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안식처(키나발루)
2023.03.04 22:10
영혼의 안식처
2020년 1월부터 지속되어 온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년 넘게 묶여 있던 발이 지난해 여름 캐나디언 로키(Canadian Rocky)를 기점으로 다시 해외로 방향을 돌렸다.
그런데 다리와 심폐기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해외의 고산 트레킹은 어불성설이다. 때문에 틈틈이 서울 근교의 산을 찾는 가운데 지난가을부터 설악산, 지리산, 계방산, 덕유산, 한라산의 순으로 남한의 5대 높은 산을 차례로 오르며 체력을 길렀다.
몇 년 전부터 별러오며 올여름에는 꼭 시도해 보리라고 마음먹고 있는 킬리만자로 등정의 예비고사 장소로 택한 곳이 바로 키나발루산(Mount Kinabalu)이다.
무엇보다도 해발 4,000m 이상의 고산을 마지막으로 오른 게 4년 반 전의 천산산맥인지라, 그 사이 고산증 적응력이 얼마나 약화되었을지 사뭇 궁금했다. 그래서 혜초여행사에서 마련한 3박5일짜리 키나발루산 트레킹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총인원은 11명.
키나발루산(Mount Kinabalu)
키나발루산은 해발 4,095m로 동남아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보르네오섬의 북단 적도 부근 북위 6도에 자리하고 있다. 행정구역은 말레이시아의 사바(Sabah)주에 속한다.
5-6천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고 기후가 다양해, 밀림이 우거진 저지대는 항상 여름이고 위로 올라갈수록 봄가을과 겨울 날씨를 차례로 경험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만년설은 없다). 그래서 2000년 12월 유네스코가 세계유산(World Heritage Site)으로 지정했다(말레이시아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1962년).
키나발루(Kinabalu)라는 이름은 원주민인 카다잔 두산(KadazanDusan)족의 말인 ‘아키 나발루(Aki Nabalu. ’죽은 자를 숭배하는 곳‘, ’영혼의 안식처‘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으로, 카다잔 두산족은 이 산에 그들 조상의 영혼이 머물고 있다고 생각해 신성시한다.
그런가 하면 이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또 다른 전설도 전해진다.
12세기 무렵 이 부근 해역을 지나던 중국 왕자가 탄 배가 좌초되었다가 구조되었는데, 목숨을 건진 중국 왕자와 당시 보르네오 공주가 사랑에 빠져 결혼하였다. 그런데 중국 왕자가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중국으로 돌아가서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떠난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매일 산꼭대기에 올라 남중국해 쪽을 바라보던 보르네오 공주는 시름시름 앓다 죽어 돌이 되었다. 말레이시아판 망부석(望夫石)인 셈이다. 그 후 사람들은 이 산을 ‘중국 과부’라는 뜻의 ‘키나(Cina. 중국) 발루(Balu. 과부)’라고 불렀다고 한다.
[키나발루산 전경. 자료사진]
출국
2023. 2. 15. 저녁 7시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코타키나발루행 저가 항공 진에어(Jin Air)에 몸을 실었다. 당초 예정보다 1시간 늦어진 출발이다.
촌부는 이번에 저가 항공을 처음 타 보았다. 비행기가 협소하여 비즈니스석은 아예 없고, 좌석에서 여행정보나 영화 등을 볼 수 있는 모니터도 없다. 게다가 5시간 30분이나 되는 비행시간 동안 기내식은 물론이거니와 물 한 모금을 안 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내식은 사전에 예약한 경우에 한하여 유료로 제공하고, 물은 달라고 하면 승무원이 컵에 따라서 갖다준다고 한다.
이렇게 승객 서비스는 뒷전인 반면에 이륙 후 얼마 안 되면서부터 기내 면세품 판매를 알리는 방송을 수시로 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아무리 저가 항공이라지만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거의 횡포 수준이다.
저가 항공의 서비스가 그렇게 불만이면 그런 비행기는 안 타면 그만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등 일반항공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아예 취항을 하지 않는다. 고작 다니는 게 진에어와 제주항공 두 저가 항공뿐이다.
두 저가 항공이 독점하다 보니 서비스가 아무리 엉망이어도 횡포를 감내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해야 하는 탑승객들이 불쌍할 따름이다. 히말라야를 오르기 위해 네팔의 카트만두까지 가는 대한항공은 독점노선이어도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코타키나발루 도착과 산행 준비
코타키나발루 공항에 도착하니 현지 시각으로 밤 11시 30분이다(서울보다 1시간 늦다). 코타기나발루 공항은 일견하여 우리나라 제주 공항보다도 작은 것 같다. 1시간 걸려 입국 절차를 마치고 공항을 나서니 현지 가이드 이중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상 25도의 후끈한 열기가 목하 더운 지방에 왔음을 일깨워 준다.
