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덩어리 변함없되 허리는 동강 나고

 

    2020. 10. 17. 감악산(紺岳山)을 다녀왔다

   흔히 파주시에 있는 산으로 알려져 있는데, 엄밀히 말하면 파주시, 연천군, 양주시에 걸쳐 있고, 높이가 675m이다. 바위 사이로 검은빛과 푸른빛이 동시에 흘러 나온다 하여 감악(紺岳), 감색바위산이라고 이름지은 것이다.

 

    감악산은 예로부터 화악산(華嶽山), 송악산(松嶽山), 관악산(冠岳山), 운악산(雲岳山)과 더불어 경기 5(五岳)’의 하나로 꼽히는 명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임진강과 그 건너 휴전선 일대의 산과 들이 눈 앞에 펼쳐지며, 날씨가 맑은 날에는 남쪽으로 북한산이 보이고, 북서쪽으로 개성의 송악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같은 감악산이라는 이름을 지닌 산이 원주와 제천 사이에도 있고, 경남 거창에도 있다. 이들은 해발고도가 거의 1,000m 가까이 되는 높은 산인 데 비하여 경기도의 감악산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래도 유명세로 치면 경기도의 감악산이 단연 앞선다. 아무래도 지리상으로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휴전선 너머로 북한이 보이는 것이 주된 이유려니와, 20169월에 설치된 출렁다리도 사람들을 모으는 데 한몫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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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의 위치]

 

    10. 11.에 오대산을 다녀온 피로가 완전히 해소된 상태가 아니었는데, 히말라야산악회 박재송 총무님이 감악산 번개산행을 제안했다. 김삿갓 못지않은 방랑기를 타고난 촌부가 어찌 거절하랴. 기꺼이 응해 오강원님과 더불어 셋이 산행길에 나섰다. 8월의 곰배령 산행 때 함께 했던 박영극님은 이번에는 사정이 있어 동행하지 못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길을 찾아 파주시 적성면의 감악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조금 넘었다(이곳은 주차장이 도로를 따라 여럿 있기 때문에 한 곳이 다 찼다고 해서 실망할 것 없다. 인내심을 갖고 다음 주차장으로 가면 된다).

     주차장이 완비되고, 산행 입구에 집단 위락시설이 들어선 것을 보고 촌부는 다소 놀랐다. 국립공원이나 도립공원이 아님에도 파주시에서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서 투자하다니... 그만큼 찾는 이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앞서 말한 대로 출렁다리가 사람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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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입구]

 

     등산로 입구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을 보니, 출렁다리를 건너 감악능선계곡길로 올라 장군봉과 임꺽정봉을 지나 정상에 오른 후 까치봉을 거쳐 운계능선길로 내려오는 약 7km의 원점회귀형 산행에 5시간 걸린다고 되어 있다

     거리(7km)에 비추어 걸리는 시간이 길다(5시간)는 것은 그만큼 등산로가 만만치 않다는 의미이다. 하긴 명산치고 쉬운 산이 어디 있으랴(감악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 중 하나이다). 

 

감악산3.jpg [등산로 개념도]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 지 10분도 안 되어 유명한 출렁다리가 나왔다. 아직은 이른 시각인데도 벌써 사람들로 붐빈다. 길이 150m, 1.5m, 높이 45m의 이 현수교는 감악산의 두 봉우리를 연결하고 있는데, 20169월에 설치되자마자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감악산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이 다리까지만 왔다가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출렁다리 자체도 아름답거니와 다리에서 볼 수 있는 큰바위얼굴도 이색적이다. 일부러 새긴 것도 아닌데 바위가 어쩜 그리도 사람 얼굴을 하고 있는지...

 

감악산7.jpg [출렁다리]

 

감악산8.jpg[큰바위얼굴]

 

     출렁다리를 건너면 곧 범륜사가 나오고, 이 절을 왼쪽으로 두고 난 길을 따라 전진하면 감악능선계곡길로 오르는 입구가 나온다. 계속 오르막이기만 한 이 능선길(정상까지 2.1km) 이름에 왜 계곡길이라는 말을 붙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경사가 그리 심한 것은 아니지만 오르막으로만 이어지니까 아무래도 자주 쉬게 된다.

