어 12·12 및 5·18 사건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모든 사람이 미워하더라도 반드시 살펴봐야 하고, 모든 사람이 좋아하더라도 반드시 살펴야 한다(衆惡之必察焉, 衆好之必察焉)”는 ‘논어’구절을 인용해 평소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재판에서 그는 우리 법원에서는 드문 ‘구두변론’제도를 채택, 재판을 이끌었고 최규하(崔圭夏)전 대통령을 끝내 증인석에 세우는 강단도 발휘했다.
권광중 원장은 28일 “이제 떠날 때가 됐다”며 사시 동기인 서정우(徐廷友)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광장’에서 일할 뜻을 밝혔다. 권성 원장도 “32년간 재판을 했으니 오래 한 것”이라며 향후 거취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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