대기 중이던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한밤중에 2시간을 달려 키나발루 국립공원의 로지에 도착했다(해발 1,585m). 정말 달밤에 체조하는 격이다.
숙소인 “NEPENTHES SUITE”는 기대 이상으로 쾌적하고 좋았다. 잠깐 눈을 붙였다가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나려니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밝은 아침에 보는 로지의 아름다운 풍광에 반하여, 며칠 묵으며 쉬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침 8시에 로지 안에 있는 식당에서 뷔페식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음식들이 모두 정갈한데, 특히 동남아답게 즉석에서 끓여주는 따끈한 쌀국수가 입맛을 돋운다.
[키나발루 국립공원의 로지와 식당]
식사 후 마이크로버스를 타고 키나발루 국립공원 관리사무소(Kinabalu Park Headquarter. 해발 1,585m)로 이동하였다(10분 거리).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등산객들로 벌써 북적인다. 그들의 복장을 보니 각양각색이다. 반팔·반바지 차림(대개 서양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겨울 파카를 입은 사람들도 있다.
이번에 산행을 한 촌부의 경험으로는 후술하는 라반라타(Laban Rata) 산장까지는 우리나라의 가을 산행 복장이 적합하다(후술하는 라반라타 산장에서 정상까지는 겨울 산행 복장이 맞다). 촌부는 추울까 싶어 겨울 바지에 내복까지 입고 갔다가 화장실에 가서 갈아입는 촌극을 연출했다.
[키나발루산 등산허가증]
관리사무소에서 입산신고를 하고(가이드 이중원씨가 일괄적으로 해 주었다) 등산 허가증을 받아 목에 걸었다. 산행 내내 휴대해야 하는 필수 ID카드이다.
이곳에서 여행가방(캐리어)은 다음날 하산 후 묵을 호텔로 마이크로버스 편에 보내고, 등산 배낭 중 큰 것(다음날 정상 등정할 때 입을 겨울옷, 털모자, 무릎보호대, 상비약 등을 넣은 것)은 현지인 산악가이드(짐꾼을 겸한다)에게 맡기고, 촌부는 비옷과 물병, 여행사에서 준비한 점심도시락 등을 넣은 작은 배낭만 둘러멨다.
배낭 하나당 50불(무게 10kg까지. 이를 넘을 경우 1kg당 5불 추가)을 주면 현지인 산악가이드가 라반라타 산장까지 가져다주고, 이튿날 후술하는 팀폰 게이트(Timpohon Gate)까지 도로 가져다준다.
이곳까지 와서 그까짓 배낭을 직접 짊어지고 가지 50불이나 주고 짐꾼한테 맡기냐고 할 수 있지만, 모르는 말이다. 짐을 맡길 것을 절대적으로 권한다. 적어도 키나발루산 정상을 오르고 싶으면 말이다. 그만큼 산행이 힘들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큰 배낭과 작은 배낭을 하나씩 미리 준비할 일이다.
1박 2일간의 산행 동안에는 현지인 산악가이드만 동행한다. 키나발루산 정상을 오르려면 반드시 현지인 산악가이드와 동행해야 한다. 1명의 가이드가 최대 5명의 등산객을 안내할 수 있다. 때문에 모두 11명인 우리 일행은 산악가이드가 3명이었다. 그들과는 영어로 소통하는데, 발음이 생소해서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산행의 출발지는 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멀지 않은 팀폰 게이트(Timpohon Gate)이다. 이곳까지는 차로 이동한다. 아침 10시, 해발 1,866m에 자리한 이곳에서 마침내 키나발루산 정상 등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팀폰 게이트]
라반라타(Laban Rata) 산장까지
높은 산을 오르다 보면 오르막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개는 이따금 내리막도 있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정상까지 올라가는 게 보통이다. 이는 심지어 히말라야를 가도 그렇다. 그런데 키나발루산은 극히 짧은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오르막 일색이다. 그것도 급경사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해발 1,866m의 팀폰 게이트에서 출발하여 해발 3,273m의 라반라타 산장까지의 거리가 6km(표고차 1,407m), 해발 4,095m의 정상까지의 거리가 8.8km(표고차 2,229m)에 불과하다. 이는 단적으로 말해 그만큼 정상을 오르기가 힘들다는 뜻이다.