 

     산객으로 하여금 계속되는 오르막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 주는 것은 보리암 돌탑이다. 장군봉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오른쪽으로 벗어난 지점에 있다. ‘보리암은 절이라고 하기가 민망할 정도이지만, 이곳에 조성된 돌탑만큼은 능히 산꾼들의 발길을 유혹할 만하다. 비록 규모면에서는 비교가 안 되긴 하나 마이산 돌탑을 연상케 한다. 지금도 계속 쌓고 있다.

 

감악산9.jpg [보리암 돌탑]

 

     돌탑 앞의 허름한 움막에서 등산객을 상대로 차도 팔고 운세도 봐 주는 분이 바로 이 탑들을 쌓는 주인공이라고 한다. 움막에 들어가 왜 무슨 연유로 탑을 쌓느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그냥 지나쳤다. 굳이 알아서 무엇 하랴. 모르는 채 신비로움으로 남겨 두는 게 더 나으리라.

 

     보리암 돌탑을 구경하고 산 위로 발길을 재촉하면 20분 걸려 악귀봉 정상에 도착한다. 장군봉 올라가는 길에서 약간 옆으로 빗겨나 있어 자칫 지나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호기심 천국의 촌부가 어찌 그냥 지나리오. 존재를 몰랐으면 몰라도 안 이상은 당연히 가 볼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등산안내도에는 이 봉우리가 안 나온다. 정상에는 잔뜩 멋을 낸 표지판이 바위 위에 세워져 있는데도 말이다. 반면에 다음의 장군봉은 등산안내도에는 있어도 정상에는 표지판이 없다. 이를 두고 도대체 무엇이라 설명해야 하나.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면서 손발이 따로 노는 이런 엇박자가 많이 고쳐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혹시 "악귀봉"이라는 이름이 너무 험악해서 일부러 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촌부는 이런 이름의 봉우리를 홍성의 용봉산에서 처음 대한 후 이번에 두 번째로 접했다. 

 

감악산10.jpg [악귀봉 정상]

 

      아무튼 악귀봉 정상은 바위덩어리인데, 밑이 절벽이라 위험하긴 해도 전망이 좋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증명사진도 찍고 숨도 고를 겸 잠시 앉아서 쉬는데, 뒤따라 온 사람들이 자리를 비워달란다. 어쩌랴, 촌부가 전세 낸 것도 아닌데. 장강의 뒷 물결만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다

      어느 산이나 사진 명소(Photo Zone)에서는 뒤에 온 사람이 비켜달라면 먼저 온 사람은 자리를 내 줘야 한다.

 

     악귀봉에서 내려오면 이내 장군봉(해발 640m)으로 오르게 된다. 이 길은 바윗길로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풍광이 멋지다. 앞서 말한 대로 표지판(표지석)이 없다 보니 장군봉인지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다. 용문산의 장군봉은 이름값을 못할망정 표지석이라도 세워져 있는데, 감악산 장군봉은 이도 저도 아니다. 이래저래 인증사진만 한 장 남기고 200m 떨어진 임꺽정봉으로 향했다. 어느새 오후 1시가 되었다.

 

감악산11-1.jpg[장군봉]

 

      악귀봉에서 장군봉을 거쳐 임꺽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암릉(巖陵)으로 오른쪽이 절벽이다. 그래서 장군봉에서 임꺽정봉은 손앞에 있는 것처럼 바로 보인다. 특히 임꺽정봉의 깎아지른 절벽에 마치 선반을 매단 듯 설치된 철계단 잔도(棧道)가 눈길을 끈다.

 

감악산12.jpg[임꺽정봉의 잔도]

 

      임꺽정봉에는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고, 봉우리의 유래를 설명한 안내판도 있다. 그런데 표지석에 새겨져 있는 임꺽정봉의 해발고도는 676.3m! 감악산 정상의 높이가 675m로 되어 있다. 그렇다면 정상보다 더 높은 이 봉우리는 뭔가

      이런 모순이 왜 촌부의 눈에만 들어오는 것일까.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시작하여 50년 동안 안경을 쓰다가 지난봄에 백내장 수술을 하여 ‘600만 불의 사나이가 되긴 했지만, 2.0의 시력을 자랑하는 사람들이 어디 한둘인가. 아무튼 자료를 찾아보니 임꺽정봉의 높이를 670m로 표시해 놓은 곳도 있다.

  감악산13.jpg[임꺽정봉]

 

      한편 임꺽정봉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는 안내판에 따르면, 봉우리의 생김새가 매와 비슷하다고 하여 응암봉(鷹巖峰)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생김새를 보고 응암봉이라고 명명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눈을 부비고 읽고 또 읽어봐도 왜 임꺽정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다. 참으로 불친절하고 부실한 안내판이다. 그나마 관리가 제대로 안 돼 글씨도 잘 보이지 않는 이런 안내판을 과연 계속 세워 두어야 하는 걸까.

