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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그 쓸쓸한 자리

                         이해인                      
                     
언젠가 한번은 매미처럼 앵앵 대다가 
우리도 기약없는 여행길 떠나갈 것을 ...

언젠가 한번은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쨍하고 해뜰날 기다리며 살아왔거늘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풀잎에 반짝이고 
서러운 것은 서러운대로 댓잎에 서걱인다. 

어제 나와 악수한 바람이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산다는 것의 쓸쓸함에 대하여 
누구 하나 내 고독의 술잔에
눈물 한방울 채워주지 않거늘 

텅 빈 술병 하나씩 들고 
허수아비가 되어 
가을들판에 우리 서있나니 ....

인생, 그 쓸쓸함에 
바라볼수록 예쁜 꽃처럼 
고개를 내밀고 그대는 나를 보는데 

인생, 그 무상함에 대하여 
달빛이 산천을 휘감고도 남은 은빛 줄로 
내 목을 칭칭감고 있는데 ...

내 살아가는 동안 
매일 아침 오늘도 살아있음에 감사하거늘 
그래도 외로운거야 욕심이겠지...

그런 외로움도.. ...
그런 쓸쓸함도 없다는 건 
내 욕심이겠지...... 

_______________

인생에 대하여, 
낭만에 대하여, 그리고 존재, 그 쓸쓸함에 대하여 
이 겨울 우리 함께 생각해봐요.

건강하시길..
2003/12/05 - 주인장의 답변
삭제 수정 댓글
2010.02.18 17:32:58
뉘신지 모르나
좋은 글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2003/11/30 - 범의거사의 답변
삭제 수정 댓글
2010.02.18 17:32:12
뉘신지 모르오나,
안녕히 가십시오.

동생에게!!!
나 쾌영이 형이다.
요번에 시제때 여주에 다녀왔는데
시골은 별일없이 다 편안하시다.
홈페이지를 찾아서 기쁜 마음으로
안부전한다.
건강하고 발전있길 바란다.

2003/11/15 - 범의거사의 답변
삭제 수정 댓글
2010.02.18 17:31:25
 앗, 
어떻게 이 곳까지 오셨습니까?
아무튼 반갑습니다.
그리고 찾아주신 흔적을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겉봉에만 쓰는 편지
---------------------------------------이정록


편지를 멀리한다 싶어 편지봉투를 한 꾸러미 사놨건만, 편지는 쓰지 앉고 부의(賻儀)봉투로 다 써버렸다. 흰종이띠만 남았다. 이곳을 빠져나간 봉투는 아무도 본인답장이 없었구나. 그가 남긴 일가(一家)가 인쇄된 영수통지나 보내왔구나
갈수록 부의란 한자가 반듯하게 써진다. 꼿꼿하게 잘 나온다.* 쓰는 김에 몇 장 더 써놓을까? 흠칫 놀랄 때가 많아졌다. 편지봉투를 묶고 있던 종이띠에, 수갑처럼 양손을 끼워 놓는다. 손가락도 묶지 못하고 툭 끊어진다. 슬픔이나 설렘 없이 편지봉투를 꺼내는, 내 손에서 시취(尸臭)가 났다 

편지봉투가 떨어져서 공무용 흰 봉투에 쓴다. 봉투 가장자리에 남빛 지느러미가 인쇄돼 있다. 망자(亡者)는 지금쯤 어느 먼 바다를 헤엄치고 있을까, 문득 공용봉투가 수족관처럼 느껴진다

죽어
부의로나 한 번
돈봉투를 받는구나 
그것도 관용봉투로 받는구나 

봉투만 보고도 뜨끔하지나 않을까. 영정 안의 눈초리를 피해 부조함에 떨군다. 부조함 안에서 물방울 소리가 난다. 어망에 든 조기 떼처럼, 부조함 속에서 살 비비고 있을 흰 봉투들, 화장(火葬)을 마치고 물속에 들면 비늘 좋은 조기나 될거나. 새벽 세 시, 상주 먼저 지느러미를 접고 바닥에 눕는다 

지하 영안실이 물 빠진 수족관 같다 
화투패처럼 가라앉는 남은 자의 비늘들 

일영아
오랜만이다.
사진과 좋은 글들을 보노라니 옆에 있는것 같이 반갑구나.
업무에 바쁜 걸로 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좋은 홈피를 갖고 있니?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는듯 하여 참 좋다.
나도 홈피가 있는데 내용이 빈약하여 이런 공개석상에서 알리긴 멋적고
나중에 기회되면 멜로 알려줄께.
잘 지내고.....

서초동에서 
영태가

2003/10/12 - 범의거사의 답변
삭제 수정 댓글
2010.02.18 17:30:10
허허,
이게 누군가?
참으로 오랜만일세.
어찌 알고 이 누추한 곳을 다 찾아오셨나? 너무 반가우이.
그대의 집을 알려주면 나도 한번 찾아감세.
잘 지내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