이 정도 높이의 산을 올라갔다 오려면 히말라야에서는 산중에서 적어도 4-5박을 한다. 그런데 키나발루산에서는 고작 1박을 한다. 팀폰 게이트에서 출발하여 파날라반(Panalaban) 산장지구의 라반라타 산장에 도착하여 1박을 하고,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팀폰 게이트까지 내려와야 한다. 그러니 산행을 마치고 내려왔을 때 히말라야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이 떠오른 게 결코 무리가 아니다.
현지인 산악가이드의 일당이 하루 2만원인 데 비하여, 한국인 가이드는 하루에 100만원을 줘도 안 간다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 가이드 경력이 7년 된 이중원님도 그동안 딱 한 번 정상에 올라갔을 뿐, 앞으로도 다시는 안 올라갈 거라고 한다.
팀폰 게이트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곧바로 열대우림의 밀림지대로 접어든다. 굳이 선글라스를 쓸 필요를 못 느낄 정도로 숲이 우거졌다. 그 숲속에서 이름 모를 온갖 꽃들이 자태를 뽐낸다. 귀에 익숙하지 않은 소리를 들려주는 새들과 다람쥐로 보이는(우리나라의 것과 비슷하게 생겼다) 동물 외에는 생각 밖으로 다른 동물은 구경하기가 힘들다. 가끔 폭포도 눈에 들어온다.
[길을 안내하고 배낭을 운반해 준 현지인 산악가이드와 함께]
등산로에서는 500m 전진할 때마다 그때까지 걸어온 거리와 해발고도를 알려주는 이정표가 객을 맞는다. (KM 2, 2,252m), (KM 3, 2,455m)... 이런 식이다. 현 위치와 앞으로 남은 여정을 쉽게 알 수 있어 산행속도 조절에 도움이 된다.
그런가 하면 500m 내지 1km 간격으로 화장실과 간이 의자가 있는 쉼터(이곳에서는 ‘pondok’이라고 한다)가 설치되어 있다(라반라타 산장 전까지 모두 여섯 곳). 등산객들에게는 고맙기 그지없는 곳으로, 화장실이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다.
[이정표와 쉼터]
출발해서 한동안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룰루랄라 걷는데, 하늘이 갑자기 꾸물거리기 시작한다. 1년 내내 하루에 한 번은 꼭 비가 온다는 키나발루산의 진면목을 보여주려나 보다.
처음엔 이슬비 정도여서 배낭 덮개만 씌우고 그냥 걸었는데, 점점 굵어지는 빗방울에 결국 비옷을 입어야 했다. 열대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콜(sqoall), 즉 잠깐 내리다 그치는 소나기려니 했더니 그게 아니다.
하염없이 내리는 비가 그칠 줄 모른다. 어디선가 시조 한 수가 들려오는 듯하다. 조선 중기의 문신 김상용(金尙容. 1561-1637)의 흉내를 내본다.
밀림에 듣는 빗발 무심히 듣건마는
내 시름 쌓여가니 잎잎이 수성(水聲)일세
이후야 우거진 숲을 더 볼 일이 이시랴
도리없이 라양라양 쉼터(Layang-Layang Hut. 해발 2,702m. 팀폰 게이트로부터 4km 지점. 이곳은 단순한 쉼터를 넘어 무인대피소 역할도 한다)에서 비도 피할 겸 점심식사를 했다. 시계바늘이 이미 오후 1시 30분을 넘어가고 있어 배가 고플 때도 되었다.
혜초여행사에서 준비한 백반 도시락은 내용물이 이것저것 골고루 들어있었지만, 쏟아지는 장대비를 겨우 피해 쉼터에서 먹으려니 청승맞기 그지없다. 이 무슨 사서 고생이람.
식사를 마치고 기다려도 비가 쉽사리 그칠 것 같지 않다. 쉼터에 온 지 어느새 한 시간 남짓 지났다. 할 수 없이 장대비 속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산길은 점점 더 경사가 급해지고, 많은 비가 내려 질척이고 미끄럽다. 부지런히 서둘러 가야 어두워지기 전에 라반라타 산장에 도착할 수 있는데.... 그야말로 일모도원(日暮途遠)이다.
산첩첩(山疊疊) 노망망(路茫茫)에 다리가 아파서 어이 가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키나발루산의 명물(?)인 네펜테스(Nepenthes)도 보인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식충식물로 3.5리터의 물을 머금을 수 있다. 항아리 모양의 피처(Pitcher) 입구에 꿀샘이 있어 곤충을 유인하는데, 입구가 미끄러워 곤충들이 피처 속으로 빠진다. 피처 속에서는 소화액을 분비하여 떨어진 곤충을 잡아먹는다. 곤충은 물론 개구리, 도마뱀, 생쥐까지도 잡아먹는다. 실로 왕성한 식욕이다.