      임꺽정이 관군에 쫓기다 이 봉우리에 있는 굴(=임꺽정굴)에 숨었다는 이야기가 구전되고 있는바, 그래서 임꺽정봉이라고 불리는 걸까. 한양에서 온 나그네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그나저나 임꺽정봉은 양주 불곡산에도 있으니, 이 일대에서는 이 산 저 산이 다 임꺽정인가 보다.

 

감악산15.jpg [임꺽정봉 안내판]

 

     임꺽정봉에서 능선을 따라 감악산 정상으로 바로 가면 600m밖에 안 된다. 그러나 그렇게 가면 감악산의 비경을 놓친다. 그 대신 다리품을 팔아 앞에서 언급한 철계단 잔도를 따라 절벽 밑으로 내려가서 봉우리 후면으로 가면, 감악산 정상 주위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에 단풍이 제대로 든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아마도 감악산 제일의 경치가 아닐까 싶다. 이곳에는 그런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다.

 

감악산16.jpg[임꺽정봉 아래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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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19.jpg[전망대에서 본 풍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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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에서 본 임꺽정봉]

 

       경치 구경을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시계를 보니 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거늘, 경치에 취해 그만 배고픈 걸 모르고 있었다.  옛 속담이라고 다 맞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전망대 근처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한 후 임꺽정봉의 후사면으로 난 길을 돌아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로 발걸음을 옮겼다. 멋진 경치를 구경한 대가로 땀 흘려 너덜지대를 지나는 수고를 감내해야 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너덜지대를 다 오르면 임꺽정봉에서 능선을 따라 오는 길을 만나게 된다. 이어서 정상은 지척이다. 오후 240분에 정상에 도착했다.

      감악산 정상은 헬기 착륙장이 있어 널찍하고, KBS 중계탑도 있다. 그리고 그 한 옆에는 목하 공사가 한창이다. 임진강 유역의 강수량을 정확히 예측하여 신속하게 홍수예보를 발령하려고 강우레이더를 신설하는 공사이다. 공기는 2021. 10. 28.까지이다

      지상 5, 지하 2층의 규모가 큰 건축물이 들어서는데, 차제에 등산객을 위한 전망시설도 부대시설로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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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레이더 시설 조감도]

 

       감악산의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석 위에는 돌제단이 있고, 그 위에 다시 감악산비(파주시 향토유적 제8. ‘빗돌대왕비라고도 한다. 높이 170)가 세워져 있다. 세워진 위치나 형태로 보아 진흥왕 순수비의 하나일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는데, 글자가 거의 마모되고 없어 불확실하다

 

감악산14.jpg [감악산 정상의 비석]

 

       그런데 이 비석에 얽힌 전설이 재미있다.

 

        이 비석은 본래 양주시 남면 황방리(초록지기마을) 간파고개의 길가에 있었는데, 사람이 말을 타고 그 앞을 지날 때는 반드시 말에서 내려 절을 하고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말에서 떨어지는 화를 입었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외지인들이 그냥 말을 타고 가다가 화를 입는 일이 자주 벌어지자 이곳 주민들이 감악산 산신령님께 재를 올리고 도움을 청했다.

        어느 날 모든 주민들이 똑 같은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산신령이 나타나 소를 빌려달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에 주민들이 일어나 보니 꿈속에서 소를 빌려준 사람들의 소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고, 소를 빌려 주지 않은 사람들의 소는 모두 죽어 있었으며, 길가에 있던 비석이 산 정상으로 옮겨져 있었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필시 감악산 산신령이 그리 한 것이라고 여기고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지금도 산자락의 제당에서 매년 재를 올리고 있고, 무속신앙에서는 감악산을 영험하게 생각하여 전국에서 무속인들이 찾아오며, 이 산에 와서 시산제를 지내는 산악회도 있다.

 

      감악산의 정상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능선 위에 성모마리아상이 세워져 있는 게 보인다. 누가 무슨 연유로 하필 산 위에 성모마리아상을 세웠는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금수강산을 찾아 오랜 세월을 떠돈 촌부도 처음 보는 모습이다.

