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기골프는 무죄?

2010.02.16 13:52

범의거사 조회 수:16073

  억대의 판돈이 오간 내기골프가 도박인가, 아닌가?
  최종적으로는 아마도 대법원판결로 결론이 나겠지만, 도박이 아니라고 무죄를 선고하여 각 언론매체를 장식했던 1심판결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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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 울 남 부 지 방 법 원
                                                      판      결

사       건 2004고단4361  상습도박

피  고  인       1. 이OO ,  무직
                 2. 이XX ,  무직
                 3. 선OO ,  농업
                 4. 김OO ,  자영업

검       사      안OO

변  호  인       법무법인 OO 담당변호사 OO(피고인 1,2를 위하여)
                 변호사 조OO(피고인 3을 위하여)
                 법무법인 OO 담당변호사 이OO(피고인 4를 위하여)

판 결 선 고 2005. 2. 18.
  
                                                   주       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이       유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미리 골프장에서 각자 핸디를 정하고, 전,후반 18홀 동안 1타당 일정 금액을 승금으로 거는 속칭 스트로크 방식과 전,후반 최소타로 홀인하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속칭 계 방식의 내기골프를 하기로 결의한 후, 함께, 상습으로, 2002. 12. 16.경부터 같은 달 19.경까지 사이에 제주도에 있는 핀크스골프장 등에서, 피고인 이OO은 93타, 이XX은 91타, 선OO은 85타, 김OO은 85타로 각 핸디를 정하고, 전반 9홀 게임 중 1타당 50만원, 동점인 경우 배판으로 1타당 100만원, 후반 9홀 게임 중 1타당 100만원, 동점인 경우 배판으로 1타단 200만원을 승금으로 승자에게 주고, 전반 9홀 게임 최소타 우승자에게 상금으로 500만원, 후반 9홀 게임 최소타 우승자에게 상금으로 1,000만원을 주기로 정한 후 위와 같이 속칭 스트로크 방식 및 계 방식에 의한 내기골프를 하여 피고인 김OO이 1억 1,000만원을 패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2004. 5. 21.경까지 사이에 같은 방법으로 피고인 선OO은 총 26회에 걸쳐 합계 6억여원 상당의, 나머지 피고인들은 총 32회에 걸쳐 합계 약 8억여원 상당의 골프도박을 하였다는 것이다.

2. 판단

   가. 첫머리에
검사는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들을 상습도박죄로 의율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는 바, 상습도박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그 전제로 도박죄가 먼저 성립되어야 하는데,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과연 도박행위에 해당하는지의 여부에 대하여 본다.

   나. 도박의 의의
       형법 제246조 제1항은 재물로써 도박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 바, 이 때의 “도박”이란 “재물을 걸고 우연에 의하여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다. 우연의 의의
그런데, 위와 같은 도박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우연에 의하여 승부가 결정될 것을 요하는 바, 이 때의 우연이란 필연에 대립된 개념으로서 승패의 귀추가 그 행위자의 확실한 인식 또는 지배밖에 있음을 말하는 것인데, 객관적으로 관찰할 때에는 이 세상에 우연이란 있을 수 없고 모두가 인과율의 지배를 받게 되어 이론상 우연이 있을 수 없으므로, 결국 이는 주관적으로 당사자에 있어서 확실히 예견 또는 자유로이 지배할 수 없는 사실에 관하여 승패를 결정하는 것을 가리킬 뿐, 객관적으로 불확실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할 것이다.

   라. 경기와 도박죄의 성부
(1) 한편, 경기라 함은 예컨대 운동경기, 바둑, 장기 등과 같이 당사자의 육체적,정신적 조건, 역량, 숙련도, 재능 등에 의하여 승패가 결정되는 것을 지칭하는 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연의 결정을 객관적인 요소가 아닌 주관적인 요소에 따라 한다면 결국 기능과 기술을 다하여 승패를 결정하려고 하고, 그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 때에는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2) 만일 경기를 함에 있어 그 승패에 재물을 거는 경우까지도 도박죄에 해당한다고 하면, 현재 우리 사회 통념상 인정되고 있는 행위, 예컨대 국가대표선수가 올림픽 또는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경우 연금 또는 포상금을 지급받기로 하고 경기에 임하는 행위, 프로운동선수가 일정한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추가로 급여를 받기로 하되 그 이하의 성적을 거두면 이미 받은 급여의 일정한 부분을 반납하기로 약정하고(이른바 마이너스옵션계약) 경기에 임하는 행위도 모두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발생하게 될 것이다.
(3) 그렇다면, 도박죄의 성립은, 종래에도 그 도박성이 인정되어 온 화투, 카드, 카지노 등과 같이 당해 승패의 귀추에 있어 지배적이고도 결정적인 부분이 우연에 좌우되는 경우(특히, 화투,카드의 경우에 있어서는 가지게 될 패의 결정부터 우연성의 지배를 받게 된다)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지, 운동경기와 같이 승패의 전반적인 부분은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에 의하여 결정되고, 사소한 부분에 있어서만 우연이 개입되는 경우에는 도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4) 게다가, 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는다면, 골프 경기 중 이른바 스킨스(Skins) 게임은 매 홀당 경기 결과에 따라 경기자에게 상금 등이 귀속되는 형태인 바, 그렇다면 위와 같은 경기 방식은 승패 결과에 따라 재물의 귀속여부가 결정되는 형태여서 이 또한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게 된다 아니할 수 없고, 더 나아가 박세리 선수와 박지은 선수가 서로 재물을 걸고 골프 경기를 하는 경우에도 도박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하는 불합리함이 발생하게 된다.

   마. 이 사건에 있어서의 판단
돌이켜 이 사건에 있어 보건대, 피고인들이 아직까지도 귀족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는 골프경기를 수십차례에 걸쳐 하면서 그 경기마다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다액의 재물을 건 행위는 도덕적으로 보아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라고는 할 것이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승패 여부가 그들의 기량과 기능에 주로 지배되는 운동경기인 골프 경기를 한 것인 이상 그 승패와 관련하여 재물을 걸었다 하여도 그것이 도박죄를 구성한다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들의 도박행위에 대한 상습성에 관하여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없이 피고인들의 이 사건 행위가 도박행위임을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은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할 것이어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하기로 한다.
  
            판사      O  O  O