[네펜테스]
오후 3시 50분, 바야흐로 고산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해발 3,000m 지점을 통과했다. 비옷을 벗긴 했으나 비와 땀으로 젖은 몰골이 가관이다.
이곳부터는 바위를 깎아 만든 경사진 등산로가 울퉁불퉁하기도 했지만, 고산증을 염두에 두고 걷는 속도를 늦췄다. 완전하지는 않아도 날이 갠 덕분에 눈에 훨씬 잘 들어오는 풍광을 유심히 보면서 여유있게 인증사진도 남겼다.
[라반라타 산장으로 오르는 도중에]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식물들이 키가 큰 교목에서 키가 작은 관목으로 바뀐다. 키가 크지 않은 촌부에게는 위압감을 주는 커다란 나무들보다는 이렇게 키가 작은 나무들이 정겹게 다가온다.
관목들 사이로 난 황톳빛 바윗길을 무념무상으로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발길이 파날라반(Panalaban) 산장지구에 도달한다(해발 3,273m). 습관적으로 시계를 보니 5시 15분이다. 출발지로부터 7시간 15분 걸렸다. 날이 좋으면 4-6시간 걸린다는데 장대비가 쏟아지는 악천후속을 오르느라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이곳에는 5개의 산장이 있는데 그 중 라반라타(Laban Rata) 산장에만 식당 등 편의시설이 있고, 다른 산장은 잠만 자는 곳이다. 말하자면 라반라타 산장이 파나라반 산장지구의 중심인 셈이다. 우리 일행이 머문 곳은 바로 이 라반라타 산장이다.
[라반라타 산장]
산장측에서 배정해 주는 대로 2층에 있는 방으로 갔다. 11인실로 마치 우리 일행을 위한 맞춤방 같다. 2층 침대가 설치되어 있고, 침대마다 밤에 덮고 잘 담요와 커다란 수건이 비치되어 있다. 일행 중 먼저 도착한 분들은 이미 저녁식사를 마치고 다음 날의 새벽 산행을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식당은 뷔페식이다. 점심 먹은 지 3시간 남짓 지난 까닭에 식욕이 그다지 나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고산증이 나타나는 지대에서는 많이 먹을 경우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기 때문에 허기를 면할 정도로만 먹고 문밖으로 나섰다. 주위를 둘러볼 요량이다.
그런데 맙소사,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참으로 징그럽다. ‘지금은 아무리 내려도 좋으니 제발 내일 새벽에는 내리지 말라’고 속으로 기도하여 보지만, 효험이 있을까 모르겠다.
공동화장실에는 샤워시설이 있지만, 고산증을 생각하면 샤워는 언감생심이다. 더구나 더운 물은 아예 안 나온다. 양치질과 고양이 세수만 하고 밤 8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밤 8시면 산장 전체의 전등이 소등된다.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이곳은 전기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휴대폰 충전이 불가능하다. 보조 배터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다. 그리고 밤에는 꽤 춥다. 내복을 입고, 등산복 바지와 자켓도 입고, 양말도 신고 자는 게 현명하다. 잠결에 들리는 저 빗소리는 언제나 그치려나.
키나발루산 정상---로우 피크(Low’s Peak)
2.17. 새벽 0시 40분에 일어났다. 1시 30분부터 식사를 하기 때문에 미리 일어난 것이다. 그러나 1시가 되기 전에는 전기가 안 들어와 화장실에 가려고 해도 플래시를 켜야 한다.
식사가 1시 30분부터 시작되었지만 막상 그 시간에 정식으로 식사를 한다는 게 무리여서 간단히 건강음료와 육포, 초콜릿만 먹었다. 그런데 그 바람에 후술하듯이 10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할 때까지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 거의 탈진할 지경이었다. 산장에서 제공하는 흰죽을 좀 먹어둘 걸 하는 후회를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가지고 간 고마이계흑차를 타서 보온병에 넣어가려고 식당에 가 더운물을 달라고 하니까 돈을 내란다. 보온병 한 통에 4링깃(=1,200원)이란다. 이 산장에서는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 달러도 안 되고 오로지 말레이시아 돈인 링깃(Ringgit)만 통용된다. 따라서 미리 환전을 해두어야 한다.
본래 2시 30분 출발 예정이어서 이날 정상 등정길에 나선 150명이 장비를 갖추고 모여들었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쏟아지는 장대비! 저 비가 그치지 않으면 등정허가가 나지 않아 그냥 허무하게 하산해야 한다. 속절없이 기다리길 30분, 가이드가 출발하자고 한다. 비가 그친 것은 아니지만 빗줄기가 가늘어진 것이다.