 

감악산22.jpg[성모마리아상]

 

       정상에서 20여 분 머무르다 강우레이더 신축공사장의 왼쪽으로 돌아 까치봉 쪽으로 난 하산길(운계능선길. 2.12km)로 접어들었다. 4-5분 내려가면 산의 북쪽과 서쪽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는 팔각정이 나온다.

       쉼터이자 전망대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는 시야를 가리는 게 없는지라 임진강과 그 건너 휴전선 이북의 북한 땅도 눈에 들어온다. 다만 미세먼지로 인하여 오강원님이 가져온 망원경으로도 개성의 송악산이 또렷하게 보이지 않는 게 아쉽다

       감악산은 정상에 서면 앞에서 언급한 대로 남으로는 북한산이 보이고, 북으로는 송악산이 보인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이다. 그만큼 전략적인 요충지라는 말도 된다(그 때문에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등반이 금지되었다).

 

감악산23.jpg[팔각정에서 본 임진강과 북녘땅]

 

      그나저나 희미하게나마 보이는 저 송악산은 언제나 올라갈 수 있을까. 저 산을 마저 올라야 경기 5악을 다 오르게 되는데, 그게 언제쯤일까. 21세기의 불가사의라고 할 3대에 걸친 김씨왕조가 얼른 종말을 고해야 하는데, 촌부의 다리에 힘이 남아 있을 때 가능할까.

 

      촌부가 송악에 오르지 못하는 것도 아쉽지만, 그보다는 김정은의 독재정권 아래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백성들이 더 안타깝고 가련하다. 영험하다는 감악산 산신령님께 빌어볼거나. 하루빨리 자유와 광명의 빛이 북한에 넘치게 하여 달라고 말이다. 잔인무도한 김정은을 계몽군주라고 칭송하는 얼치기 자칭 지식인들이 활개치는 세상에 그런 기도가 통하려나 모르겠다.

 

      문득 떠오르는 방송이 있다.

 

땅덩어리 변함없되 허리는 동강 나고,

하늘빛은 푸르러도 오고 가지 못하누나.

이 몸 죽어 백 년인데 풍류 인심 간 곳 없고,

어찌타 북녘땅은 핏빛으로 물들었나.”

 

       KBS라디오에서 1964년 4월에 방송을 시작한  김삿갓 북한 방랑기의 첫머리에 성우 오정한의 음성으로 나오던 이 구절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지금 같으면 언감생심의 방송이지만, 그 시절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청하던 프로그램이었다이 방송은 도중에 "김삿갓 방랑기"로 이름을 바꿔 2001년 4월까지 37년간 11,500회 방송했는바, 라디오 최장수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팔각정에서 까치봉을 거쳐 내려가는 운계능선길은 계단이거나(계단이 꽤 많다), 아니면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그래서 무릎에 큰 무리가 가지 않는다.

      별 특징이 없는 이 하산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곳이 운계전망대이다. 이곳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오후 415. 무르익은 가을의 짧은 해가 서산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면 오전에 지났던 출렁다리가 보인다. 산의 두 봉우리를 이은 모습이 석양 아래 실감 나게 눈에 들어온다.

 

감악산25.jpg [운계전망대]

 

감악산26.jpg[운계전망대에서 바라본 출렁다리]

 

       해가 서산에 걸린 탓일까, 아직 해가 질 시간은 아니건만 나그네의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하릴없이 운계전망대를 벗어나면 이내 범륜사이다

      조급한 마음에 절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옆으로 비켜 계곡으로 내려서자 운계폭포(雲溪瀑布. 높이 20m 정도)가 나왔다. ‘운계능선길’, ‘운계전망대라는 이름이 유래한 폭포이다.

       그만큼 감악산에서는 나름 명소인 셈인데, 이걸 어쩌랴, 물이 하나도 없다. 올여름 내내 그렇게 장마가 지루하게 이어지며 비가 많이 왔건만, 가을 가뭄으로 폭포의 물이 싹 마른 것이다. 본래 수량이 풍부한 폭포라는 말을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파주시에서 큰돈을 들여 야간조명시설까지 해 놓았는데, 물이 없으니 속수무책으로 개 발에 편자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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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계폭포]

 

        운계폭포를 지나 출렁다리를 다시 건너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에는 어느새 정말로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한양으로 돌아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이 왠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가을을 보내는 아쉬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런가. 내비게이션이 보여주는 도로 상황은 붉은색 일색이었다. 단풍 구경을 나선 사람이 어찌 촌부일행뿐이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