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 하던 날
2010.02.16 11:01
체육대회 하던 날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결승점에 쓰러지던
달음박질을 끝으로
우리의 한 젊은 날이 스러졌다
피로에 압도당한 육신들은 버스좌석 어느 곳에
쓰러져 잠이 들었으리라
연수원 건물 앞에 송사리떼처럼 모여든 버스에서는
그리운 모습을 한 벗들이 쏟아져 나오고
하나씩 자욱한 불빛 내리는 곳으로 나방처럼 모여들었다
비릿한 돼지고기 살점에 김치를 얹고
우리는 하얀 꿈 한 사발씩을 나누어 먹었다
밤은 점점 치달아 가는데
꺼지지 않고 어둠을 비추는 법원청사의 불빛은
우리의 미래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믿을 수 있다
이 사람들의 눈은 내게 약속하고 있으므로
이 순간이 지나면 이들은 하나같이 빛의 씨앗들이 되어
세상에 깊숙히 드리워진 어둠 속에 숨어들어가
싹을 틔우게 되리라
세월이 흐르면 나는 또한 목격할 수 있으리라
환희에 찬 빛의 열매들을 거두어 오는
이들의 모습을
그때가 되면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을 것인가
축구는 졌지만 우리는 얻은 것이 있다
민교수님은 앞으로 수업이 늘어질 때마다
오늘 밤 헹가레의 낙상(落傷)이 자꾸만 아파올 것이다
축구는 졌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했으며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말은 없어도 서로를 향한 그윽한 눈길은
아마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긴 긴 하루의 전쟁을 마치고 우리는 흩어졌지만
날이 밝으면
다시 이 곳에 하나씩 모여들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지만
또한 사랑하지 않는 것만큼 마음 아픈 것도 없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들어가기 위해 하루를 살게 될 것이다
밤이 깊어가는만큼 우리의 믿음도 따라서 깊어가고
촘촘히 붙어앉은 어깨는 밤 공기도 차갑지 않다
신화가 되어버린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쓰러져 가는 육신을 부축하는
뿌듯함이 있었다
(c) 2000, Chollian Internet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결승점에 쓰러지던
달음박질을 끝으로
우리의 한 젊은 날이 스러졌다
피로에 압도당한 육신들은 버스좌석 어느 곳에
쓰러져 잠이 들었으리라
연수원 건물 앞에 송사리떼처럼 모여든 버스에서는
그리운 모습을 한 벗들이 쏟아져 나오고
하나씩 자욱한 불빛 내리는 곳으로 나방처럼 모여들었다
비릿한 돼지고기 살점에 김치를 얹고
우리는 하얀 꿈 한 사발씩을 나누어 먹었다
밤은 점점 치달아 가는데
꺼지지 않고 어둠을 비추는 법원청사의 불빛은
우리의 미래도 그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믿을 수 있다
이 사람들의 눈은 내게 약속하고 있으므로
이 순간이 지나면 이들은 하나같이 빛의 씨앗들이 되어
세상에 깊숙히 드리워진 어둠 속에 숨어들어가
싹을 틔우게 되리라
세월이 흐르면 나는 또한 목격할 수 있으리라
환희에 찬 빛의 열매들을 거두어 오는
이들의 모습을
그때가 되면
세상은 또 얼마나 아름답게 빛나고 있을 것인가
축구는 졌지만 우리는 얻은 것이 있다
민교수님은 앞으로 수업이 늘어질 때마다
오늘 밤 헹가레의 낙상(落傷)이 자꾸만 아파올 것이다
축구는 졌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숨겨진 가능성을 발견했으며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말은 없어도 서로를 향한 그윽한 눈길은
아마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긴 긴 하루의 전쟁을 마치고 우리는 흩어졌지만
날이 밝으면
다시 이 곳에 하나씩 모여들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지만
또한 사랑하지 않는 것만큼 마음 아픈 것도 없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들어가기 위해 하루를 살게 될 것이다
밤이 깊어가는만큼 우리의 믿음도 따라서 깊어가고
촘촘히 붙어앉은 어깨는 밤 공기도 차갑지 않다
신화가 되어버린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쓰러져 가는 육신을 부축하는
뿌듯함이 있었다
(c) 2000, Chollian Internet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 | 천년의 기둥 | 귀터도사 | 2010.02.16 | 12557 |
21 | 부드럽고 싶었던 남자의 辯(연수원 고별강의) | 귀터도사 | 2010.02.16 | 11549 |
20 | 열마열전(무림대회는 끝났다) | 수향처사(노영보) | 2010.02.16 | 11271 |
19 | 선문답 | 범의거사 | 2010.02.16 | 15947 |
18 | 떠나시는 가재환 사법연수원장님 | 범의거사 | 2010.02.16 | 14285 |
17 | 29기 강의를 끝내며(正人說邪法....) | 귀터도사 | 2010.02.16 | 9288 |
16 | seven-eleven과 연수원풍경(향기,뽀송이,외갈이) | 귀터도사 | 2010.02.16 | 8484 |
15 | 단 한 명뿐(퍼온 글) | 범의거사 | 2010.02.16 | 15219 |
14 | 환영, 29기 점령군! | 범의거사 | 2010.02.16 | 15297 |
13 | 강제집행법 시험 후기 | 김동현 | 2010.02.16 | 142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