"오, 산신령님 감사합니다!"
새벽 3시. 깜깜한 밤중에 겨울 등산복을 입고, 예비옷과 물을 넣은 작은 배낭을 메고 비옷을 입고 헤드랜턴을 켜고 출발했다. 함께 기다리던 150명이 줄을 서서 나서는데, 하나같이 비장한 모습이다.
출발지부터 급경사의 계단이 계속 이어진다. 깜깜한 밤중이라 앞사람을 놓치지 말아야겠기에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하산할 때 보고는 “아니, 그 밤중에 이런 급경사 계단을 올라갔나”하고 놀랐다.
산장에서 한 시간, 거리상으로 1km 올라가면 사얏사얏(Sayat Sayat) 검문소가 나온다(해발 3,668m). 이곳에서 전술한 등산 허가증을 보여주어야 통과할 수 있다.
[사얏사얏 검문소. 자료사진]
사얏사얏 검문소를 통과하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화강암의 암릉지대이다. 급경사의 계단 아니면 미끄럽고 질퍽한 바윗길과 사투를 벌이며 오르기를 2시간 30분. 해발 3,800m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왔다(5시 40분). 아직은 주위가 깜깜하다. 비는 다행히 그쳤다.
비록 가이드가 동행한다고 하지만 깜깜한 밤중에 누가 누구인지 식별조차 어려운 판이라 가이드에 의지할 수는 없고, 이제부터는 바위 위에 놓여있는 흰 밧줄을 잡거나 안 잡아도 이를 따라가야 한다. 이 밧줄이 길라잡이를 하는 셈이다. 따라서 밧줄을 잡는 데 필요한 장갑이 필수품이다.
[암릉지대]
다시 한 시간 걸려 4,000m 지점을 통과했다(6시 50분). 날이 어슴프레 밝아오면서 산의 여러 봉우리들 모습이 실루엣처럼 눈에 들어온다. 해가 뜨는 동쪽으로 당나귀귀봉(Donkey Ears Peak. 4,054m)이 보인다. 반대편으로는 남봉(South Peak. 3,933m)이 보이고 앞쪽으로는 성요한봉(St. Johns Peak. 4,091m)도 보인다.
[당나귀귀봉]
[남봉]
[성요한봉]
이제 95m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다. 그러나 정상 밑은 급경사인데다 커다란 바위들이 너덜지대처럼 놓여있어 밧줄을 잡고도 오르기가 쉽지 않다. 네 발을 동원해서 사투를 벌이기를 50분, 마침내 키나발루산의 최고봉인 로우봉(Low’s Peak)의 정상에 섰다(7시 30분). 4시간 30분 걸린 셈이다. 정상적으로 오르면 3-4시간 걸린다는데, 역시 비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로우봉은 초등자인 영국인 로우(Low)의 이름을 딴 것이다.
[로우봉 : 키나발루산 정상]
깜깜한 새벽에 출발하여 키나발루산을 오르는 이유 중 하나가 정상에서 장엄한 일출광경을 보고자 함인데, 이날은 비만 그쳤을 뿐 잔뜩 흐린 날씨 탓에 일출은 볼 수가 없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면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한다더니 이곳에서 일출을 보려면 그보다 더 오랜 덕을 쌓아야 하는 걸까. 그나마 맞은편 성요한봉(St. Johns Peak)에 있는 고릴라 얼굴 모습(보는 관점에 따라 사람 얼굴이라고도 하고, 원숭이 얼굴이라고도 한다)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위안을 삼는다.
아무튼 힘들여 정상을 올랐다는 뿌듯한 성취감을 말로 설명할 수는 없고, 이는 그야말로 고산을 올라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나아가 처음에 걱정했던 고산증을 그다지 느끼지 않은 것도 수확이다.
키나발루산의 정상 부근에는 강한 돌풍이 자주 부는데, 그럴 때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이날은 다행히 돌풍이 불지 않아 그렇게 춥지는 않았으나 여실한 초겨울 날씨였다.
하산
정상에 올랐으니 남은 것은 내려가는 일뿐이다. 마침 산악가이드 중 한 분이 늦게까지 남아서 동행을 한다. 혹시 길을 잃을까 염려가 되는 모양이다.
주위가 환해진 하산길에서는 올라갈 때는 몰랐던 거대한 바위산의 장엄한 풍경에 새삼 감탄을 한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려간 까닭에 하산길이 오히려 호젓해서 좋다. 그래서일까, 마치 노마드족으로 세상을 방랑하는 기분이 든다.
