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소망인가?
2024.01.06 23:26
오늘이 소한(小寒)이다.
1년 24절기 중 제일 춥다는 날이다.
오죽하면 대한(大寒)이 소한(小寒)의 집에 갔다가 얼어 죽는다는 속담까지 있으랴.
그러나 올해 갑진년의 소한은 그 명성에 전혀 안 어울린다.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5도에 불과했고, 낮에는 최고 영상 5도까지 올라가 마치 초봄이 찾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이쯤 되면 따뜻한 겨울이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지난 12월에 매서운 추위가 위세를 떨친 적이 있었으니 앞으로 더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소한이 소한답지 않으니까 일단 춥지 않아 좋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는,
또 무슨 기상이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바야흐로 계묘년(癸卯年)이 끝나고 갑진년(甲辰年)이다.
푸른 용이 조화를 부리는 해인 만큼 이름에 걸맞게 격변의 한 해가 될 듯하다.
갑진년이 시작된 지 불과 1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나라 안에서는, 제1야당의 당대표가 피습을 당하고, 북한군은 서해안 백령도와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연이틀 포사격의 도발을 했다.
그런가 하면 나라 밖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에서 새해 첫날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하여 커다란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고, 이란에서는 IS에 의한 폭탄 테러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천재지변에 의해서든, 인간이 자초한 재앙에 의해서든, 올해도 지구촌이 결코 조용하지 않을 것 같다. 거기에 우리나라의 총선거를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총 40억 명이 참여하는 선거가 연중 실시될 예정이니 어찌 조용할 수 있으랴.
촌부가 갑진년(甲辰年)이 시작되면서 지은 삼행시(三行詩)
갑(甲)갑한 대내외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진(辰)정으로 도약하는 한 해가 되어
년(年)중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라는 소망이 안타깝게도 벌써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일흔 살이 되어야 ‘전도서’의 첫 구절--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쇼펜하우어 지음, 박재현 옮김,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2023), 342쪽)고 했다.
그러고 보면 고희(古稀)를 맞는 촌부가 새해 벽두에 그것이 헛된 것임을 모르고 헛된 소망을 품었나 보다.
그래 백거이(白居易)의 말마따나[그의 시, '自詠(자영)'],
이제는 숨어 있던 백발이 밤에 거울을 봐도 나타나는(夜鏡隱白髮. 야경은백발) 나이가 되었으니, 헛되고 헛된 소망에 연연해하지 말고, 우선 마음을 편히 가지면서 나머지는 모두 다 버려두고 한가로이 살아갈(且向安處去 其餘皆老閑. 차향언처거 기여개노한) 일이다.
심란한 마음에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서니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다.
대처(大處)와는 달리 촌부가 머무는 벽촌은 해가 지면 이내 어둠이 짙어지고 인적이 끊긴다.
그 어둠 속으로 불어오는 스산한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믐달을 삼킨 구름은 산에 걸린 채 추위에 얼었는지 미동도 않고,
하늘에서는 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에라, 헛된 소망일랑 접어두고 이런 풍광을 그린 옛 시(詩)나 한 수 읊어보자꾸나.
寒色孤村夜(한색고촌야)
悲風四野聞(비풍사야문)
溪深難受雪(계심난수설)
山凍不流雲(산동불류운)
추위에 감싸인 외딴 마을에 밤이 깊으니
스산한 바람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네
개울은 물이 깊어 눈이 쌓이질 않고
구름은 언 산에 걸린 채 꿈쩍을 않누나
[홍승(洪昇.·1645∼1704)이 지은 ‘설망(雪望. 눈을 바라보며)’이라는 시(詩)의 전반부이다. 본래 첫 행은 ‘寒色孤村暮(한색고촌모)’인데, 촌부가 그 중 ‘暮(모)’를 ‘夜(야)’로 바꿨다.]
춤을 추듯 내리는 눈을 바라보다 방 안으로 들어가며
결코 헛되면 안 될 소망을 또다시 끄집어낸다.
무너질 대로 무너진 사법부가 부디 속히 제 자리를 다시 찾기를~~
바흐-비아노 협주곡 5번F단조,BWV 1056-라르고.mp3
(바하 피아노 협주곡 5번)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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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 말이" 色卽是空 空卽是色 " 이란 말로 들리네여.
세상을 보는 눈과 생각이 역시 다르세여.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도 지극하시고여
저는 걍 미친눔덜이 지룰덜 하구 자빠졌네.
구신은 뭐하나 저런 눔들 확 안 잡아 가고.
근디 꼬시다 했드만 쇼하고 자빠졌네..
요른 생각만 하믄서 일없이 뒹굴고 있네여.
법관님 같은 분이 계시기에 아무리 교활한 눔덜이 쇼를 해 봤자 쇼는 쇼로 그치고 말겠지여,
법관님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