“오늘도 걷는다마는 정처 없는 이 발길~”
어디선가 흘러간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남봉 옆으로 지나는 하산길]
멋진 정경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계속 더디게 하는데, 그중에서도 마치 긴 머리를 옆으로 뉘어 빗으로 가지런히 빗은 듯한 느낌을 주는 회색빛 남봉(South Peak)의 유려한 곡선미와 질감이 특히 촌부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버선코 같기도 하고, 한옥의 처마 같기도 하다. 아무리 그림을 잘 그린들 이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있으랴.
[남봉의 곡선미]
다들 바쁘게 앞서 가버린 바람에 더불어 즐길 이 없는 게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하다. 일찍이 퇴계 선생은 청량산 육륙봉의 비경을 혼자만 알고 싶어 했는데, 극동에서 온 나그네는 키나발루 남봉의 경치를 누가 알까 걱정이다. 그래서 선생의 흉내를 낸다.
키나발루 남쪽봉 아는 이 나와 백운(白雲)
구름이 뭐라 하랴 못 믿을 손 길라잡이
그대여 침묵하소 중생 알까 저어되오
남봉의 왼쪽으로 능선을 넘어가면 라반라타 산장으로 가는 내리막길이다. 산악가이드가 라반라타 산장에서 오전 10시까지만 아침식사를 제공한다며 서두를 것을 은근히 재촉한다.
그러나 아무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이 먼 곳에 와서 식사 시간에 쫓겨 산천경개를 제대로 감상 못 할 일은 아니다. 다시 올 기약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올라갈 때 어둡고 비가 와 못 본 풍경을 새삼 음미하며 천천히 걸었다. 그래도 4시간 30분 걸려 올라온 길을 3시간 만에 내려갔다.
[라반라타 산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이른 새벽부터 움직였는데, 별로 먹은 게 없어서 허기가 졌다. 초콜릿이라도 배낭에 더 넣어서 올 걸 하는 뒤늦은 후회를 한다. 오전 10시 30분 라반라타 산장에 도착하여 아침식사를 하려니 정작 속이 울렁거려 먹기가 힘들다. 할 수 없이 흰죽만 한 그릇 간신히 비웠다.
식사를 마치고 짐을 정리했다. 옷도 다시 가을 등산복으로 갈아입었다. 생각 같아서는 한잠 자고 가고 싶었지만, 일행들이 이미 떠난지라 그럴 수가 없다. 당초 산행을 시작할 때 가이드 이중원님이 하산시에는 각자 자기 페이스대로 내려오라고 했지만, 그래도 너무 지체하면 민폐가 될 것 같아 서둘렀다.
11시 30분. 큰 배낭은 가이드에게 맡기고 촌부는 작은 배낭만 챙겨 팀폰 게이트를 향해 하산길을 재촉했다. 올라갈 때 비 때문에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지만, 지친 다리가 느긋하게 풍광을 감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어느 순간 옆을 지나가던 건장한 젊은 현지인이 말을 걸어온다. 다리 아프고 힘들지 않냐고. 그렇다고 했더니 택시를 타지 않겠냐고 한다.
“택시? 이 산중에?”
내 반문에 그 젊은이가 대답한다. 자기가 택시란다. 이른바, ‘사람택시!' 목적지까지 업어다 주겠단다. 신기해서 가격을 물으니 내 몸무게가 얼마냐고 되묻는다. 택시 요금이 몸무게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순간 귀가 솔깃하기도 했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멀리 이국땅에서 이곳까지 온 이유가 무엇인데, 사람택시를 탄단 말인가. 그래도 그가 몇 번 더 권유하더니 단념하고 쏜살같이 내려간다.
나중에 하산하여 한국인 가이드 이중원님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이곳에는 그와 같은 사람택시가 많다고 한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가마 타고 금강산 오르던 것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등산이 등정주의(登頂主義)에서 등로주의(登路主義)로 바뀐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 또한 중요하지 않은가. 그것도 히말라야처럼 하산에만 며칠씩 걸리는 산행이라면 또 모를까, 고작 반나절만 내려가면 되는 산행에서 사람택시를 타는 것은 아무래도 키나발루 트레킹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 같다.
새벽에 비가 왔으니 오늘은 비가 더 이상 오지 말기를 바라는 기대는 산산히 무너지고 오후 2시 무렵부터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비가 예사로운 비가 아니다. 전날 쏟아졌던 장대비의 재연이다. 그리고 이 비는 무려 3시간이나 계속 내렸다.
때문에 등산로가 곳곳이 물바다가 되었고, 비옷을 입었다고 하나 웃옷만 비를 피할 뿐 바지가 완전히 젖다 보니 바지를 타고 흘러내린 물로 등산화 속마저 흥건해졌다. 방수 등산화도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4일 동안 비를 맞고 걸었던 밀포드 트레킹이 생각났다.
[하산길에 장대비를 맞으며]
그렇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에서 산행을 할 때는 등산화까지 덮는 비옷 바지를 입을 일이다. 요새는 등산화를 신은 채로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비옷 바지가 시중에 나와 있다. 그러잖아도 지친 몸을 이끌고 걸어야 하는 판국에, 허리 아래부터 발끝까지 질펀한 상태로 걷는다는 것은 엎친 데 덮치는 격이다. 앞으로 누구든 키나발루산을 오를 사람이 있다면, 이런 비옷 바지를 꼭 준비할 것을 그에게 권하고 싶다.
새벽 0시 40분에 일어나 4,095m의 정상을 오르고, 이어서 바로 하산하느라 지친 몸에 비를 쫄딱 맞고 물에 빠진 생쥐처럼 되어 걸으려니 고행도 이런 고행이 없다. 이에 더하여 비구름에 어둠이 깔린 밀림이 주는 음산한 분위기가 감도는 통에 사람이나 동물 형상을 한 바위나 쓰러진 고목을 보면 머리끝이 쭈뼛 서기도 한다.
팀폰 게이트까지 500m 남았다는 마지막 이정표를 보고 젖 먹던 힘을 내보지만, 그 500m가 왜 그리 멀고도 먼지, 마치 5km는 되는 듯하다.
오후 5시 30분 드디어 팀폰 게이트에 도착했다. 이날 14시간 30분의 산행이 마침내 막을 내린 것이다. 기다리고 있던 차를 타고 코타키나발루의 프로미네이드 호텔(Promenade Hotel)로 가는 2시간이 왜 그렇게 춥고 길던지... 호텔에 도착하여 더운물로 샤워를 하고 나서야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실감이 났다.
오랜 시간 비를 맞으며 힘든 산행을 했어도 다행스럽게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목도 안 아팠다. 공기가 워낙 깨끗한 까닭이다. 이렇게 깨끗한 공기야말로 실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코타키나발루의 프로미네이드 호텔]
귀국
2. 18. 아침에 눈을 떠서 바라보는 호텔 밖의 풍경이 참으로 아름답다. 지난밤에는 몰랐는데, 바닷가에 자리한 호텔에 투숙한 것이다. 코타키나발루가 유명한 휴양지라더니 그 말이 허언이 아님을 단번에 알겠다.
인천행 비행기가 밤 11시 45분에 떠나기 때문에, 그때까지 이날 하루는 세계적인 휴양지에서 보내는 망외의 소득을 얻었다. 다만 이는 이번 트레킹의 주목적이 아니기에 간단히 서술한다.
코타키나발루는 적도 부근이라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린다. 그렇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찌는 더위는 아니다. 바닷가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산호섬인 마누칸 섬(Manukan Island)으로 갔다(15분 소요). 섬 전체가 관광지이다. 파라세일링(parasailing), 스노클링(snorkeling), 바나나보트, 해수욕 등 각종 해양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마누칸 섬이나 이곳을 오가는 스피드보트에서 키나발루산이 보인다. 거대한 회색 덩어리의 산이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감췄다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곳을 올라갔다 왔다는 게 꿈만 같다.
[마누칸 섬]
[마누칸 섬에서 본 키나발루산. 정상 부근이 구름에 덮여 있다]
마누칸 섬에서 2시간여를 보내는 동안에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도 들어갔다. 바닷물이 깨끗하고 차지 않아 수영하기에 딱 좋다. 여행사에서 수영복을 준비하라기에 실내수영장에서 수영할 때 입는 수영복을 가져왔는데, 그런 수영복을 입은 사람은 촌부가 유일했다. 야외용 반바지 수영복을 입을 일이다. 바닷물에 들어가기 전까지 모래사장을 걸을 때 신을 스포츠 샌들도 필요하다. 맨발로 걷다가는 발바닥을 다칠 수 있다.
마누칸섬에서 해물바베큐로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배를 타고 코타키나발루 시내로 들어가 짧게 시내 관광을 했다.
원통형의 건물 전체를 유리로 덮은 사바(Sabah)주 구청사 건물(30층으로 모양이 건전지를 닮아 ‘건전지 빌딩’이라는 별명이 있다)과 사바주의 인구(300만 명) 규모에 비추어 너무 크게 지어서 내부가 많이 비어 있다는 사바주 신청사 건물이 시선을 끈다.
이어서 간 곳은 이슬람 사원인 블루 모스크이다. 인공호수 위에 지어져 있는 이곳은 입장료를 냈지만 건물 안으로는 못 들어가고 바깥 모습만 볼 수 있다. 전에 중국인 여자 세 명이 담장 위에 올라가 춤을 추는 소동을 벌인 후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고 한다.
[사바주 구청사]
[사바주 신청사]
[블루 모스크]
해가 질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시내에 있는 대형 쇼핑센터에 들어갔는데, 냉방을 어찌나 하는지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게다가 아픈 다리를 쉬게 할 공간이 전혀 없어 할 수 없이 KFC에 들어가 맛없는 닭다리 튀김을 먹으며 쉬다 나왔다.
그리고 간 곳이 세계 3대 일몰(Sunset) 풍경을 볼 수 있다는 탄중아루(Tanjung Aru) 해변이다. 주차장은 차들이 이미 빼곡하게 차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기도 정말 원수 같은 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일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야자수 잎사귀 옆으로 비치는 노을을 사진에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탄중아루 해변의 일몰 풍경]
저녁식사를 위해 간 곳은 말레이시아판 샤브샤브인 스팀봇(steam boat)으로 유명한 곳이다(SEDAP BBQ STEAMBOAT). 규모가 엄청나게 큰 곳인데도 거의 만석이다. 고기, 해물, 야채, 소스를 뷔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일단의 어린 학생들(아무리 봐도 초등학교 고학년생 정도이다)이 떼로 몰려와 그중 한 명 누군가의 생일잔치를 하며 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 사람들의 평균적인 월수입이 우리 돈으로 60만원 정도라는데... 주인공이 부잣집 아이인가.
[스팀봇]
밤 11시 45분 마침내 인천행 비행기가 코타키나발루를 이륙했다. 아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던가. 영혼의 안식처인 키나발루산 등정을 마치고 나니 가이드 이중원님이 건네준 증명서 한 장이 남는다. 촌부가 2023. 2. 17. 키나발루산 정상인 로우봉에 올랐음을 키나발루국립공원의 매니저가 증명한다는 것이다.
비록 한 장의 종이에 불과하고, 이것이 없다고 해서 로우봉 등정 사실이 없던 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증명서를 손에 든 순간 왠지 그간의 노고를 위로받는 느낌이다.
“그래, 수고했어~”
촌부가 촌부 자신에게 한 말이다.
글을 마치며 산행을 전후하여 상세하고 친절하게 일정을 안내해 주신 가이드 이중원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님의 건승을 빈다.
[키나발루산 등정 증명서]
라이언 킹.mp3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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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k
2023.03.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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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거사
2023.03.05 16:15
아이쿠, 연금이 송금되는 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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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현
2023.03.05 11:57
정말대단하시다라는
놀라운표현입니다
존경합니다 -
우민거사
2023.03.05 16:16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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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텃골
2023.03.05 13:16
저도 실감나게 코타키나발루 등산 함께 했네요.
어흐..
다리 뻐근 하고
가슴 툭 트인다..하면서여.
어느 여행작가 여행기 보다 실감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우민거사
2023.03.05 16:17
도인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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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2023.03.05 13:24
'사람택시' 타고 저도 가보고 싶어요~ -
우민거사
2023.03.05 16:17
함 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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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
2023.03.05 13:48
정말 대단한 열정이십니다.
여정기를 읽고 나니, 저도 등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
우민거사
2023.03.05 16:18
힘이 들긴 하지만 강추입니다. 꼭 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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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sy
2023.03.05 20:25
탐방기 잘 읽었습니다.
안가본 사람도 마치 가본듯~~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
우민거사
2023.03.06 10:22
아이고 별 말씀을 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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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텃골
2024.03.03 08:14
성스럽다는 말씀에 차라리 옥산 대신 키나발루를 가 볼 걸 그랬나..란 생각을 하다가 아녀. 아녀 . 우중산행을 어케해
. 걍 마누미 섬에 가서 이글을 바탕으로 구름 속 키나발루를 상상 등산이나 하지...
키나발루가 중국인 과부?
사람택시 ? 중국 산에 가면 가마꾼들이 많드만 혹시 그 사람 택시가 미인표? 그르타믄 얼릉 타야져.."얼어 죽을 망정 이밤 더디 새오시라"가 아니라 "숨가빠 죽을 망정 이 산 더 높아라.이 산 더 높아라 " 하믄서..
ㅎㅎㅎㅎㅎ
넘 멋지고 대단하세여.
그 고생을 하시고도
또 옥산엘 오시다니.. -
우민거사
2024.06.21 10:53
역마살을 타고난 방랑끼를 어찌 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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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연금 송금 받아 살지 왜 귀국했을까?
정원이가 보고 싶어서인가요?
'영혼의 안식처'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